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보석2’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남택원 대표-김종옥 개발이사 인터뷰

엘엔케이로직코리아가 개발한 온라인 MMORPG ‘붉은보석’은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게임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라그나로크 온라인’ 이후 게임한류를 주도한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전성기였던 2007년~2008년에는 월 5억엔(약 54억65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으며, 2008년~2009년에는 국제 e스포츠대회 월드사이버게임즈(WCG)의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일본 서비스 10년이 넘은 지금도 인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콘솔게임과 맞먹을 정도로 잘 짜여진 스토리텔링이 일본 유저들을 매료시켰다는 평가다.

‘붉은보석2: 홍염의모험가들(이하 붉은보석2)’은 타이틀명 그대로 ‘붉은보석’을 잇는 정통 후계자다. 원래 온라인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개발중이었지만 사업성을 고려해 2015년에 모바일게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로부터 2년, MMORPG가 아닌 모바일 영웅수집 MORPG로 새로 태어난 ‘붉은보석2’가 마침내 29일 정식으로 선을 보인다. 남택원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대표는 “한국에서는 일본에서만큼 인지도가 높지 않은데, 이번에 한국에서도 꼭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남택원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대표]

 

MMORPG가 대세? 모바일에선 MORPG가 더 맞아

‘붉은보석2’는 전작의 이야기에서 10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대폭발 이후 새롭게 부활한 다멜 왕국에서 다멜의 소멸을 노리는 세력과 이를 막으려는 주인공들간의 치열한 대결을 주제로 삼았다. 남 대표는 “엘엔케이로직코리아는 스토리의 연계성을 강조하는 편”이라며 “전작에서 100년이 흘렀으니 그 때의 등장인물은 다 죽었지만, 스토리는 연속적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명이 ‘붉은보석 모바일’이 아닌 ‘붉은보석2’인 이유도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남 대표는 “패키지게임에서 온라인게임으로 전향했던 전작의 경우도 붉은보석 온라인이 아닌 붉은보석이었다”며 “시퀄(시간상 이어지는 속편)이라는 의미로 2를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관, 직업, 스킬, 지명 등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나머지는 새로 만들었다. 플랫폼이 바뀌면 게임 스타일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다. 그 결과 다소 느리고 답답한 느낌을 주던 정통 MMORPG에서 호흡이 짧고 박진감 넘치는 MORPG로 탈바꿈했다. 여기에 최신 모바일 트렌드인 캐릭터와 장비 수집 요소를 더했다.

일부에서는 현 시점에서 MORPG를 택한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한때 시장의 대세였던 MORPG는 ‘레이븐’과 ‘히트’에서 정점을 찍은 후 하향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모바일게임의 다음 트렌드는 스타일리시한 액션보다 시끌벅적한 재미를 강조하는 MMORPG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엘엔케이로직코리아의 생각은 다르다. PC 온라인 플랫폼은 MMORPG와 궁합이 맞고, 모바일 플랫폼은 MORPG와 더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다. 남 대표는 “MMORPG는 큰 세계를 탐험하는 장거리 여행과 같다”며 “플레이패턴이 3분에서 30분 사이에 불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모바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도 즐길 수 있는 장르인 MORPG가 더 적합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TV에서 방영될 때는 보통 1시간이 넘는 드라마도 다른 플랫폼에서는 30분이 되고 5분이 되기도 한다”며 “게임도 마찬가지로 스케일이 작은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콘텐츠를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붉은보석2’는 게임의 매출 순위에 연연하는 것보다 유저들에게 제대로 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더 중요한 목표로 세웠다. 남 대표는 “나는 매출 순위에 개의치 않는데, 옆에 있는 김종옥 이사는 매일매일 확인한다”고 웃으며 “조직을 유지하려면 매출도 어느 정도는 나와야 하겠지만, 오랜기간 꾸준히 서비스하면서 유저들로부터 신뢰감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옥 엘엔케이로직코리아 개발이사]

 

모닥불 아래서 밤새 도란도란… 커뮤니티 형성 기대 크다

‘붉은보석2’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전직과 변신 시스템이다. 6종의 캐릭터(직업)가 등장해서 게임 진행에 따라 각각 2갈래로 나뉘어 12종의 2차 직업으로 전직한다. 총 18종의 직업이 존재하는 셈이다. 모바일 MORPG에서 이정도 숫자의 직업을 자랑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남 대표는 “게임 론칭 시점에 보통 2~3개 직업을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6개 직업을 다 공개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우리만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개발자들은 싫어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꼭 전직을 해야 하냐는 질문에 김종옥 개발이사는 “전직을 하지 않아도 레벨은 오른다”고 답했다. 물론 기존 직업을 고집한다고 특별히 좋은 점은 없다. 김 이사는 “그래도 룩(외형)은 유지할 수 있지 않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 이사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콘텐츠는 마을이다. MMORPG의 그것처럼 유저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간이다. 이 곳에서 퀘스트를 받거나 낚시를 하거나 거래를 하게 된다. ‘붉은보석2’만의 독특한 콘텐츠인 모닥불도 피울 수 있다. 모닥불 옆에 서 있으면 버프(강화효과)를 얻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인다. 김 이사는 “CBT에서 마을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며 “단순히 자리만 제공한 것 뿐인데 모닥불 주위에 앉아 밤새도록 채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식서비스에서 가장 기대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수집콘텐츠로는 캐릭터와 장비가 준비된다. 론칭 시점에 60여종의 캐릭터와 2855개 옵션 및 2564개 접두사가 붙은 장비가 선보일 예정이다. 모두가 똑같은 캐릭터에 똑같은 장비를 갖추는 것은 지양하겠다는 것. 극한 파밍의 재미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언리얼엔진4의 사실적인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들이 줄줄이 출시를 예고한 상태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택한 그래픽도 눈에 띈다. ‘붉은보석’의 쾌활하고 가벼운 판타지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남 대표는 “사실적인 그래픽을 시도해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는데, 전작에서 성공했던 스타일을 계승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며 “언리얼엔진4가 최근 선호되는 스타일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우리 게임도 언리얼엔진 못지 않은 세밀함이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유저들이 언리얼엔진 스타일의 그래픽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목표는 5위, 재미있다는 평가 많아 힘 솟는다

29일 정식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붉은보석2’는 개발사인 엘엔케이로직코리아 뿐만 아니라 퍼블리셔 네시삼십삼분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기대작으로 꼽힌다. CBT 때의 유저 반응도 좋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 대표는 “CBT 지표가 상당히 좋게 나왔다”며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도 더 높았다”고 말했다.

내부에서 세운 목표를 물어봤더니 매일 순위를 확인한다던 김 이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5위”라며 웃었다. 화려한 1위보다 꾸준히 오래 5위를 하는 편이 좋다고 했다. 듣고 있던 남 대표가 “그럴 거면 그냥 1위 해야지”라며 거들었다. 남 대표는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혹시 서비스가 종료될까봐 불안해하는데, 그런 일이 없도록 오래 서비스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식서비스를 앞둔 소감 한마디를 들어봤다. 남 대표는 “오래 개발했는데, 유저들이 게임을 재미있게 해주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며 “한국에서도 일본만큼 잘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웃었다. 김 이사는 “네시삼십삼분을 비롯해 주변으로부터 게임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유저들도 우리가 재미있게 느낀 것 이상으로 재미있게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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