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아이드 신작 모바일게임 3종 개발총괄 정혁 PD 인터뷰

참 오래도 기다렸다. 이은상 전 NHN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이끄는 카본아이드가 설립된지 약 3년. 아무리 늦어도 2015년 초에 나온다던 게임은 웬일인지 자꾸만 미뤄졌다. 게임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너무 다듬기만 하다가 뒷북이라도 치면 어떡하나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래도 게임이 잘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았다. 온갖 화려한 에피타이저와 코스요리가 입맛을 자극해도 메인디쉬가 들어갈 배는 남겨놓는 것처럼.

사실 어떤 게임을 준비하는지 완전히 감감무소식은 아니었다. 지난해 3월 카본아이드는 개발중인 신작게임 3종 ‘나이츠폴’, ‘타이니폴’, ‘기간트쇼크’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셋 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바일게임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아기자기한 쓰리매치 방식 대신 중세 공성전 느낌의 묵직한 퍼즐게임에, 졸개몬스터는 온데간데 없고 보스몬스터만 잇따라 등장하는 액션RPG까지 참신함의 연속이었다. 이례적인 시도에 업계의 관심과 기대가 쏠렸다.

그리고 다시 1년이 지났다. 카본아이드가 묵묵히 담금질해온 게임들이 하나씩 평가대에 오를 때가 됐다. 제일 먼저 ‘나이츠폴’이 4월말 정식 출시되며, ‘기간트쇼크’가 10월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시까지 이르지 못하고 쓰러지는 프로젝트가 많은데, 다행히 이렇게 완성해서 출시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다”는 정혁 개발총괄 PD를 카본아이드 본사에서 만났다.

    

‘겜잘알’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 “새롭고 재미있어야”

카본아이드 신작게임 모두를 총괄하는 정혁 PD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겜잘알(게임을 잘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게임이라면 콘솔이든 PC든 모바일이든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겜잘알이 으레 그렇듯, 게임을 못하더라도 일단 다 사고 보는 스타일이다.  심지어 ‘나이츠폴’ 출시를 목전에 앞두고 몹시 바빴던 2월에도 대세로 떠오른 모바일게임 F와 콘솔게임 I는 챙겨서 플레이했다. 정 PD는 “최대한 다 플레이하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쉽다”며 “지금은 어느 정도 평점이 높은 게임들 위주로 엔딩을 보고 있다”고 웃었다.

게임 내공이 쌓인만큼, 게임 개발자로서 확고한 철학도 있다. 정 PD는 이미 체계가 잡힌 기존 장르에 뒤늦게 뛰어들어 비슷한 게임을 만들어내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개발사에게도 유저에게도 결코 바람직한 경험을 줄 수 없다는 것. 그는 “대전격투게임을 예로 들면, 후발주자는 버추어파이터나 철권이 쌓아온 노하우를 넘기 힘들다”며 “FPS게임도 그렇다. 유저들은 이미 오버워치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비슷한 게임을 뒤늦게 만들어봤자 얼마나 더 재미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PD도 카본아이드에 오기 전에는 수년간 흥행공식을 그대로 따른 게임들을 만들어야만 했다. 이를테면 “메신저에서 제공할 수 있는 쓰리매치 퍼즐게임을 만들어달라”는 구체적인 방향이 내려오면 그에 맞춰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을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이렇게 지시대로 만들면 디테일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어 퀄리티 높은 게임이 나왔다. 그러나 진정 만들고 싶은 게임은 아니었다. “겜잘알의 본능을 어떻게 참았냐”고 묻자 그는 “그 때는 그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다”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놓으며 웃었다.

그 곳에서 성공적인 론칭 경험을 얻었고, 돈도 충분히 벌었다. 하지만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고 싶은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그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 직장을 나와 카본아이드에 합류했다.

전투를 벌이며 퍼즐을 푼다? 전투액션퍼즐 ‘나이츠폴’

‘나이츠폴’은 물리엔진과 액션이 강조된 퍼즐게임이다. 핀볼게임을 하듯 병사들을 위로 ‘발사’하면, 이 병사들이 자유낙하하면서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거나 오브젝트에 부딪쳐 다양한 효과를 낸다. 때로는 한쪽에 수백명이 차곡차곡 쌓여 거대한 오브젝트를 밀어내기도 한다. 병사들을 어디에 떨어트려 어떤 오브젝트를 작동시켜야 할지는 유저가 생각해야 할 몫이다.

이 독특한 퍼즐게임은 정 PD가 우연히 본 영상 하나에서 출발했다. 그는 카본아이드에 합류하기로 결정하면서 어떤 게임을 만들지 고민에 빠졌는데, 마침 TV에서 공이 이리저리 부딪치며 돌아다니는 영상 하나를 보게 됐다. 문득 저 공이 사람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4~5명 가량의 소규모 개발팀을 조직해 두달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냈다.

