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넷마블게임즈(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컴투스 방문기

그윽한 향이 코를 자극하고, 중독성 있는 쓴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뒤이어 은은한 신맛과 시럽의 달콤함이 혀를 감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커피도 얼음 동동 띄운 아이스커피도, 깔끔한 아메리카노도 시럽과 크림을 듬뿍 넣은 마끼아또도, 커느님은 언제나 옳다.

커피는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음료로 꼽힌다. 어딜 가도 카페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하루 커피 소비량은 약 2.5잔. 그야말로 모두가 커피를 밥먹듯 마셨다. 누군가와 만남이 필요할 때도, ‘열일’ 하다가 피로회복이 필요할 때도, 그냥 이유 없이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도 우리는 늘 카페를 찾았다.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 휴식 시간에 가장 자주 찾는 사내 카페테리아는 게임사를 방문할 때 관심 있게 살펴봐야 할 곳 1순위다. 사내 카페테리아야말로 회사에서 가장 편하고 즐거워야 하는 곳이자, 회사 복지와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민낯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게임톡은 창간 5주년을 기념해 게임업계의 대표적인 사내 카페테리아 5곳을 찾았다. 커피 맛있기로 유명한 넥슨, 넷마블게임즈(넷마블), 스마일게이트, 엔씨소프트, 컴투스의 카페테리아다. 순서는 가나다순이다.

갓 구운 빵내음 솔솔… 넥슨의 넥슨다방(넥다)

빵 안파는 카페 못봤고 커피 안파는 빵집 못봤다. 맥주에는 치킨이요, 막걸리에는 파전, 커피에는 역시 빵이다. 따뜻한 커피 한모금에 부드럽고 고소한 빵을 한입 베어물면 HP와 MP가 금세 회복되는 느낌이다.

넥슨의 ‘넥슨다방’ 명물은 그날 바로 구워낸 수십 종류의 빵이다. 제빵 대기업 C업체로부터 빵을 공급받는 탓에 여느 빵집 못지 않은 맛과 볼륨을 자랑한다. 바삭하고 담백한 데니쉬부터 초딩입맛 저격하는 달달한 피자빵까지 없는 게 없다.

초코가나슈크림빵과 갈릭소시지는 넥슨 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빵 중 하나다. 견과류가 송송 박힌 빵 속에 달콤한 초콜릿 크림이 가득 든 초코가나슈크림빵은 이따금 단 게 몹시 당기는 날에 제격이다. 향긋한 갈릭소스에 알알이 소시지를 품은 갈릭소시지는 출출한 오후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일등 간식이다.   

대신 커피 종류는 카페테리아 규모에 비해 간소한 편이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바닐라라떼, 카라멜마끼아또, 카페모카, 카푸치노 정도가 메뉴에 올라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역시 아메리카노다. 샌드위치나 찐감자 등 기본 간식도 구비돼 있다.

넥다의 공간은 굉장히 넓다. 삼삼오오 모여서 조용히 회의를 할 수 있도록 칸막이를 설치해 놓은 배려가 눈에 띈다. 인테리어는 실패할 확률이 가장 적다는 블랙과 화이트를 배합해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게임회사답게 넥다 한켠에는 추억의 오락실 게임기와 콘솔게임기가 있다. 평소에는 사람 좋은 개발자들도 오락실 게임기 앞에 앉아 일전을 펼칠 때면 제법 진지한 얼굴이 된다.

구로 디지털단지의 스카이라운지, 넷마블게임즈 ㅋㅋ다방

마천루 꼭대기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창 밖으로 도심을 내려다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특별한 기념일날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예약하지 않고서야 쉽지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넷마블 직원이라면 매일 가능하다. 그것도 1만6000원(10% 부가세, 10% 봉사료 별도)이 아닌 단돈 800원으로 말이다.

넷마블의 ‘ㅋㅋ다방’은 넷마블 건물 꼭대기층인 20층에 있다. 이 곳에서는 구로 디지털단지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여느 고급 스카이라운지 부럽지 않은 조망이다. 그래서 창가 자리는 늘 인기 폭발이다.

ㅋㅋ다방에서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아메리카노를 업계 최저 가격인 800원에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800원이라니, 아무리 사내 카페테리아라지만 남는 게 있을까 싶다. 이 정도 가격이면 매일 열심히 마시는 게 돈 버는 길이다. 참고로 ㅋㅋ다방 인기 음료 순위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1위, 아메리카노가 2위다.

지난해 여름메뉴로 출시한 신상품 ‘자바칩 ㅋㅋ치노’를 주문했다. 이름은 특이하지만, 맛은 여느 초코칩 프라푸치노와 같아서 약간 실망(?)했다. 달콤한 초콜릿과 부드러운 우유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얼음 알갱이가 아삭아삭 씹히며 스트레스를 풀어준다.

또 하나, 도시락의 퀄리티가 굉장히 훌륭하다. 구내식당이 있는 지하 1층까지 오가기 힘들어하는 직원들을 배려한 조치다. 점심 시간이면 귀차니즘이 폭발해 ㅋㅋ다방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

ㅋㅋ다방 가장 안쪽에는 골든벨을 울릴 수 있는 조그만 무대가 있다. 넷마블 게임이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양대 마켓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면, 다음날 이 곳에서 골든벨을 울린다. 도시락 등 일부 메뉴를 제외하고는 눈치껏 무료로 먹을 수 있다고.

