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형제 같은 이야소프트 ‘게임음악 조율사’

이야소프트의 게임음악 조율사인 손민수 팀장-곽길문 PD(오른쪽).
[게임톡]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임 안에는 음악이 있다. 장르를 떠나 게임 내에 처음부터 끝까지 실핏줄처럼 타고 흐르는 게 음악이다.

유저들이 음악을 만나는 것은 로그인 순간부터다. 그리고 게임을 시작하며 어느 순간 게임을 하며 리듬을 탄다. 마치 생생한 현실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처럼 매 장면으로 몰입해 들어간다. 그리고 아바타와 일체가 된다. 게임 내 음악은 ‘아이온’의 양방언,‘라그나로크’의 간노 요코처럼 유명 음악가들이 빚어내는 배경 음악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게임 내에는 효과음이 70%를 차지한다.

지난해 해가 저물어 가는 세모(歲暮)에 서울 역삼역 1번 출구에서 7분 거리에 있는 이야소프트를 찾았다. 곽길문(36)-손민수(33). 이 둘은 대중음악, 영화, 연극음악인으로 생활을 하다 2005년 넥슨의 ‘카트라이더’를 시작으로 게임음악으로 전향했다.

그 뒤로 현실에 안주하기 싫어 2010년에 이야소프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현재 이야소프트의 모든 게임 내 음악을 담당하는 그들을 만나 게임음악이 무엇인지를 들어보았다. 필요한 것은 단지 귀뿐이었다.

▲ 곽길문 PD
■ 넥슨 떠나 이야소프트로 온 까닭은?
그들은 원래 대중음악을 했다. 곽길문 PD(이하 곽 PD)이 “댄스나 록쪽의 비트가 강한 음악계열”이라면, 손민수 팀장(이하 손 팀장)은 “오케스트라와 퓨전재즈 같이 선율이 깊고 부드러운” 음악을 좋아한다. 그들은 1999년에서 2002년 사이에 영화(‘바람의 전설’ 외 다수)나 뮤지컬(‘Oh My God’ 외 다수) 음악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들이 게임개발사 넥슨에 입사한 것은 곽 PD가 2005년, 손 팀장이 2008년이다. 2010년까지 ‘카트라이더’, ‘버블 파이터’, ‘빅샷’, ‘에어라이더’, ‘크레이지 아케이드BnB’ 등의 배경 음악을 맡았다.

둘은 같은 팀이었고, 마인드가 비슷했다. 넥슨은 음악하기 좋은 회사, 월급도 따박따박 나오는 안정적인 직장이었다. 하지만 둘은 어느 순간 동시에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느꼈다. 비전이 안 보였다. 더 많은 게임의 제작프로세스와 사운드를 제작하고 싶은 개발자적이면서 음악가적인 ‘목마름’이 있었다.

그래서 둘은 어렵게 입사한 넥슨을 나와 서울 구의동 지하실에 작업실을 꾸몄다. 퇴사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회사를 박차고 나온 2010년은 많이 힘든 시기였다. 둘 다 마이너스 대출을 받았다.

5개월 만에 첫 일을 준 곳이 이야소프트였다. ‘언베일드’와 ‘아이리스 온라인’. 일을 하면서 전달받은 사운드 리스트 외에 경험상 추가적으로 넣어야 할 사운드가 많이 보였다. 요청하지 않은 사운드지만, “우리 손으로 만든 게임 사운드는 꼭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 능동적으로 더 많은 사운드를 전달해 넣었다.

▲ 손민수 팀장
작업한 지 한 달 정도. 이야소프트에서 미팅 제안이 왔다. 개발 이사를 만난 자리에서 한 가지 제안을 받았다. “계속 저희와 사운드 작업을 같이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입사해서 사운드를 맡아주시겠습니까?”

이야소프트에는 사운드 쪽에 항상 아쉬움이 있었고, 사실상 거의 도맡아 관리할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실제로 국내 중소개발사들 거의가 그렇다고 보면 된다. “넥슨을 나와서 사실상 몇 개월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입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둘은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고민 끝에 입사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있었다. 이야소프트는 작은 개발사이지만, 사운드가 갖는 비중에 대해서 인정하고 투자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들이 가진 게임 사운드의 비전에 더 열정을 쏟을 수 있는 터와 바탕이 될 것으로 생각됐다.

