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펀팩토리 문대경 대표 인터뷰 “주먹구구식 서버로는 한계”

기대했던 게임이 오픈한 날, 한껏 기대에 부풀어 접속을 시도한다. 접속이 잘 되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하다, 겨우 접속을 하고 나면 튕기기 일쑤다. 유저는 키보드 전사로 변신해 자유게시판에 욕설을 마구 쏟아낸다. 그리고는 다시 접속 시도하고, 안되면 다시 욕을 한다. 이 패턴은 게이머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경험이다.

온라인게임이 등장 이후 PC 사양은 높아졌고, 그래픽 역시 몰라보게 발전했다. 인터넷 회선도 빨라졌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나도 게임 서버 문제만큼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아이펀팩토리의 문대경 대표는 “게임사의 서버 관리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서버 관련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펀팩토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게임 서버엔진 전문회사다. 이 회사의 사업 영역은 멀티플레이 서버개발 엔진인 아이펀엔진, 게임 운영 툴인 아이펀디플로이, 그리고 게임서버개발과 운영경험을 제공하는 서버기술컨설팅 총 3분야로 나뉜다.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 모두를 포함한다.

게임 서버 병목현상, 애초에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

보통 게임 오픈 이후 한꺼번에 많은 유저들이 접속하면 병목현상이 벌어진다. 이 병목현상은 애초에 설계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높다. 서버는 단순히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서버 간 통신, DB와의 통신 등을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다. 문 대표는 “유저들은 서버가 다운됐으니 빨리 해결하라고 요구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쉽게 고치지 못한다. 애초에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계가 잘못된 서버는 하루, 이틀, 심지어 일주일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유저들은 접속을 시도하다 떨어져나가고, 게임은 흥행에 실패한다. 20년째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다.

이는 단순히 서버 엔지니어만의 문제일까? 게임사들의 구조적인 문제와 환경적 요인이 작용한다. 과거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는 게임 타이틀 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이제는 적은 인원들이 짧은 기간에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 개발기간이 짧으니 대충 만들게 된다는 뜻이다.

덩달아 유저들의 기대치가 상당히 높아졌다. 유저들은 더 퀄리티 높은 그래픽과 광활한 전장, 빠른 네트워크 속도를 원한다. 하지만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를 커버할 인력이 많지 않다. 문 대표는 “2000년대 초반에는 가능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1~2명의 프로그래머가 게임 서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왔다”고 설명했다.

인력난도 중요한 문제다. 안정적인 서버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 많은 엔지니어들이다. 게임 서버의 경우 100명, 1000명, 10000명이 접속했을 때 결과가 다르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들을 겪어본, 경험이 많은 프로그래머가 필요하다. 하지만 게임업계에서는 경험 많은 서버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게임 회사에서는 경력이 많은 사람을 원하지만, 정작 경험이 많은 프로그래머는 소수다. 그렇다면 신입을 뽑아 키워야 하는데, 게임사들이 신입은 또 뽑지 않는다. 신입을 뽑지 않으니 프로그래머가 경력을 쌓을 기회가 없다. 이 악순환이 반복된다.”

“게임은 기술 산업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

문 대표는 1999년부터 넥슨에서 처음 서버 프로그래머 생활을 시작했다.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 시절이다. 문 대표가 처음 서버 업무를 맡았을 때만해도 ‘바람의 나라’ 동시접속자수는 수 백명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는 “만약 처음부터 몇 만명 단위로 유저가 들어왔다면 제대로 배우지 못했을 것”이라며 “운 좋게 초기부터 유저들이 점차 늘어나는 과정을 모두 겪었고, 그러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넥슨에서 서버 관련 업무를 시작한 문 대표는 대학원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를 전공했다. 졸업 이후 미국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한국에서 아이펀팩토리를 창업한 이유는 “유난히 서버 쪽은 기술 발전이 느리다”는 이유에서였다.

“게임사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서버를 직접 만들고, 사람은 없고, 일정은 빡빡하게 돌아간다. 시간이 없으니 서버를 대충 만들고, 나중에는 터진다. 우리가 체계적인 밑단을 만들어 놓으면, 게임사들이 더 빨리 게임을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다.”

문 대표는 게임사들이 직접 서버를 만들겠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서버 엔진은 물론 클라이언트 엔진도 개발사가 직접 다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개발사들이 유니티나 언리얼엔진을 구입해서 쓴다. 클라이언트 엔진 개발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버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그는 “개발사들에 꼭 저희 엔진을 쓰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서버가 전문화된 영역이 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게임은 기술 산업이 아니라 콘텐츠 산업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문 대표는 “게임을 기술 산업이라 보는 시각이 있는데, 기술이 좋다고 해서 게임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좋은 게임보다 재미있는 게임이 성공한다”고 말했다.

해외서도 실시간 서버 관심 ‘아이펀엔진으로 글로벌 공략’

아이펀팩토리는 29일 오후 엔씨소프트 종합게임시연실에서 ‘아이펀팩토리 Dev Day’를 연다. 광고나 홍보 목적이 아니라, 서버 개발에 도움이 되는 기술 전문 세미나다. 참가비는 무료다. 문 대표는 “아직 장사꾼이 되지는 못했다”며 웃은 뒤 “서버 관련 기술 공유 세미나인데, 우리가 우월하다는 뜻이 아니라 기술 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그러한 기술 공유가 활발하지 않다는 아쉬움도 작용했다.

현재 아이펀팩토리의 직원은 21명 정도이며, 16명 정도 서버 엔지니어가 근무한다. “서버 엔지니어의 연봉이 높지 않느냐”는 말에 문 대표는 “그래서 제가 힘들다”며 웃음을 보였다.

올해 문 대표의 목표는 고객사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미 해외 게임사들도 아이펀팩토리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문 대표는 “올해 GDC에 가본 결과, 해외에서도 서버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슈퍼셀의 ‘클래시 로얄’ 성공 이후, 모바일에서도 실시간 콘텐츠가 필수라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은 인터넷 회선만 빠르지, 거기에 올라가는 기술적인 부분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저희들의 수준이 높아지면, 한국 개발자들이 안정적인 게임을 잘 만든다는 것도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대경 대표 프로필>

UC Berkeley 컴퓨터 공학 석사 및 박사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 학사      
1999년 ~ 2005년 : 넥슨 서버프로그래머 및 팀장    
2010년 ~ 2011년 : 니시라네트웍스(Nicira Networks Inc.) 시니어 소프트 엔지니어    
2011년 ~ 2013년 : 넥슨 신기술 개발 실장     
2013년 ~ 現 : 아이펀팩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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