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 '목을 비틀어도 새벽 사자후' 게임 속 닭들은

세간 속 닭의 이미지는 다소 부정적이다. 머리가 나쁜 사람을 닭에 비유하는 탓에 근 몇년간 닭은 풍자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때로는 조류독감을 옮기는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라는데, 해를 넘겨도 닭은 여전히 악역을 도맡는다. 붉은 닭 마케팅에 여념이 없는 매운치킨, 불닭 요식업체들만 신났다.

10여년 전 온라인게임 초기에는 게임 속 닭들도 천덕꾸러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초반부에 때려잡아야 하는 몬스터나 존재감 없이 농장 주변에 돌아다니는 가축 역할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닭의 위상이 많이 격상됐다. 늠름한 탈것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귀여운 애완동물로 묘사되기도 한다. 동물 캐릭터를 콘셉트로 삼은 캐주얼게임에서는 주인공으로 나올 때도 있다. ‘느그닭’에서 ‘우리닭’이 된 것. 과연 게임 속 닭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닭의 해를 맞이해 온라인게임 ‘히어로즈오브더스톰’에 닭 탈것을 추가했다. 1월 26일부터 시작하는 달의 축제 기간에 닭 경주를 25회 완주하면 닭 초상화와 ‘달의 닭’ 탈것을 보상으로 준다. 또한 상점에서는 ‘황금 닭’ 탈것을 판매한다. 유약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강인하고 늠름한 인상을 준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 레드나이츠’에는 닭의 머리에 도마뱀의 몸통을 가진 ‘코카트리스’가 등장한다.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흉악한 몰골의 몬스터로 등장했던 ‘코카트리스’는 모바일게임으로 넘어오면서 귀여운 소환수로 인생역전했다. 그리폰의 둥지에서 태어났지만 자신의 엄마는 따로 있다고 생각해 엄마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는 스토리도 가지게 됐다. ‘코카트리스’는 ‘버그베어’와 함께 여성팬들 덕후몰이를 담당한다.

네오위즈게임즈의 온라인게임 ‘블레스’에는 정유년을 맞아 병아리 콘셉트의 탈것과 애완동물이 추가됐다. 1000루메나(게임재화)에 판매하는 지상 탈것 ‘오동통통 당만이’는 무서움과 귀여움을 겸비했다. 700루메나에 판매하는 애완동물 ‘홍실옥주 요랑이’는 귀여운 노란색 병아리를 형상화했다.

선데이토즈는 닭의 해를 맞아 매치쓰리게임 ‘애니팡’의 병아리 캐릭터 ‘아리’를 ‘꼬꼬아리’로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 ‘꼬꼬아리’는 ‘아리’가 닭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의 캐릭터다. ‘아리’는 토끼 캐릭터 ‘애니’가 자리를 잡기 전까지 ‘애니팡’ 초기 인기를 견인했던 캐릭터다.

로비오의 캐주얼게임 ‘앵그리버드’에는 암탉 캐릭터인 ‘마틸다’가 등장한다. 초기에는 알 폭탄을 낳는 하얀 새 ‘바머 도브’로 출연했으나,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마틸다’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성별도 여성으로 확정됐다. 게임에 이어 영화 버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면서 서양에서 가장 사랑받는 게임 속 닭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닌텐도의 ‘포켓몬스터’에도 닭을 콘셉트로 한 몬스터가 나온다. 병아리를 닮은 ‘아차모’에서 진화하면 닭 모양의 ‘영치코’가 되며, 한 단계 더 진화하면 싸움닭인 ‘번치코’가 된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이다. 그동안 닭은 게임 속에서도 부정적인 이미지였다. 이런 천덕꾸러기의 닭이 '목을 비틀어도 새벽을 열어젖히는' 우렁찬 사자후를 토해내고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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