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버스’ 기무라 유이토 사이게임즈 상무이사 인터뷰

‘바하무트: 배틀오브레전드’, ‘그랑블루 판타지’,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 등으로 일본 게임업계 신흥 강자로 떠오른 사이게임즈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 2월 7일 정식 출시되는 모바일 TCG ‘섀도우버스’로 마켓 매출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다. e스포츠 선진국인 한국에서 ‘섀도우버스’ e스포츠를 활성화하겠다는 당찬 속내도 드러냈다.

‘섀도우버스’는 일본과 북미에 출시돼 6개월만에 누적 다운로드 600만건, 일일 이용자 100만명을 기록한 글로벌 인기 카드게임이다. 엘프, 로얄, 위치, 드래곤, 네크로맨서 등 7개 리더 중 하나를 골라 덱을 구성한 뒤 각 턴마다 카드를 내서 상대방 리더의 체력을 0으로 만들면 승리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TCG 장르 1위를 줄곧 지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하스스톤’이 이 장르의 최강자다. 하지만 도전자 ‘섀도우버스’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영문 버전으로 플레이하며 정식 출시만 손꼽아 기다려온 열성팬들이 많다. ‘섀도우버스’가 한국에 출시되면 ‘하스스톤’과의 대결구도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섀도우버스’는 출시 초기 ‘하스스톤’과 게임방식이 유사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러나 직접 해보면 두 게임이 완전히 다르다는 게 사이게임즈의 설명이다.

게임톡은 ‘섀도우버스’를 알리기 위해 방한한 기무라 유이토 사이게임즈 상무이사를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그는 “섀도우버스는 지금까지 TCG를 해본 적이 없던 사람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며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 등 매력적인 비주얼이 특히 강점”이라고 말했다.

파트너 통하니 의사소통 산만해… 직접 서비스 결심

사이게임즈는 이전에도 ‘바하무트: 배틀오브레전드’와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를 다음 모바게를 통해 한국에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바하무트: 배틀오브레전드’는 2년 남짓,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즈’는 1년 남짓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사이게임즈는 직접 서비스로 방향을 선회했다. 직접 서비스를 하면 의사결정 과정도 간소해지고 유저들의 반응도 직접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었다. 기무라 상무는 기존 게임들의 한국 진출 실패 원인에 대해 “퍼블리셔 등 관계사들이 많아서 열심히 해도 일이 연계가 잘 되지 않았다”며 “결정도 내리기 어려웠고 진행 속도도 늦었고 유저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산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부터 책임감을 갖고 직접 서비스를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이게임즈의 간판게임 중 하나인 ‘그랑블루 판타지’의 한국 서비스도 가시화됐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기무라 상무는 “그랑블루 판타지는 현재 일본어 이외에도 영어를 지원하고 있다”며 “한국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전세계 유저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큰 그림은 그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게임즈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동안 반다이남코의 ‘원피스 트레저크루즈’ 등 일부 일본게임들은 한국 구글 마켓 매출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사이게임즈에게도 큰 자극이 됐다. 기무라 상무는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유저들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섀도우버스의 경우 e스포츠와 관련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드 유통기한 논란? ‘섀도우버스’도 시즌제 검토중

최근 한국에서는 “일본에서 하스스톤 공식 트위터와 섀도우버스 공식 트위터가 설전을 벌였다”는 소문이 퍼졌다. ‘하스스톤’ 트위터가 “(하스스톤이) 재미있으니까 (섀도우버스 같은) 짝퉁게임이 나온다”고 저격하자 ‘섀도우버스’ 트위터가 “재미있으니까 베낀다”라고 태연히 응수했다는 것. 하지만 기무라 상무에 의하면 이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기무라 상무는 “나도 그 이야기를 봤다”며 “일본 하스스톤측에서 우리를 의식해 날카로운 농담을 담은 광고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섀도우버스 공식 트위터가 그런 식의 대응을 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팬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솔직히 우리는 (하스스톤을) 크게 의식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기무라 상무는 ‘하스스톤’에 존재하는 카드 유통기한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전했다. ‘하스스톤’은 카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출시된지 2년이 넘은 카드는 공식전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유저들은 “유통기한이 있는 줄 알았으면 카드를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섀도우버스’ 또한 카드 파워 인플레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하스스톤’과 비슷한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 기무라 상무는 “섀도우버스도 (하스스톤처럼) 시즌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만일 시즌제로 운영하게 되면 유저들에게 바로 공지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새로운 카드를 이전 카드보다 강하게 만들 계획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섀도우버스’가 지키고 싶은 원칙이 몇 개 더 있다. 그러나 원칙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다. 기무라 상무는 “현재 섀도우버스는 상대방의 카드를 파괴하는 능력은 만들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이 또한 트렌드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또 섀도우버스 특성상 지금은 초중반에 승부가 나는데, 게임 생태계가 성숙해진 후에는 후반에 강한 덱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운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잘하는 사람은 항상 상위권

사이게임즈는 한국에서 ‘섀도우버스’ e스포츠를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매 턴마다 덱에서 카드를 무작위로 뽑아 승부를 펼치는 TCG는 e스포츠에 부적합하다는 의견도 있다. 운이 지나치게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기무라 상무는 “운은 원래 공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포커에도 운이 많이 필요한데, 포커 대회에서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또 TCG 매직더개더링의 경우도 잘하는 사람은 운과 상관 없이 무조건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봐서 운이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꾸준한 연습으로 운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섀도우버스’ e스포츠는 카드숍이나 카페 등 작은 곳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대회의 주체는 가게가 되고, 사이게임즈는 매뉴얼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는 “일본에서 열린 대회 중에는 라면가게에서 열린 대회도 있었다”며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무라 상무는 오래 기다려준 한국팬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영어 버전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즐겨주셔서 고맙다”며 “한국어 버전이 정식 출시되면 주변에 친구들과도 함께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할 테니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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