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는 ‘보고, 듣고, 만지는’ 3가지 감각 갈망, 킬러콘텐츠 아쉬워

<손을 뻗어 배트슈트를 집으려는 화면. '배트맨 아캄 VR'>

[김종연 VR톡] 제1부 ‘유저는 가상의 현실을 원한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HTC VIVE(바이브) 그리고 PS VR까지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HMD(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를 대표하는 3개의 기기가 모두 출시되었다.

VR게임 역시 각 기기의 출시에 맞춰 하나둘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 나온 VR게임들은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바이브 진영에서는 스팀(STEAM)과 바이브포트(VIVEPORT)를 통해 여러 게임을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속도를 올리는데 급급한 나머지, 제공하는 게임들의 퀄리티 검수는 제대로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VR 금광을 차지하기 위한 무리한 속도전은 마치 서부시대 ‘골드 러쉬(gold rush)’를 보는 듯하다.

오큘러스 스토어에는 오큘러스가 엄선한 게임이 등록되고 있지만, 다양한 유저를 충족시키기에는 물량이 부족하다. 특히 플레이 타임 측면에서 아직은 아쉬운 점이 많다는 평가가 눈에 띈다.

바로 지난 10월에는 PS VR이 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다. 일본에서는 첫주 5만 대가 팔리는 등 많은 기기가 팔렸고, 올해 말까지 260만대의 판매량을 예측하는 데이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PS VR을 구매한 유저들은 VR을 충분히 즐길 수 없었다.

화려한 소문 속 걸맞게 오랜 시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은 아주 적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PS4에서 즐길 수 있는 VR장비가 나와서 구매한 것이지 PS VR의 특정 게임을 위해 구매한 것이 아니었다. PS VR을 구매하는 것까지 이끌 수 있는 대표작이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게임 즉, 일명 킬러 콘텐츠가 아직 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어떤 이들은 대형 IP를 이용한 VR게임의 부재를 문제로 삼기도 한다.

하지만 ‘바이오하자드’, ‘파이널 판타지’ 같은 대형 IP들이 속속 출시의사를 밝히거나 실제로 PS VR과 함께 데모가 출시되었지만 정작 좋은 평가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또한 VR의 희망이라고 이야기 하던 반다이남코의 ‘서머레슨’ 역시 기대 이하라는 차가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왜 리프트(RIFT)가 출시된 지난 3월 이후 7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유저들은 아직까지도 VR 게임콘텐츠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지 못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단지 보는 VR에만 치중되어 개발된 VR게임이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유저는 360도로 보기만 하는 VR 게임에 만족하기 어렵다

오큘러스 리프트 DK1을 시작으로 VR이 다시 주목을 받으면서 모든 하드웨어 시장과 언론 그리고 유저들은 VR HMD 자체에 그 시선을 빼앗겼다. 그리고 VR HMD를 통해서 보는 360의 자유로운 세상이 곧 VR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시각에만 갇혀 개발된 VR게임의 대부분이 유저들에게 실패한 VR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저들은 VR을 ‘virtual reality’라는 단어 그대로의 가상현실로 받아들인다. 지금의 게임과 다른 점이 단지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여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것뿐이라면, 유저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VR콘텐츠 개발을 위해 대중을 상대로 테스트 해본 결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VR HMD를 착용하고 주변을 둘러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이유는 단순하다 둘러볼 이유가 없는 VR게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경우 굳이 주변에서 둘러보도록 이야기 해줘야만 둘러보고 놀라워한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이며 다시 정면을 응시하고 게임을 플레이한다.

■ 탑승은 손쉽지만 비싼 대안일 뿐이다
어떤 개발자들은 VR에서 몰입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움직이는 의자 같은 기구에 탑승하는 것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화면에 따라 의자에 움직임을 주어 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일체감을 줄 수 있고 움직임만 잘 만든다면 멀미도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오프라인 체험관에서는 여러 개의 구동축을 이용해 움직이는 일종의 레이싱 시뮬레이터와 같은 의자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의자들은 레이싱 게임을 더 현실감 있게 즐기기 위해 많이 개발되었는데 VR과 접목되면서 HMD상에 보여지는 콘텐츠 속 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어내거나 영상의 경우 미리 움직임을 만들어 놓고 플레이 시에 의자를 움직여주는 것으로 멀미를 줄이고 내가 그 안에 있다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부피, 가격, 범용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위험요소(리스크)를 안고 있다. VR을 위한 PC 마련에도 100만원이 들어가는 마당에 이러한 의자를 구매하기 위해서 수백만원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무거운 의자를 집에 놓을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

결국 이 방식은 오프라인 체험관, 테마파크, 오락실 등에서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B2C 시장에서 대안이 될 수 없다.

■ 만진다는 감각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리프트나 바이브에서 제공하는 모션 컨트롤러를 손에 쥐어 주고 그것을 활용하는 VR게임을 실행해 준다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이 경우는 모션 컨트롤러 즉, 내 손을 움직이는 게 화면에 비춰지고 그 손을 따라 여기 저기 둘러보며 가상의 현실 속으로 빠져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EK6Uap4M9Bg

그리고 이러한 반응을 고려해서 기존의 게임들처럼 단순히 앞만 보게 하지 않고 허리춤에 손을 올려 총을 뽑아 들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옆에 놓인 물건을 집에 들어 눈앞까지 놓고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그 기능이 게임 콘텐츠의 재미를 느끼는데 있어서 잘 설계되어 있다면, 소비자는 아주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다.

