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스, 오큘러스 전용 FPS 게임 ‘로보리콜’ 공개

“내가 해본 가상현실(VR)게임 중 최고였다.”

이달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오큘러스 개발자 컨퍼런스 ‘오큘러스 커넥트3’에서 ‘로보리콜(Robo Recall)’이 처음 공개됐을 때, 게임을 시연해 본 외신들은 하나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언리얼엔진4로 만들어낸 유려한 그래픽, 박진감 넘치는 액션, 다양한 무기와 탈 것 등 액션게임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저렇게 칭찬 일색일까, 빨리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에픽게임스코리아는 20일 서울 강남구 사옥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로보리콜’ 시연회를 열었다. 시연회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기자들이 게임을 시연하고 있었는데, 시연을 마치고 나서는 하나같이 “재미있다”고 엄지를 치켜올렸다.

직접 체험해 본 ‘로보리콜’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유쾌하면서도 몰입감 넘치는 액션을 즐기다보니 10분이 눈깜짝할 새 지나갔다. 시연이 끝나고 나서도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던 VR게임은 ‘로보리콜’이 처음이었다. 흔히 VR플랫폼이 성공하려면 킬러타이틀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쩌면 ‘로보리콜’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킬러타이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오큘러스 리프트 전용으로 개발중인 ‘로보리콜’이 완전 무료라는 점이다. 오큘러스와 돈독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에픽게임스가 오큘러스 리프트 생태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별도의 요금 없이 무료로 공개하는 것. 현존 최고 수준으로 꼽힐만한 VR게임이 무료라니, 유료 VR게임들은 바짝 긴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로보리콜’은 2017년 초 오큘러스 스토어를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래픽부터 액션까지, ‘불릿트레인’보다 발전

에픽게임스가 VR엔진으로서의 언리얼엔진4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었던 테크데모 ‘불릿트레인(Bullet Train)’은 여러모로 참 놀라운 FPS게임이었다. 그래픽 퀄리티도 높았지만, 날아오는 총알을 손으로 잡는다거나 텔레포트로 구간을 이동하면서 총격전을 벌이는 방식이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테크데모라서 정식게임으로 출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였다.

이 ‘불릿트레인’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게임으로 만든 것이 바로 ‘로보리콜’이다. 그래픽은 더욱 선명해졌고, 이동방식은 더 자유로워졌으며, 밝은 색감과 유쾌한 액션으로 슈팅게임의 스트레스는 대폭 줄였다. ‘불릿트레인’에서 호평받았던 오브젝트 잡기, 피하기 등의 액션은 그대로 살렸다. 게임에 대해 잘 모르는 대중들도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오락실용 슈팅게임과 비슷하다.

에픽게임스에 따르면, ‘로보리콜’은 언리얼엔진4가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의 한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그래픽을 자랑하면서도 초당 90프레임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에픽게임스 관계자는 90프레임을 넘어가면 멀미를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0여분의 체험시간 동안 인지부조화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동방식은 멀미를 최소화하기 위해 ‘불릿트레인’에서 썼던 방식처럼 순간이동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특정 웨이포인트로만 이동할 수 있었던 ‘불릿트레인’과는 달리, 원하는 곳 어디든지 순간이동 할 수 있다. 그동안 웨이포인트로 순간이동하는 VR FPS게임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FPS게임은 처음이다. 시점도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360도 전방향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액션이 가볍고 유쾌해졌다는 점도 인상깊다. 이제 인간이 아닌 로봇이 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불릿트레인’에서 “인간을 쏴서 죽이는 것이 진짜 같아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피드백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VR게임이 너무 진짜 같아도 불쾌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개발진들이 깨닫게 된 것.

총의 타격감과 피격감에 있어서도 너무 사실적인 느낌을 지양했다. 인간이나 좀비를 맞출 때처럼 유기물이 터지는 끈적하고 불쾌한 느낌은 없다. 로봇을 맞출 때 불꽃과 금속조각이 튀는 효과는 마치 SF영화에서 총격전을 벌일 때처럼 가볍고 신나는 느낌을 준다. 외신들이 영화 ‘데몰리션맨’이나 ‘프레데터’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에픽게임스 개발진들은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지지 않도록, 80년대와 90년대 액션 영화의 느낌을 살렸다”고 밝혔다.

현재 ‘로보리콜’의 시연 버전은 10분 안팎의 스테이지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에픽게임스는 내년 초까지 스테이지를 여러 개 추가해서 게임을 완성할 계획이다. 완성 버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역시 믿고 기다리는 에픽게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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