정 PD는 “나이츠폴을 처음 본 사람들은 대부분 장르가 뭔지 궁금해한다”며 “기본적으로는 개발자가 질문을 던지고 유저가 그걸 푸는 퍼즐게임에 해당하지만, 상대 진영을 파악하고 병사를 투입해 승리하는 방식은 액션과 전투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전투액션퍼즐이라는 장르로 정의했다”고 덧붙였다.

몇 번만 해보면 금세 익숙해질 정도로 유저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조작법은 쉽다. 그러나 퍼즐 난이도는 꽤 어려운 편이다. 정 PD는 “너무 쉬우면 유저들이 금방 싫증을 느낀다”며 “스테이지 하나하나를 아슬아슬하게 클리어할 수 있게 난이도를 쫀득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나이츠폴’은 일부 국가에 소프트론칭을 실시했으며, 4월말 글로벌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용량은 500메가 전후이며, 4년 이내 디바이스에서는 무리 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적화 작업 진행중이다.

자려고 누우면 자꾸 생각난다는 ‘기간트쇼크’, 재미 자신

졸개몬스터를 배제하고 거대 보스몬스터와 싸우는 액션RPG ‘기간트쇼크’도 기대작으로 꼽힌다. 비슷한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끈 콘솔게임 ‘몬스터헌터’에서 영감을 얻었다. 정 PD는 “몬스터헌터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 거대한 몬스터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거대 몬스터를 쓰러트렸을 때의 희열이 엄청나서 모바일로 옮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거대 몬스터를 싫어할 유저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저는 총 4명의 캐릭터를 조작해 엄청나게 큰 몬스터와 싸우게 된다. 어떤 캐릭터는 높이 점프해 몬스터의 약점을 가격하는 원거리 딜러 역할을 맡는다. 또 어떤 캐릭터는 적의 강력한 공격을 순간적으로 막아내는 탱커 역할을 맡는다.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역할놀이가 제법 숨가쁘게 펼쳐진다. 한 스테이지가 1분30초에서 2분 정도 걸린다.

콘솔게임의 재미를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자동사냥은 배제했다. 한국시장만 본다면 자동사냥 시스템을 넣었어야 하지만, 글로벌을 겨냥한 게임인만큼 조작감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정 PD는 “일본만 해도 회사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 않다”며 “자동사냥을 켜놓고 하루종일 돌리는 게임보다 짬짬이 시간을 내서 조금씩 즐기는 게임이 더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캐릭터가 작고 몬스터가 거대한 탓에 타격감보다 피격감을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 정 PD는 “때려도 때린 것 같지 않으면 재미없다”며 “공격이 명중했을 때 확실히 알아볼 수 있도록 다소 과장된 리액션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게임 화면을 가로가 아닌 세로로 설정한 이유도 몬스터의 거대함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다. 가로로 테스트를 해봤더니 필드는 광활해보이는데 몬스터의 웅장함이 덜했다. 타격과 피격의 맛도 떨어졌다. 게임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 세로 화면으로 결정했는데, 결과적으로 또 하나의 차별점이 됐다. 정 PD는 “일본에서 테스트를 해봤더니 굉장히 좋아하더라”며 “한국에서도 이런 게임이 드물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기간트쇼크’는 카본아이드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테스트에서도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다른 프로젝트를 맡은 직원들도 자기 게임을 내팽개치고 ‘기간트쇼크’에 빠졌을 정도였다. 카본아이드 관계자는 “자려고 누웠는데도 계속 생각나는 게임”이라며 “정식 출시되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기간트쇼크’는 올해 가을 출시할 예정이다. 최대 3명까지 실시간 파티플레이를 지원한다. 정 PD는  “1인당 4개의 캐릭터를 데리고 가니 화면에는 총 12개 캐릭터가 뛰어다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티 쓰는 이유? 전체적인 룩앤필(look&feel) 좋다

카본아이드가 준비중인 게임들은 모두 유니티엔진으로 개발중이다. 개발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엔진이기도 하고, 색감과 인상이 좋아서다. 정 PD는 “모든 엔진에 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라며 “무턱대고 퍼포먼스가 높은 엔진을 택하는 것보다 쓰고 있는 엔진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오래된 엔진이 좋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유니티엔진을 사용하다가 발생하는 문제는 검색하면 (해결책이) 다 나온다”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엔진개발사에 일일이 전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개발자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말했다.

정 PD는 특히 정교해진 물리엔진 시스템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나이츠폴’에서 수백명의 병사들이 엉키는 모습과 ‘기간트쇼크’에서 투구가 깨지면서 사방으로 튀는 모습은 유니티의 물리엔진으로 구현한 것이다. 그는 “유니티5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물리엔진이 리얼해졌다”며 “더 안바뀌고 이대로 쭉 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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