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더레코드, 수지’, 수지 본인이 먼저 제안해 촬영 진행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출연한 모바일 예능 ‘오프더 레코드, 수지’가 지난 19일 화제 속에 막을 내렸다. 수지의 모바일 예능 출연으로 관심을 모은 이 콘텐츠는 첫 화가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면서 360만뷰를 기록하는 등 이슈를 모았다. 스타이면서 동시에 평범한 20대 여성 배수지의 인간적인 매력을 담아낸 것이 이 프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콘텐츠를 제작한 사람은 메이크어스의 딩고스튜디오를 총괄하고 있는 최재윤 이사. 그는 과거 Mnet에서 ‘2NE1tv’, ‘BIGBANGtv’, ‘오프더 레코드, 효리’, ‘MAMA’ 등을 연출한 바 있다. ‘오프더 레코드, 수지’에서는 모바일 예능으로 직접 제작을 맡았다.

최 이사는 처음 ‘오프더 레코드, 수지’를 연출한 계기에 대해 “수지 본인이 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아니라, 수지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먼저 그에게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이다.

최 이사는 2008년 ‘오프더 레코드, 효리’를 연출했지만, 그 후속편을 만들지는 않았다. 이효리처럼 적합한 스타도 없었고, 여러 시리즈를 만들어 콘텐츠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최 이사는 “‘오프더레코드 효리’ 이후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왔는데, 다들 착각을 한 것  같다”며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그냥 24시간 따라다니면서 찍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어떠한 시점으로 스타를 바라볼 것인가, 인물이 어떤 문제나 고민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는 수지가 단순히 자신의 24시간을 찍는 프로그램을 요구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저는 수지라는 사람을 잘 몰랐고, 실제로 만나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며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이런 자세라면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효리는 그 당시 가장 핫한 섹시 아이콘이었다. 반면 수지는 청순하지만 유리창 뒤에 가려진 느낌이다. 최 이사는 “수지는 어떻게 찍어도 기-승-전-예쁨 으로 끝나더라. 그래서 그러한 점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오프더 레코드 수지’에서는 실제 수지가 쓰는 문자 메시지나 말투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자의 오타까지 고스란히 집어넣었다. 방송에서 그녀가 마시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도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수지가 실제로 그 소주를 마셔서 찍은 것이다. 최 이사는 “수지는 어리면서도 가끔은 정말 어른스럽다”며 “아마 수지가 30대가 된다면 또 다른 수지만의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이사가 속해 있는 회사 메이크어스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통상 메이크어스는 트레져헌터, 다이아TV, 아프리카TV 등과 함께 MCN(Multi Channel Network) 업체로 불린다. 하지만 최 이사는 메이크어스가 MCN 업체와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메이크어스는 콘텐츠 제작 자체에 심혈을 기울이는 업체다. 연예인이 청춘들을 응원해주는 ‘수고했어, 오늘도’를 비롯해 ‘세로 라이브’ ‘이슬라이브’ 등이 대표적인 콘텐츠다. 요리와 여행 콘텐츠도 제작한다.

“MCN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 2011년 정도다. 해외에서는 유튜브가 커지면서 2013년까지 엄청난 성장을 거두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2014년 작은 업체들이 큰 회사에 인수되면서 모두 재편됐다.”

최 이사는 애초에 MCN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해외에서 보듯 MCN은 이미 한계가 드러났고, 유튜브도 성장 동력이 떨어졌다. 더 이상 새로운 유튜버 스타들이 성장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한국에는 재작년에 MCN이라는 단어가 급부상했지만 사실은 이미 끝난 시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크어스에 대해 “TV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MCN도 아니다. 전혀 다른 회사”라며 “굳이 정의하자면 TV 채널이 없는 미디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메이크어스는 경쟁자가 없는 상태”라며 “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실험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이사는 앞으로도 미디어 환경은 계속 변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것은 같지만, 유통방식이 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동시에 새로운 플랫폼이 나타나기도 쉽지 않아졌고, 혁신적인 콘텐츠가 나오기는 불가능해졌다고 내다봤다.

원래 그가 회사에서 맡은 업무는 딩고 스튜디오 자체를 운영하는 일이다. 하지만 ‘오프더 레코드 수지’를 만드느라 잠시 업무에서 손을 땠다. 제작이 끝났으니 이제 본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 이사는 “지금은 콘텐츠를 짧게 만들어 유통하는데, 길게 만들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궁금하다. 그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아마 굉장한 실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더 레코드’ 수지 역시 매우 짧게 편집돼 있지만, 편집을 다시 해 긴 콘텐츠로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다. 동시에 영어, 중국어 콘텐츠를 만들어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진행 중이다.

딩고 뮤직에 대해서는 “사라진 음악 잡지나 미디어의 역할을 대신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가수들이 음악을 소개할 수 있는 창구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잡지, 라디오, 신문, MTV 등에서 많은 음악들이 다뤄졌다. 지금은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도 잘 보지 않는다. 최 이사는 “뮤지션과 제작자들은 이용자들이 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새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한다”며 “아직은 개념을 조금씩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딩고 스튜디오는 2월 말 새로운 웹시트콤 ‘썸남’을 선보인다. ‘썸남’은 현재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배철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시트콤으로 만든 작품이다. UV의  ‘이태원 프리덤’ 뮤직비디오와 Mnet ‘UV신드롬’, ‘비틀즈코드2’로 특유의 B급 정서를 선보여 온 유치콕 감독이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최 이사는 “유 PD의 감성은 매우 특이해서 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하다”며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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