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R스튜디오 VR어드벤처게임 ‘프로젝트M’ 해보니

가상현실(VR) 속 게임 캐릭터와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아무리 정교하게 캐릭터를 만든다고한들, 무생물 그래픽 덩어리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한 교감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스타 2016에서 EVR스튜디오의 ‘프로젝트M’을 체험한 순간 생각은 바뀌었다. 게임 속 그녀가 웃자 심장이 뛰었고, 얼굴을 찌푸리자 평정심이 흔들렸다. 인간과 VR 캐릭터의 교감, 충분히 가능하다.

EVR스튜디오는 바른손이앤에이와 에프엑스기어가 합심해서 만든 VR전문콘텐츠 및 솔루션 개발사다. 설립된지 1년이 채 안된 스타트업이지만, 올해 5월 언리얼엔진 세미나에서 공개된 ‘프로젝트M’의 짧은 VR영상 하나로 세계에서 주목받는 VR개발사 중 하나로 떠올랐다. 등장인물의 섬세한 얼굴 묘사와 미묘한 감정까지 표현한 이 영상은 팀 스위니 에픽게임스 대표로부터 “지금까지 본 인간 캐릭터 중 최고였다”는 극찬까지 받았다.

그로부터 약 반년, EVR스튜디오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16에서 ‘프로젝트M’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총 25분 분량의 이 시연버전은 유저가 고등학교 3학년의 남학생이 되어 여자 동급생과의 미묘한 ‘썸’을 타게 되는 과정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풀어냈다. 영상 하나가 전부였던 반년 전에 비해 장족의 발전이다. 민동준 EVR스튜디오 총괄 PD는 “지스타에서 시연버전을 공개하기 위해 전 직원이 3개월간 프로젝트에 매달렸다”며 웃었다.

프로토타입이다보니 상호작용은 단순한 편이다. ‘그녀’가 먼저 질문을 던지면, 화면에 표시되는 몇가지 선택지 중 하나에 시선을 고정해 답을 선택한다. 무슨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 그녀의 반응이 달라진다. 썰렁한 농담이라도 하면 “다시는 그렇게 재미없는 농담을 하지 말라”며 불호령(?)이 떨어진다.

시연버전 속 ‘그녀’는 처음부터 유저에 대해 높은 호감을 갖고 있도록 설정됐다. 가만히 눈을 마주치고 있기만 해도 ‘그녀’의 기분이 점차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고개를 내려 가슴을 훔쳐보면 화를 내기도 한다. 이렇게 감정이 변하는 모습이 발연기 없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구현돼서 순간 ‘그녀’가 게임 캐릭터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다. 행동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가 진짜 사람 같다.

입모양과 딱딱 맞아 떨어지는 음성도 감동적이다. 캐릭터의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공들인 부분 중 하나다. 민 PD는 “캐릭터가 살아있다고 느껴야 같이 어울리고 싶기 마련”이라며 “살아있는 객체로 보일 수 있도록 모션, 입모양, 표정 등에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히 앉아서 이야기만 주고받는 정적인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은 아니다. ‘그녀’와 지난 여름방학에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면 회상씬으로 들어가는데, 장면이 바뀌면서 ‘그녀’와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해변에서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특히 스카이다이빙을 체험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다.

김재환 EVR스튜디오 대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미연시(미소녀연애시뮬레이션게임)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은 VR 어드벤처게임이 맞다”며 “VR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들어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신없이 게임에 몰입하다보니 순식간에 25분이 흘렀다. ‘그녀’와의 꿈 같은 만남은 찰나와 같았다. 못내 아쉬울 지경이다. 연애시뮬레이션게임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짙은데, 이 정도 완성도면 일반 유저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대표 VR 연애시뮬레이션게임 ‘서머레슨’과는 또다른 매력이 강하게 풍긴다.

앞으로 ‘프로젝트M’은 상호작용 방식과 선택지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민 PD는 “콘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주인공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할 때 프라이팬에 담긴 요리를 뒤집는 등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질 예정”이라며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파악한 유저의 성향에 따라 인공지능 그녀도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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