다행히 회사에서 사운드 쪽에 대해 많이 열려 있었다. 그리고 그걸 인정받아 아예 정식 직원으로 발탁되었다. 이제 그들은 이야소프트의 모든 게임의 음악을 담당한다. 곽 PD는 “처음 왔을 때는 개발팀에 사운드팀이 없었다. 이제 전담팀이 생기니 게임 콘텐츠가 풍성해졌다는 안팎의 평을 듣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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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스토리+세계관 이해한 후 음악 믹싱
곽 PD와 손 팀장의 일은 단순하게 게임에 사운드를 추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손 팀장은 게임 사운드 엔진에 직접 게임 사운드를 심는다. 이것은 기획자와 프로그래머가 할 일을 많이 덜어주고 있다.

이들이 직접 클라이언트에 사운드를 심어 넣을 때 기존에는 개발팀에서 직접 상상하고 구현하기 어려웠던 사운드 구현들이 표현되어졌다. 이렇게 되기 전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개발팀에 이것저것 문의하고 요청을 해야 했고, 이전과는 다른 개발프로세스에 개발팀에서 거부반응이 나왔”으나 이제는 신뢰가 쌓였다.

게임 OST도 만들어 홍보효과를 톡톡히 봤다. 게임 가수 1호인 ‘마그나카르타’의 엄지영, 아이폰 연주 UCC로 유명한 애플걸 김여희, 가창력이 풍부한 베이지, ‘여름 안에서’를 리메이크해 부른 서연을 직접 섭외하여 ‘딜라이트’의 노래를 만들어 홍보에 사용했다. 유저들이 이 음악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또 유튜브에 그 음악을 스스로 연주해 올리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 이야소프트의 '에다전설'
이들은 게임음악을 만들 때면 기본에 충실하다. 처음부터 게임 스토리, 세계관을 파고든다. 손 팀장은 “배경과 캐릭터에 맞는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장르에 맞는 건 어떤 것일까를 늘 고민한다. 그래서 장르적인 접근을 한 후에 클라이언트를 열어 연주하면서 맞춰본다. 패치를 해도 맵과 테마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기획서를 꼭 동봉해달라고 한다. 둘이 음악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사운드가 들어갔을 때를 상상하곤 한다”고 했다.
▲ '에다전설' 전투장면.

곽 PD는 “사운드 이펙트(효과음)과 음악의 구분이 일치해야 한다. 이전에는 RPG 게임들이 플레이를 할 때 어떤 상황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플레이 시 장시간 동안 음악이 나오면 유저는 귀에 피로감을 느낀다. 이것은 플레이를 길게 이어가지 못 하게 만든다. 귀의 피로를 덜어주고 심리적인 효과를 넣어주기 위해서라면 현장감 있게 새소리나 바람소리를 넣고, 음악은 상황에 맞춰 더해지고 빼지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요즘 사운드의 추세다” 라고 말했다.

게임이 3D로 만들어지면서 중요해진 것이 현장감과 사운드다. 위기나 전투, 승리 때 기분을 올려주고 긴장감을 주는 음악이 필요하다. 사용하는 악기도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해선 한 가지의 악기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신스계열, 어쿠스틱계열, 오케스트라 계열 등의 악기를 비율에 맞춰 적절히 골라 음악에 넣어줘야 한다.

멜로디의 중독성을 위해 ‘에다전설’은 메인 테마로 쓰인 멜로디 라인이 그대로 마을까지 이어진다. 마을은 올림푸스와 티탄, 밤과 낮, 어두움과 밝음의 이미지로 나뉘는데 같은 멜로디를 편곡만 달리하여 계획적인 중독성 사운드를 만들기도 한다.

■ 생생한 현장감이 게임음악의 핵심포인트
게임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현장감이다. 말을 타고 갈 때 바닥에서 나는 소리들은 유저들을 기분 좋게 한다. 산 정상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땀을 씻어내는 듯한 황홀한 기분에 빠져들게 한다. 그것이 바로 현장감이다.

처음 ‘루나플러스’ 음악을 맡았을 때는 게임 내에 발소리 하나도 없었다. 또한 곡을 여러 번 중복해 사용했다. 이들은 맵50개면 각기 다른 곡을 넣자고 제안했다. 1달 반을 작업해 50곡을 완성했다. 처음부터 사운드랑 같이 작업을 하지 않았으니, 구현하려면 다시 클라이언트를 뜯어야하는 불편함을 감내하면서 말이다.

