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행사 총감독 “성공보다 실험 호응 기뻐"

[특별기고]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행사 총감독 “성공보다 실험적 행사 호응 더 기뻐"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이하 BIC)이 지난 9월 11일에 성황리에 막이 내렸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BIC는, 인디라는 한정된 주제에 기반하였지만, 행사장에 총 6391명이 방문했다. 한국 메이저 게임 웹진에서는 한국의 3대 게임 행사로까지 거론했다. 그리고 IGN일본 등의 해외 매체에서도 아시아의 게임 축제로 조명을 받는 등 불과 2년만에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하였다.

BIC를 기획한 필자에게는 행사의 외형적인 성장이 고무되는 일이다. 하지만 실험적으로 시도된 여러 부대 행사들이 성공적으로 개발자와 관객의 호응을 받았다는 점이 더욱 뜻이 깊었다. 여러 시도의 중심에는 해외 게임 행사를 우리 상황에 맞는 한국형으로 업그레이드시키자는 일관된 의도가 있었고 이러한 점이 행사의 성공에 기여했다고 본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단체사진]

한국 실정에 맞게 개량하자는 한국형(韓國形)이라는 단어는 전혀 나쁜 의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냉소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말이다.
    

[대표적인 한국형 사례, 명텐도]

2015년 9월에 처음 열린 1회 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은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로 기획되었다. 행사장은 좁은 공간이었지만 2500여명의 관람객들이 개발자들과 쉴새 없이 게임을 즐기고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3일간의 강행군으로 몸은 힘들었지만 게임 개발자로서의 자존감을 얻고 간다는 긍정적인 반응들을 보내 주었다.
    

[지난해 열린 첫 BIC행사의 전경 사진]

행사에 실용적인 면도 있었다. 많은 인디 개발자들이 유저들의 플레이를 통해 실질적인 피드백을 받았다.플랫폼 사업자와도 연결되 향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일도 생겨났다.

[HG스튜디오의 ‘스매싱더배틀’과 오큘러스의 첫 만남은 BIC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개발자들에게는 의미있는 행사였지만, 대외적으로 인디 게임을 부각시키는데는 실패했다. 행사의 전체 프레임을 해외 인디 게임 행사에서 따오고 개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고려하다보니 개발자들만의 코어한 잔치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때 시간을 더 내서 힘들게 전시하는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작품을 대중적으로 알려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2회 행사는 1회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업그레이드 요소를 기획했다. 전시 외에도 다양한 부대 이벤트와 행사를 알리는 다양한 요소를 기획했다. 나중에 행사가 끝나고 세어보니 시도한 이벤트들만 총 29가지였다. 이 중에서 BIC페스티벌이 국제적 인디게임페스티벌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해외 개발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무엇을 얻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외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라는 나라는 관광을 겸해 호기심에 한 번 놀러올 수는 있다. 하지만 매 해마다 BIC페스티벌에 좋은 개발자들이 꾸준히 방문하려면 게임 개발자로 행사가 의미가 있도록 BIC페스티벌만의 특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고민들이 준비하는 기간 내내 필자의 머리를 점령하고 있었다.

지난해 BIC행사에서 해외 개발자과 직접 이야기할 볼 기회가 많았는데, 의외로 한국 게임 개발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한국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프로 게임 리그가 전부란다. 우리 내부에서는 대형 MMORPG 서비스를 하는 서버 기반의 온라인 게임 선진국이라 자부했지만, BIC에 오는 해외 개발자들은 한국이 이렇게 게임을 잘 만드는 나라인 줄 몰랐다라고 굉장히 놀란 모습이었다(필자도 놀랐다).

그리고 행사장을 방문한 초딩(이후 어린아이)들이다. 이건 필자도 정말 의외였는데, 생각해보면 해외 게임쇼에서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단체로 게임 쇼에 와 진지하게 게임을 하는 모습은 별로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다. 우리에게는 초딩 습격이 놀랍지 않은 풍경이지만, 해외 개발자들에게는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어메이징한 광경이었던 것이다.
    

[1회 BIC 페스티벌을 한때 점령한 어린이 부대]

이러한 점들은 BIC페스티벌만의 유니크한 특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2회 BIC페스티벌의 개최 장소가 영화의 전당이다보니, 대형 스크린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우리에겐 고무적인 일이었다.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이 설비를 최대한 활용해 BIC만의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 한국하면 외국인들이 가장 친숙하게 떠올릴 수 있는 E-Sports, BIC만이 제공할 수 있는 야외 광장과 빅스크린, 어린이 관객까지 모두 결합해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행사 진행을 연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화면. 사진으로는 전달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지난해 BIC 관객상을 받고, 이후 여러 해외 인디 게임 쇼에서 호평받고 있는 아레나갓(Arena God)을 행사타이틀로 선정했다. 다양한 작품을 올리고 싶었지만, 유사 사례가 전무하다보니  더 많은 리스크를 짊어질 수 없어 게임 하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먼저 대다수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플레이할 수 있도록  특별히 신체 절단 효과 제거와 피 색상이 변경된 BIC 특별 수정 본을 개발자에게 요청해 받았다. 그리고 행사 진행을 더욱 즐겁게 해줄 MCN 크리에이터들을 섭외했다.

