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홀 새 시도 통했다, 배틀로얄 장르로 122억원 매출 올린 이유

블루홀이 개발한 신작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흥행 돌풍이 거세다. 3월 24일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얼리억세스(Early Access) 서비스를 시작한 ‘배틀그라운드’는 첫 주말에만 40만장 이상 팔렸다. 스팀이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쟁쟁한 게임들을 제치고 1위를 거머쥐었고, 최대 동시접속자 수는 6만7846명으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블루홀에 따르면 출시 3일간 누적 매출은 1100만달러(약 122억원)에 달한다.

블루홀은 매우 고무적이라는 입장이다. 부분유료화 게임 ‘테라’로 스팀 MMORPG 이용시간 1위를 차지한 적은 있지만, 풀프라이스(패키지) 게임으로 게임 전체 순위에서 매출로 1등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배틀그라운드’는 35명 가량의 소규모 조직이 개발해 대성공을 거둔 사례라 의미가 더 깊다.

블루홀 관계자는 “테라 때부터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과 진출 노하우를 쌓아온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시범 테스트 때 북미쪽 커뮤니티 반응이 좋아 내부에서도 내심 기대를 하긴 했지만, 워낙 전례 없는 일이라 아무도 확신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틀그라운드라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면서 블루홀 내부 분위기도 좋아졌다”며 “개발자들의 프라이드가 살아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유저가 외딴 섬에 도착한 후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싸우는 서바이벌 게임이다. 비슷한 콘셉트의 일본영화 ‘배틀로얄’에서 이름을 따온 배틀로얄 장르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인기 장르로 자리잡았다.

특히 배틀로얄 장르의 창시자 ‘플레이어 언노운즈(Player Unknowns)’ 브랜든 그린이 개발에 참여해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브랜든은 전쟁게임 ‘아르마2’의 사용자 모드 게임 중 하나로 배틀로얄 모드를 만들었고, 이 게임이 인기를 끌자 데이브레이크게임즈에 합류해 슈팅게임 ‘하이즈(H1Z1)’에서도 배틀로얄 모드를 만들었다. ‘하이즈’의 배틀로얄 모드는 ‘하이즈: 킹오브더킬(H1Z1 King of the kill)’이라는 독자 게임으로도 출시됐다. 그리고 브랜든이 블루홀에 합류해 세번째로 만든 배틀로얄 게임이 바로 ‘배틀그라운드’다.

사실 브랜든은 ‘아르마2’와 ‘하이즈’ 시절 게임 총괄 책임자가 아니었다. 느리고 일관성 없는 개발 진행과 도무지 해결되지 않는 버그들을 통제할 수 없었던 브랜든은 블루홀로 보금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비로소 만들고 싶던 게임을 마음껏 만들어냈다. 그는 “아르마2 때부터 늘 독립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며 “블루홀과 함께 작업하면서 상상해왔던 것들을 실제 게임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고 말한 바 있다.

배틀로얄 팬들은 브랜든의 신작 소식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팬들도 ‘하이즈’의 고질적인 엔진 버그에 진절머리가 나 있었다. 이들에게 그래픽, 버그 유무, 콘텐츠 만듦새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배틀그라운드’는 훌륭한 대체제가 됐다. 스팀의 사용자 리뷰에는 ‘배틀그라운드’가 ‘하이즈’보다 훨씬 낫다는 의견이 다수 개진됐다.

‘배틀그라운드’가 성공할 수 있었던 또다른 이유는 하는 것보다 보는 것이 더 즐거운 게임이라는 점이다. ‘배틀그라운드’는 출시 첫 주말 게임방송 플랫폼인 트위치에서 동시 시청자 수 15만명을 돌파했다. 스팀에서 기록한 최대 동시접속자 수 6만여명에 비해 약 2.5배 가량 많은 수치다. 트위치 채팅창에서는 게임이 직관적이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다. 배틀로얄 장르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였다.

동체시력과 정확한 조준이 승패를 가르는 다른 슈팅게임과는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전략적인 면이 더 중요한 게임이다. 유저들은 비행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섬으로 떨어지는 극초반부터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섬 한가운데로 떨어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좋은 총기와 방어구를 얻을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시작해 어부지리를 노릴지는 유저의 판단에 달렸다. 처음 획득한 무기가 하필이면 프라이팬인 탓에 낭패를 보기도 하고, 빈 건물을 털다가 주차해둔 차량을 도둑맞고 뚜벅이 신세가 되기도 한다. 어디로 튈지 예측할 수 없는 흥미진진한 과정이 방송용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다.

비교적 짧은 플레이 시간도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유저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냥 도망만 다닐 수가 없다. 게임이 시작되고 약 35분이 지나면 유저들은 모두 한 곳에서 만나 최후의 결전을 펼치게 된다. 시청자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이 때문에 e스포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블루홀은 e스포츠를 고려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블루홀 관계자는 “e스포츠 계획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며 “일단은 얼리억세스 버전인만큼 게임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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