‘오벨리스크’ ‘딜라이트’ ‘던전히어로’등 신규작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곽 PD는 “이때부터는처음부터 개발팀과 같이 협조했다. 캐릭터가 맵을 이동할 때 잔디밭이나 통나무 위, 벽돌 블럭, 눈길이나 흙길 등 각기 다른 발자국 사운드가 나는 것이 기본적인 게임 사운드다. 기초적인 사운드부터 개발팀과 함께 논의하며 구현했다”며 “처음부터 사운드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의 개발을 통해 개발팀이 사운드에 대한 중요성과 단순 콘텐츠 삽입만이 끝이 아님을 공감했다”고 말했다.

‘에다 전설’의 경우 크리스마스에는 메인 테마를 캐럴 분위기로 편곡해 눈 내리는 배경에 사용했다. “장르를 떠나 현실성 있는 사운드를 만났을 때 만족감이 생기고 명품 게임이 된다”는 것.

▲ 사운드 이펙트 등을 놓고 토론 중인 손민수 팀장-곽길문 PD(오른쪽).
배경 음악의 제작은 기타와 관악기 등은 직접 연주가 가능해 바로 연주하여 녹음한다. PC 3대를 연동하여 CPU와 메모리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가상악기(vsti)와 모듈사운드를 섞어 배경음악을 만든다.

손 팀장은 “요즘 트렌드는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분위기를 내려면 현실보다 다소 과장해야 듣는 사람이 더 현실적으로 느낀다. 또한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음악이 즐거워야 게임도 즐겁다”고 강조했다.

곽 PD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사운드가 채워준다. 게임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해준다. 유저와 어떻게 호흡을 맞출까를 상상한다. 큰 패치 테마의 경우 만들기 전에 우리 둘이 파일을 주고받으며 ‘어떠냐’ 토론하고 비판해가며 곡의 분위기를 정한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지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이야소프트 게임에 대한 평도 달라졌다. “이야소프트 게임은 좋은 사운드 옷을 잘 입혀놨다. 들으면서 플레이해도 퀄리티가 뛰어나다.”

■ “목표는 게임음악 독립스튜디오를 차리는 것”
대중음악을 했던 그들은 여전히 대중음악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하겠지만 찾아다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 이야소프트 내에 있는 홀토닉스튜디오.
그들의 목표는 무엇보다 게임음악 독립스튜디오를 차리는 것. 이야소프트 사장님과도 이미 공유했다. 사장님도 알게 모르게 밀어주고 든든히 후원하고 있다.

현재 이야소프트 내에는 이들을 위한 ‘홀토닉스튜디오(www.wholetoniq.com)가 이미 마련되어 있다. 그들은 이 스튜디오를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꾸며 게임음악은 따로 만들어 쓸 수 있도록 설계중이다.

두 사람은 이야소프트에 합류한 이후 한 게임음악 작업을 디지털 음원으로 바꿔 벅스를 찾아가 유통시킨 바 있다. 앞으로 배경음악이나 사운드소스를 유통하며 이야소프트 유저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홀토닉스튜디오를 ‘한국 게임사운드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홀토닉 스튜디오의 근황] 

‘한경닷컴 게임톡’을 통해 수개월 전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홀토닉 게임사운드 스튜디오의 최근 소식이 들려왔다.

당시 인터뷰에서도 밝혔던 계획대로, 올 1월 이미 독립 게임사운드 제작 업체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3월에 이사를 마치고 함께 일할 사운드 인력도 2명에서 8명으로 늘렸다.

창업 초기임에도 그간의 노하우를 인정받아 이미 여러 개발사의 프로젝트를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그 와중에도 신인 가수를 발굴, 음반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

공동대표 체제로 출범한 홀토닉 스튜디오의 곽길문 PD는 "지난 몇 개월 어려움이 많았다. 각오하고 있었지만, 막상 부딪쳐 보니 상상 이상이더라. 개발 업체와 자리를 마련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라며 창업 초반 어려웠던 것에 대해 토로했다.  

손민수 PD도 “다행히도 우리 스튜디오의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높게 봐주셔서 여러 업체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꼭 만족할 만한 결과물로 보답하겠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들은 복잡한 강남 테헤란로를 벗어나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터를 잡았다. 좋은 공기와 한적한 공간이 마음을 더욱 넓게 만들어 준다고 소식을 전했다. 새 둥지에서 새롭게 비상을 시작한 홀토닉이 어떤 음악으로 게임계를 감동시킬지 궁금하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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