전자다트에 레이싱 어트랙션까지, 스마일게이트 스마일카페

게임사 카페테리아에 게임기가 있는 풍경은 사실 드문 경우는 아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만큼, 많은 게임사들이 카페테리아에 게임기를 구비하고 직원들에게 게임에 지칠 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의 ‘스마일카페’는 조금 더 특별하다. 콘솔 게임기를 종류별로 가져다 놓은 것은 기본이고, 술집에서나 볼 수 있는 전자다트까지 마련해 놓았다. 이 전자다트는 게임에 서툰 여성 직원들에게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체감형 레이싱 어트랙션인 ‘탑드리프트’도 있다. 좌석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실제로 트럭을 운전하는 느낌을 실감나게 구현한 럭셔리 어트랙션으로, 수천만원 상당의 고가품이다. 보통은 전시회나 쇼핑몰에서 집객 효과를 보기 위해 설치하는데, 놀랍게도 스마일카페에 이 물건이 있다. 다른 곳에서는 1회 탑승료로 5000원 가량을 받지만, 물론 스마일카페에서는 공짜다.

스마일카페는 발달장애우들이 직접 소분, 실링, 배달하는 ‘베어베터’ 원두를 쓰고 있다. 카페 한켠에는 스마일게이트가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만난 청소년들이 직접 펜으로 눌러 쓴 감사편지가 게시되어 있어 흐뭇함을 더한다.  

겨울철 계절 음료인 허니콘라떼를 주문해봤다. 고소한 옥수수에 달콤한 꿀을 더해 따뜻하게 끓여낸 이색 음료다. 옥수수 알갱이가 듬뿍 들어간 걸쭉한 라떼가 식도를 타고 넘어가면 어느덧 배는 든든해지고 기분은 나른해진다.

카페 인테리어에서는 스마일게이트의 아이덴티티가 묻어난다. 바닥, 벽면, 의자를 선명한 오렌지색과 노랑색으로 꾸며 따뜻하면서도 잘 정돈된 느낌을 준다.

다문화가정과 함께 하는 엔씨소프트 링크

 

엔씨소프트의 사옥 1층과 2층에서는 사내 카페테리아 ‘링크(LINC)’를 만날 수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3년부터 성남시와 취약계층 다문화가정 여성 일자리 창출에 관한 협약을 맺고, 직원복지시설의 일부를 카페공간으로 기부하여 다문화 여성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꽃미남 바리스타가 반겨주는 1층의 ‘링크1’은 직원들이 방문객들과 함께 찾는 공간이다. 호텔 커피숍처럼 한적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추위를 타는 사람을 위해 무릎담요를 가져다 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2층의 ‘링크2’는 오로지 직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1층보다 훨씬 시끌벅적하다. 따뜻한 날에는 햇볕을 쬘 수 있도록 야외에도 테이블을 놓았다.

링크의 추천음료는 카페수어다(Cafe Suada)다. 베트남에서 즐겨 마시는 얼음연유를 넣어 진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인 커피다. 보기만 해도 달콤한 수제 머핀과 수제 쿠키를 곁들여 먹으면 좋다.

커피 외에도 스무디, 생과일주스, 미숫가루, 허브티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계절마다 시즌음료도 판매한다. 올 겨울에는 따뜻하게 목을 보호할 수 있는 생강차가 인기다.

물론 카페에서 만드는 음료 외에도 시중에서 판매하는 음료도 있다. 사옥 1층에 위치한 어린이집 아이들도 마실 수 있는 요거트나 바나나우유도 있다.

커피맛에 한번, 바리스타에 두번 반하는 컴투스 카페테리아

커피 좀 마셔봤다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곳이 있다. 바로 컴투스의 사내 카페테리아다. 특별한 카페 이름도 없고 규모도 다른 곳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커피맛만큼은 어디와 견주어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다.

브라질, 과테말라, 케냐, 에티오피아에서 가져와 미디엄로스팅(커피콩을 중간 정도로 볶아 신맛을 내는 로스팅)한 원두를 쓴다. 커피의 바디감과 쓴맛보다는 신맛과 향에 집중했다고. 언제든지 가볍게 한잔 즐기기에 적합하다. 

컴투스 카페테리아가 유명한 이유가 또 있다. 친절하고 부지런한 두명의 미녀 바리스타들이다. 컴투스 게임 개발자들은 물론이고, 외부 방문객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이들의 미모에 반해 말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두 명의 바리스타가 하루에 만드는 음료만 무려 500여잔. 커피가 날개돋친듯 팔리는 이유는 비단 맛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바리스타 추천 메뉴는 크림넛라떼와 카라멜 바닐라라떼다. 취재를 위해 여러 잔의 음료를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귀찮은 기색 없이 귀여운 라떼아트까지 만들어준다. 듬뿍 올린 달콤한 토핑의 칼로리가 걱정됐지만, 맛에 반하고 친절함에 반해 남김 없이 다 마셨다.

컴투스의 음료값은 모두 1000원으로 균일하다. 컴투스에서 직원복지 차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손익분기점 같은 건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받은 1000원마저 좋은 곳에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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