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로얄 장르 창시자 브랜든 그린이 개발한 ‘배틀그라운즈’ 첫 공개

낙하산을 타고 외딴 섬 ‘배틀그라운즈’에 도착하는 순간 죽음의 게임은 시작됐다. 이 곳에는 나 외에도 63명의 참가자가 숨어 있다. 남들보다 먼저 무기와 방어구를 찾아낸 후, 그들을 차례차례 죽여야 한다. 죽일 것인가, 죽을 것인가. 최후의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치열한 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블루홀이 개발중인 온라인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즈(이하 배틀그라운즈)’ 이야기다.

‘배틀그라운즈’는 배틀로얄 장르의 슈팅게임이다. 배틀로얄은 동명의 일본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장르로, 방대한 오픈월드에서 최후의 1인이 남을 때까지 데스매치를 벌이는 슈팅게임을 말한다.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글로벌에서는 인기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 장르를 만든 사람은 아일랜드 개발자 브랜든 그린이다. 그는 슈팅게임 ‘아르마2’의 모드 게임중 하나로 배틀로얄 모드를 최초로 만들었고, 이 모드가 인기를 끌자 데이브레이크게임즈에 합류해 슈팅게임 ‘H1Z1’에서도 배틀로얄 모드를 만들었다. 특히 ‘H1Z1’의 배틀로얄 모드는 본 게임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고, 출시 1년만에 독자 게임으로 분리되어 출시됐다. ‘카운터스트라이크’가 ‘하프라이프’에서 갈라져 나온 것과 비슷하다.

‘배틀로얄의 아버지’ 브랜든이 2016년 블루홀에 합류해서 만든 배틀로얄 게임이 바로 ‘배틀그라운즈’다. ‘배틀그라운즈’를 총괄 담당하는 김창한 블루홀 PD가 그에게 “같이 일하자”고 권유하는 메일을 보낸 것이 계기가 됐다. 브랜든은 “그 전에도 배틀로얄 게임을 함께 만들자는 문의는 정말 많이 왔지만, 심사숙고 끝에 나와 비전이 똑같았던 김창한 PD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블루홀은 언리얼엔진4를 활용해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고품질 배틀로얄 게임 ‘배틀그라운즈’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블루홀로 보금자리를 옮긴 브랜든은 2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 지하철을 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e스포츠 경기장이나 PC방도 자주 가는데, 한국 사람들의 게임에 대한 열정은 아일랜드나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감탄했다.

브랜든은 배틀로얄 게임에서 사격 실력보다 생존 기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배틀그라운즈’는 맨몸으로 섬에 떨어진 상황에서 맵과 주변 환경을 가장 잘 활용해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는 “기존 배틀로얄 게임은 적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조준해서 죽이느냐에 초점을 맞춘 반면, 우리 게임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누가 더 전략적인 사고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배틀그라운즈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총기가 아니라) 프라이팬으로도 적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든은 배틀로얄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한명으로 ‘아르마3 배틀로얄 시즌2 파이널 토너먼트’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ABC Camper’라는 유저를 꼽았다. 그는 게임 내내 숲에서 숲으로 숨어다니며 경쟁자들이 서로를 죽이고 자멸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결국 그는 아무도 죽이지 않고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실제로 ‘배틀그라운즈’에서도 섬 외곽에서 차량을 타고 전투를 피해 다니다가 마지막 승부처에서 슬쩍 나타나 숟가락을 얹는(?) 유저들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배틀그라운즈’는 북미와 유럽에서 알파테스트를 두 차례 진행했다. 특히 트위치의 유명 스트리머들이 직접 플레이하며 찍은 영상은 유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창한 PD는 “피드백을 살펴본 결과 기존의 배틀로얄 게임인 아르마와 H1Z1과는 취향이 명확하게 갈린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게임도 독자적인 팬층을 형성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배틀그라운즈’는 밸브의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패키지 형태로 판매될 예정이다.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장르 특성상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료 아이템은 판매하지 않는다. 김 PD는 “캐릭터 스킨 정도는 만들 수 있지만, 부분유료화로 방향을 잡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배틀로얄 장르가 대중화된 서구권을 우선 겨냥한 게임이지만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할 계획도 있다. 김 PD는 “시장 규모가 갖춰진 북미 유럽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한국 유저들이 원한다면 한국 시장으로도 확장할 생각”이라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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