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의 3대 축, ‘모바일-온라인-e스포츠’ 격변의 시기

<2012년 12월 18일 정식출시한 피파온라인3>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대한민국 음원 차트와 카페를 강타한 2012년. 국내 게임산업에도 그 노래처럼 봄바람이 불었다.

게임산업에 있어서 2012년은 ‘프라하의 봄‘과도 같은 시기였다. 지금은 게임산업이 전반적으로 대형화, 고도화되어 중소 게임사들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2012년은 신생 모바일게임사들이 베이비붐처럼 쏟아졌고, 독특한 기획력을 갖춘 모바일게임이 줄을 이었다.

여기에 스마트폰 사양이 높아지고 LTE 무선 네트워크 등 기술적인 발전을 겪은 뒤,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종속된 하부 산업이 아닌 독자적인 산업으로 분리됐다. 포털과 대형 게임사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는 퍼블리싱 사업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카카오 키즈를 비롯해 새로운 게임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기존 온라인게임 시장을 장악했던 대형 게임사들의 입장에선 뒤늦은 모바일 전환이 뼈아픈 실책으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심지어 피처폰게임의 강자인 게임빌과 컴투스도 갈팡질팡할 정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모바일게임이 웹게임처럼 이내 사장될 것이라는 전망을 여기저기서 내놓았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과 온라인게임, e스포츠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성장한 시기가 2012년이다.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 온라인게임이 출시를 줄이어 동시접속자, PC방 점유율 등 높은 지표를 나타냈다. e스포츠의 세대교체를 한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가 국내에서 용틀임을 시작했다.

스마트폰 전용 모바일게임 붐, 카카오톡과 결합한 파급력

현재 신작 게임 개발사라고 하면 몇 명으로 이뤄진 소규모 스타트업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2012년 초기에 게임 개발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사업으로 인식됐다. 특히 개발, QA, 서비스, 마케팅 등 온라인게임 부분에서 더욱 그러한 면이 드러났다.

개발비 200억 원, 300억 원 등 평범한 소시민이 꿈도 꾸지도 못하는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은 게임 마케팅을 위한 상징적인 문구로 통용됐다. 온라인게임은 개발, FGT, CBT, OBT, 정식 출시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쳤고, 당연히 인적, 시간적 자원이 대량으로 필요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선데이토즈 애니팡>

하지만 스마트폰 전용 모바일게임이 게임산업 전면에 등장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불과 5인 안팎의 소규모 개발사에서 내놓은 모바일게임이 일간 매출 1억원을 돌파하면서 게임산업은 또 다른 가능성을 엿봤다. 기존 온라인게임 개발비에 비하면 10%도 미치지 못하는 저렴한 비용으로 인기 온라인게임에 비견되는 성과를 거뒀다.

기름을 부은 것은 카카오톡이었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점유율 1위인 카카오톡은 메신저를 이용한 게임 플랫폼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for Kakao’ 타이틀로 출시한 게임들은 내놓자마자 매출이 수직으로 치솟았다.

“카톡. 카톡.” 2012년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여기저기 울리는 카카오톡 알람 소리와 함께 모바일게임의 황금기로 다가왔다. 추석 명절을 뒤흔든 '애니팡'을 비롯한 ‘드래곤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등 장르를 선도하는 모바일게임들이 막 요람에서 탄생, 곧바로 성공의 축포를 터트렸다.

대작 온라인게임 다수 출시, 하지만 허리가 잘렸다

온라인게임도 2012년에 최고의 전성기를 찍었다. 네오플의 액션 AOS ‘사이퍼즈’, 엔씨소프트의 무협 MMORPG ‘블레이드앤소울’, 디아블로 시리즈의 3번째 정식 넘버링 ‘디아블로3’ 등 대형 온라인게임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에는 대작 온라인게임이 연거푸 쏟아졌다.

분명히 신작 온라인게임은 다양한 부분에서 이전 출시작보다 진보한 모습을 갖췄다. 기존 온라인게임 유저들을 다시 PC 앞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2012년은 과포화상태에 이른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치킨 게임이 시작된 해다. 그 결과 소수의 대형 게임사만 그 출혈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그래픽, 시스템, 스토리텔링 등 차별화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2012년 출시한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앤소울>

중소 게임사들도 모바일게임으로 투항하듯이 옮겨가면서 온라인게임은 2012년을 정점으로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반면 모바일게임은 게임산업에서 하루하루 성장 가도를 달렸다. 오히려 온라인게임이 제2의 웹게임이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나타났다. 이때부터 온라인게임의 과금 구조가 점점 모바일게임처럼 철저한 상업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별다른 매출원 없이 5년간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중소 게임사는 지금도 극소수다. 중소 개발사들은 레드오션으로 변한 온라인게임 개발보다 짧은 시간에 개발, 바로 매출원으로 이을 수 있는 모바일게임으로 너도나도 옮겨갔다. 피라미드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간층이 일거에 사라진 셈이다.

침체된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가 다시 세우다

지금 e스포츠를 말하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이상혁(페이커)를 비롯해 유명 e스포츠 선수들이 한국 출신이다. ‘LoL은 '스타크래프트' 열풍을 이어받아 이미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표준 e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2012년 초반까지 국내 e스포츠는 침체기를 겪었다. 온라인게임은 진화를 거듭, 기술적인 정점을 달렸지만, e스포츠는 20세기 유물급 PC게임인 ‘스타크래프트’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 마저 대중화에 실패, 대처할 타이틀이 절실히 필요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e스포츠로 인기를 얻고 있는 LoL>

그런 와중에 e스포츠로 모든 자격을 갖춘 LoL이 2011년 연말에 한국 서비스를 개시, 2012년부터 본격적인 기지개를 폈다. LoL은 플레이 재미, 직관적인 관전 모드, 다대다 대전 등 e스포츠의 인기요소를 두루 갖췄다.

출시하자마자 인터넷 방송과 입소문 등을 타고 빠르게 번졌다. 4개월만에 외산 게임이 국내 온라인게임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이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이래 처음이었다. 침체된 e스포츠에도 메시아와 같은 존재로 다가왔다.

과금에 지친 유저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철저한 무료 게임, 과금을 하더라도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BM, LoL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롤비어천가’를 쏟아냈다. 빠른 시간에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이 게임은 2016년 ‘오버워치’가 나올 때까지 5년 동안 주간 PC방 점유율 1위를 줄곧 지켰다.

e스포츠는 LoL의 인기에 힘입어 2012년에 제2의 막이 열렸다. 연이은 기업 후원 프로팀 창단에 e스포츠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각종 아마추어 리그부터 프로 리그까지 자생적인 생태계를 갖춰나갔다. 또 한국인 e스포츠 선수가 글로벌 대회에서 보여준 대활약은 다시 한 번 글로벌 e스포츠 팬들에게 진정한 재미를 선사했다.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12 개막식>

불과 5년 전인 2012년은 게임산업의 3대 축인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e스포츠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이 된 의미가 있는 시기다. 희비가 엇갈린 게임산업의 각각 현재 모습을 보면, 5년 전의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지도 미지수다.

다시 5년 후인 2022년에는 각각의 게임산업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플랫폼이 등장할지, 온라인게임이 다시 부흥기를 이끌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5년 전을 회상했을 때, 지금이 모든 게임산업이 동반성장을 기록한 ‘게임산업의 봄’으로 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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