섭외된 '울산큰고래' 패밀리와 사전에 만나 게임에 대해 충분히 소개를 해주었고, 게임에 대해 이해가 높아진 이들은 훌륭한 진행을 보여주었다. 아래의 영상을 통해 한번 분위기를 확인하시라.

[영상 BIC 페스티벌 아레나갓 토너먼트 현장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Hi9mNKwlAs )]

영상에서 느껴지겠지만, 인디 게임 하나로 약 800명의 관객 모두가 밤 늦게까지 재미있게 놀았다. 이 행사는 크리에이터의 일정으로 원래 9시에 마칠 예정이었지만, 크리에이터가 자발적으로 진정한 끝판왕을 가려낼 때까지 하자고 제안해 10시 반이 넘어서야 비로서 마무리되었다.

1시간 반 이상 연장되었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즐겁게 행사를 즐겨주었다는 점도 행사를 기획한 입장에서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MCN 크리에이터에겐 새로운 방송 소재, 개발자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경험과 발전을, 청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윈윈 기획이 아니었나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재미있었던 행사가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안됐다는 점이다(그래서 이 글을 쓰는 것이지만.. ).
    

[행사 내내 관객들의 즐거운 반응을 본다는 것은 기획자로 뿌듯한 일이다.]

행사 마지막 날 오전, BIC페스티벌을 찾은 엔터더건젼의 메인 개발자 데이브 크룩과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로부터 BIC페스티벌만의 인상 깊은 점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부산 게이머들의 매너와 게임에 대한 열정을 칭찬했다. 게임쇼를 많이 다녀봤지만, 이렇게 많은 어린아이들이 예의 바르고 정중하게 내 게임을 진지하게 플레이해주는 모습은 평생 내가 볼 수 없던 광경이라 굉장히 감동적이다라고 했다.

그는 그날 오후에 또 다른 MCN 크리에이터 양띵크루와 함께 엔터더건젼을 관객들과 함께 즐기는 즐거운 경험을 안고 갔다.  그의 말처럼 BIC페스티벌이 앞으로 더 '바보(Idiot)'같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활력소가 되었으면 한다.
 

[엔터더 건젼 개발자 데이브크룩과 MCN 크리에이터 양띵크루와의 무대]

부산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부산을 처음 방문한 모든 인디 개발자들은 처음 와본 부산에 대해 극찬을 한다. 서핑이 가능한 아름다운 바다, 편리하고 세련된 시설, 게스트하우스부터 특급호텔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등의 인프라는 필자가 다녀본 세계 어떤 행사에 견주어 손색이 없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진지함과 수준 높은 의식은 앞으로 BIC 페스티벌을 세계적으로 특색있는 행사로 돋보이게 만들어줄 것이다.

BIC에 전시한 이웃나라 일본 회사의 소감도 기억에 남는다. "일본의 행사보다 전반적으로 유저들이 게임을 굉장히 잘한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클리어를 위해) 근성있게 계속 도전해 결국 엔딩을 보는 유저들이 많았다."
 

[BIC페스티벌 행사장 풍경]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정신없이 행사가 마무리된 후, 2주가 지난 이 시점에서, BIC페스티벌이 게임 산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도 서서히 정리되고 있다.

한국 게임은 게임 개발 여건상 모바일 기반의 클리커 게임이 많은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출품한 작품들을 보면 체감상 60~70%비율로 느껴질 정도다. 이번에 토너먼트를 진행한 4인 멀티플레이 게임은 어릴 때 오락실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했지만, 요즘은 대형회사와 인디 모두 외면하고 있는 장르다. 이를 BIC에서 구성해봤더니 굉장히 재미있고 상업적으로도 다른 성공 가능성도 보였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보편적이지 않는 장르를 찾아, 장르가 가진 원천적인 재미를 부각시켜주는 것이 앞으로 BIC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BIC 행사는 아직 마무리할 일들이 남았건만, 내년에 새롭게 시도할 일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내년에 더욱 업그레이드될 BIC를 많이 기대해주시기 바란다.

인디디벨로퍼파트너스 대표, BIC 행사 총감독

'BIC 페스티벌 2016'은?
올해로 2회째를 맞은 'BIC 페스티벌 2016'은 9월 9일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정식 행사명은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 2016(Busan Indie Connect Festival 2016)'이다.

중소 및 인디 게임의 진흥을 위해 마련된 글로벌 게임 축제로 14개 국가에서 100여종의 인디게임이 출품됐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입장한 관람객 수는 639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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