스팀 인기게임 블루홀 ‘배틀그라운드’ 김창한 PD, 최용욱 사업실장 인터뷰

예상하지 못한 성공이었다. 블루홀 소속 30여명의 소규모 개발팀이 1년여간 뚝딱 만들어낸 ‘배틀그라운드’는 게임플랫폼 스팀에서 출시 3일만에 1100만달러(약 122억원)의 매출을 돌파했다. 게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일주일이 훌쩍 지난 지금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스팀에서 활동하는 전세계 유저들이 한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에 호평을 보내고 있다.

지난 일주일은 ‘배틀그라운드’ 개발팀에게 있어 어느 때보다도 바빴던 시기였다. 유저들이 급격하게 몰리면서 서버 안정성 문제가 발생했고, 공식 SNS에는 우리 지역에도 빨리 서버를 열어달라는 성화가 빗발쳤다. 개발팀은 부랴부랴 호주와 남미 서버를 추가했다. 유저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정기점검은 15분만에 끝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틀그라운드’ 개발팀과의 인터뷰는 어렵게 성사됐다. 살인적인 스케줄로 초췌한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인터뷰장에 나타난 김창한 총괄 PD와 최용욱 사업실장의 눈에는 생기가 감돌았다. 김 PD는 “서버를 안정시키기 위해 밤낮이 따로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며 “그래도 유저들이 많이 들어오는 게 행복한 상황 아니겠냐”고 웃었다.

‘먹튀’는 없다, 6개월 안에 정식 버전 낼 것

“얼리억세스(Early Acess)만 내놓고 방치하는 게임사들이 많다. 얼리억세스만으로도 돈이 벌리니까. 우리는 절대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

스팀이 2013년 도입한 얼리억세스는 미완성된 게임을 후원자들에게 판매하는 일종의 유료 베타테스트다. 후원자들은 게임을 해본 후 개선되어야 점을 제작자에게 전달하고, 개발자들은 이 피드백과 판매 수익을 바탕으로 게임을 완성시키고 정식 출시한다.

이후 수많은 게임들이 얼리억세스로 출시되기 시작했고, 그 중에는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게임사들도 나타났다. 버그투성이 수준미달 게임을 얼리억세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하거나, 얼리억세스 출시 이후 게임사가 잠적해버리는 사태도 발생했다. 얼리억세스로 큰 돈을 벌고나서 몇년째 정식 버전을 내놓지 않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얼리억세스에 대한 유저들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얼리억세스로 출시된 ‘배틀그라운드’도 이 같은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블루홀은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정식 버전을 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PD는 “우리는 커뮤니티와의 소통 때문에 얼리억세스를 선택한 것”이라며 “6개월 안에 배틀그라운드의 정식 버전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때까지는 서버 안정성과 최적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배틀로얄 장르인 ‘H1Z1 킹오브더킬’도 1년1개월째 얼리억세스 버전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도 480만장이나 팔렸다. 김 PD는 “H1Z1 킹오브더킬의 판매량을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절대로 얼리억세스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가시밭길, 앞으로는 꽃길

6개월 안에 정식 출시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김 PD는 “지금까지가 어려웠고, 앞으로는 더 쉬울 것”이라고 답했다. 이전에는 게임이 출시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머리가 복잡했지만, 앞으로는 다른 생각 안하고 게임을 다듬기만 하면 된다는 것. 그는 “정식 출시는 노력만 하면 이룰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 PD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가 빛을 보기까지의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배틀로얄 장르를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 또 얼리억세스가 무엇인지 일일이 설명하고 설득시켜야 했다. 더구나 그가 그동안 뚜렷한 성공작을 내지 못했다는 것도 걸림돌이 됐다.

김 PD는 “나는 올해로 17년째 실패만 거듭한 PD”라며 “성공한 PD였다면 기획안이 쉽게 통과됐을텐데, 나는 실패한 PD라서 그게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구인을 하려고 해도 아무도 지원하지 않아서 외국인을 뽑은 것”이라며 “지금부터는 구인하기가 좀 쉬워질 것 같다”고 웃었다.

그는 자신을 믿고 프로젝트를 맡겨준 블루홀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블루홀은 게임개발사의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회사”라며 “회사 경영진들은 나같이 실패한 PD의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면 들어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회사가 돈이 엄청 많은 회사도 아닌데, 경영진들도 승인하는 게 꽤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틀그라운드’는 사업을 맡은 최용욱 실장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최 실장은 “처음 게임을 봤을 때 피가 끓는 기분”이었다며 “한국에서 이런 게임을 언제 해보겠나.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꼭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프로젝트에 합류하고 나서는 “이거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년간 스팀의 얼리억세스 시장이 크게 성장했고, 배틀로얄 장르에 대한 전세계적인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 실장은 “글로벌에서는 의미있는 성과가 나올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며 “지금은 자신감이 더 붙은 상태”라고 말했다.

능력치 건드리는 사업모델은 절대 없을 것

현재 ‘배틀그라운드’는 3만2000원에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풀프라이스) 게임으로 서비스 중이다. 이 가격은 정식 버전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추가다운로드콘텐츠(DLC)나 캐릭터 스킨 등이 추가될 가능성은 있다는 설명이다.

최 실장은 “아직 수익모델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DLC는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영역이고, 능력치가 붙지 않은 코스튬을 판매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파트너사와의 협의 하에 PC방 유료화 등 수익모델이 변경될 수는 있지만, 능력치를 판매한다거나 능력치를 건드리는 수익모델은 절대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PD도 “게임 밸런스와 무관한 수익모델만 만들겠다”고 못박았다. 그는 “코스튬은 개발 초기부터 중요하게 생각한 수익모델이며, 지금도 전리품 상자를 통해 스킨을 얻을 수 있다”며 “코스튬이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지금은 서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는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동시시청자 15만명을 돌파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보다 관람객이 2배 이상 많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가능성에 대한 세간의 기대도 높다. 하지만 블루홀은 대규모 상금을 건 대회로 유저를 유혹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최 실장은 “북미 쪽에서 대회를 해보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는데, 가벼운 이벤트는 할 수 있지만 공식 대회를 열지는 않을 생각”이라며 “지금은 게임의 룰셋을 다듬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를 시작으로 대세를 거스르는 게임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김 PD는 천편일률적인 RPG로 쏠린 한국 게임시장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있다고 봤다.

그는 “돈이 있어야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면 유저들이 지원해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배틀그라운드’는 총기류와 탈것을 추가하는 업데이트를 매달 한번씩 진행한다. 4월에는 오토바이(바이크)가 추가된다. 또 권총만 쓸 수 있는 권총전이나 한 팀이 10명씩 구성되는 커스텀 게임도 도입할 계획이다. 김 PD는 “우리 게임을 가지고 방송콘텐츠를 재생산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에게 커스텀 게임을 우선 선보일 생각”이라며 “커뮤니티 안에서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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