그 좋은 예로 PS VR로 출시된 배트맨 아캄(Batman: Arkham) VR을 들 수 있다. 1시간 가량의 짧은 이용시간으로 악평을 받기도 했지만 그에 비해 메타크리틱(metacritic) 점수 순위 50위 안에 들어올 만큼 좋은 평가도 받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 1시간만큼은 내가 배트맨이 되었다는 착각이 들도록 사실적인 비주얼 속에서 양손을 자유롭게 움직여 배트 슈트를 입어보고 범죄 수사를 하며 고담시티를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머레슨’은 이러한 포인트를 놓쳤다. 7일간 여학생을 가르치면서 컨트롤러로 할 수 있는 행동은 전화를 받아 귀에 대고 듣는 정도의 간접적인 컨트롤이나 고개를 끄덕이거나 좌우로 젓는 의사전달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서머레슨’을 보고 상상한 것은 다양한 방식으로 여자아이와 교감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실망스러운 게임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실제로 필자가 운영중인 NR스튜디오도 다양한 VR게임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더욱 좋은 VR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위해 고민한 결과 만지는 감각과 감정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이 부분에 대한 대폭적인 강화를 진행하는 중이다. 아직 그 과정속이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유저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던 그들이 원하는 VR의 느낌을 충족시킴에 더욱 가까워졌다.

이처럼 소비자가 원하는 VR은 곧 보는 것을 넘어서 내가 그 새로운 현실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원하는 것을 보고 만지고 듣고 싶은 것이지 단지 또 다른 스크린 속에 갇히고 싶어하지 않는다.

■ 만질 수 없다면 환상속에 빠져들게 만들어야 한다

꼭 만질 수 있어야만 재미있는 VR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레즈(Rez)라는 게임이 있다. 15년 전 와이어프레임을 기반으로 하는 독특한 비주얼과, 트랜스 음악을 절묘하게 융합해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이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레즈인피니티(Rez Infinite)가 출시되었고 메타크리틱 기준 90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로 플레이스테이션4 역사상 2번째로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게임이 되었다.
 

< 레즈인피니티의 스크린샷 https://www.playstation.com/en-us/games/rez-infinite-ps4/ >

‘레즈인피니티’가 VR버전으로 출시된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후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출시된 지금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PS VR을 구매하면 꼭 해봐야 할 게임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섬퍼의 스크린샷.출처: https://www.playstation.com/en-us/games/thumper-ps4/ >

비슷한 케이스로 같은 플랫폼인 PS VR에 출시된 ‘섬퍼(Thumper)’가 있다. 스크린샷만으로는 아주 단순한 레이싱 게임처럼 보이지만 개발사는 리듬 폭력 게임이라고 주장한다. ‘레즈인피니티’와 ‘섬퍼’는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놀랍도록 빠져드는 비주얼과 사운드다. 이 두가지 요소의 몰입도가 굉장히 높으며 그렇기에 유저들은 만질 수 없는 이 세상에 빠져든다.
 
VR에서 듣는다는 감각은 매우 중요한다. 유저는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를 느끼고 그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즉, 소리를 이용해 유저의 시점을 계속 이동시키고 그것을 게임 플레이와 연결하면 내가 화면 속 세상 안에 몰입한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두 게임은 PS MOVE 컨트롤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진다’라는 감각을 포기했다. 대신 보고 듣는 감각에 더 충실해 성공한 VR게임을 보여줬다. 어설프게 만지는 감각을 활용하기보다는 다른 두개의 감각의 역할을 극대화해 완전한 환상 속으로 유저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 소비자의 기대치는 생각한 것 보다 항상 높다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매력적인 가상의 현실을 제공받고 그것을 즐기는 것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 듣고, 만지는 3가지 감각을 잘 활용해야 한다.

잘 활용된 콘텐츠라면 유저는 개발자가 설계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가상의 현실속에 빠져들어 자유롭게 그 세상을 탐험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분명 일반 스크린 게임에서 느낄 수 없었던 재미와 감정으로 전환된다.

모든 게임이 보고, 듣고, 만지는 3가지 감각을 완벽하게 이끌어내긴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장르적 특성을 고려해 각 게임의 장르에 맞는 감각을 찾아낸다면 그리고 그 감각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어 유저를 가상의 현실에 몰입하도록 만들어 낸다면 성공한 VR게임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결국에 VR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몰입이다. 새로운 세상에 몰입하는 그 경험과 그 속에서 잘 짜인 구성에 따라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곧 킬러 콘텐츠로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감각을 조절하는 부분이 정형화 되기 시작하면 현재의 PC, 콘솔, 모바일 플랫폼처럼 안정된 재미를 가진 다양한 VR게임들이 공급 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종연 NR스튜디오 대표 michael.kim@nrstudio.co.kr

김종연 대표 프로필
2003년 ~ 2004년: 소노브이 온라인게임 ‘운무’ 기획자
2004년 ~ 2005년: 게임하이 온라인게임 ‘데카론’ 기획 파트장
2006년 ~ 2009년: 게임하이 온라인게임 ‘하운즈’ 기획팀장
2009년 ~ 2013년: CJ게임랩 온라인게임 ‘하운즈’ 개발PM
2013년 ~ 2014년: 네스토스 ‘파고파요’ 개발PD
2014년 ~ 2016년: 네스토스 대표이사 (VR게임 제임스의 유산, 모바일게임 작은별 제임스)
현재: NR스튜디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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