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1060 탑재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데스크탑PC 못지 않네

노트북의 게이밍 성능이 데스크탑PC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는 옛말이다. 게이밍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GPU(그래픽카드)에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GPU를 탑재했다면 노트북도 데스크탑PC와 거의 비슷한 성능을 발휘한다.

예전에는 게이밍 노트북의 성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예전 노트북용 GPU는 노트북의 작은 공간에 욱여넣기 위해서 연산 유닛과 대역폭을 다운그레이드하는 과정을 거쳤다. 노트북에 탑재된 엔비디아 GPU(지포스)와 AMD GPU(라데온) 모델명에 붙은 ‘M’이 이를 나타낸다. 같은 GPU라도 M이 붙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성능면에서 차이가 났다. 그래서 성능에 민감한 게이머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데스크탑PC를 썼다.

그러나 최근 들어 GPU 회사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게이밍 노트북들의 입지가 달라졌다. 엔비디아의 경우 데스크탑PC에서 쓰는 GPU를 노트북에 그대로 적용한다. 최근 출시된 에이수스의 게이밍 노트북 ROG(Republic Of Gamers) 라인업 GPU에서 더 이상 M을 찾아볼 수 없는 건 그 때문이다. AMD 역시 데스크탑PC용 GPU를 노트북에 그대로 연결하는 기술을 발표했다. 이제 최상급 게이밍 노트북 계열은 웬만한 게이밍 데스크탑PC와 견주어도 절대 밀리지 않을 정도의 고성능을 자랑한다.

이번에 살펴볼 제품인 에이수스의 최신 게이밍 노트북 ROG G752VM(이하 G752)도 이 중 하나다. CPU는 6세대 스카이레이크 인텔 Core i7-6700HQ, GPU는 파스칼 아키텍처를 적용한 엔비디아 지포스 GTX1060(GDDR5 6GB), 메모리는 DRAM DDR4 16G, 저장장치는 PCIEG3x4 256G M.2 SSD와 SATA 1TB 7200RPM 2.5' HDD다. 핵심부품 하나하나가 화려하다. 눈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게이머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G752가 에이수스 게이밍 노트북 라인업 꼭대기에 있는 하이엔드 제품은 아니다. 그 위에는 수랭식 쿨러와 GTX1070을 탑재한 ‘꿈의 노트북’ 넘버1 GX800이 군림하고 있다. G752는 그 다음 서열인 넘버2, 넘버3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스포트라이트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그러나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한다면 G752가 GX800보다 훨씬 합리적인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 선물로 준다면 냉큼 GX800을 택하겠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면 아무래도 G752를 택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GX800을 선물로 줄 사람이 있을리 없으니 쓸데없는 고민이겠지만.

없는 게 없다, 욕심껏 다 갖춘 노트북

G752의 첫인상은 ‘크다’와 ‘무겁다’로 요약된다. 크기는 가로 41.6cm, 세로 32.2cm, 높이 4.9cm(최대)이며 무게는 무려 4.3kg다. 이렇게 크고 무거운 노트북은 처음 봤다. 통상적으로 노트북의 무게가 2Kg이 넘어가면 휴대하기 힘든 제품이라고 말하는데, 이건 그 기준의 두배가 넘는다. 운반(?)하라고 하면 못할 것은 없지만, 애초에 휴대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책상 위에 놓고 쓰라고 만든 제품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디스플레이는 17.3인치 풀HD(1920x1080) IPS패널이다. 게임용 디스플레이에는 응답속도가 빠르고 잔상이 없는 TN패널이 더 적합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다 옛날 말이다. 요새 IPS패널의 응답속도는 많이 빨라져서, 정말로 눈이 민감하지 않은 이상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시야각이나 화질까지 생각하면 IPS 패널이 낫다.

노트북 측면의 인터페이스를 살펴봤더니, 욕심쟁이도 이런 욕심쟁이가 없다. 4.3kg 거구에 걸맞게 싹 다 갖췄다. USB 포트 5개(3.0 4개, C타입 1개), 유선랜 포트 1개를 지원한다. 내장 무선랜은 기가 와이파이라 불리는 802.11ac를 지원하며, 추가적으로 블루투스(4.1) 기능도 지원한다.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수 있는 HDMI 포트와 미니DP 포트를 탑재했으며, 요새 데스크탑PC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ODD(광디스크드라이브)까지 갖췄다. SD카드를 꽂아서 바로 읽을 수 있는 단자도 있다. 인터페이스에서는 정말 부족한 게 하나도 없다.

키보드 디자인에서는 ROG 특유의 세련된 레드와 블랙의 조화가 돋보인다.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붉은색 백라이트도 멋지다. 자판도 널찍널찍하고, 키감(키를 누르는 느낌)도 적당하다. 특히 오른손으로 사용하게 될 방향키가 다른 키보다 한칸 아래로 도드라져서 분리됐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캐릭터를 이동하다가 다른 키를 잘못 누를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걸 뜻한다. 다만 요새 게임들은 방향키보다는 WASD키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키보드 하단에 ‘VR READY’라고 적힌 스티커가 눈에 띈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와 같은 VR(가상현실) HMD를 연결해 VR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스티커 하나만으로도 G752가 얼마나 고성능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HMD가 없는 관계로 VR게임이 실제로 문제없이 구동되는지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검은사막’ ‘파라곤’ 원활히 구동… 게임 성능 합격점

이정도 노트북이면 웬만한 온라인게임은 무리없이 소화 가능하다. 보통 초당 30프레임이 넘으면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며, 60프레임이 넘으면 인간의 눈으로는 끊김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이므로 원활한 수준으로 본다.

첫번째로 테스트할 게임은 요새 가장 핫한 FPS게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다. 최적화가 잘 돼서 저사양에서도 비교적 잘 구동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중간 옵션으로 테스트하는 것은 의미없다고 판단하여, 풀HD 해상도에서 그래픽 품질을 최상으로 높여봤다. 그 결과 전 구간 74~75프레임을 유지하며 쾌적한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다음은 펄어비스의 MMORPG ‘검은사막’이다. 2015년 출시된 이 게임은 섬세한 그래픽만큼이나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먼저 그래픽 품질 옵션의 디폴트값인 ‘중간’으로 실행해봤다. 필드에서는 60~70프레임을 유지하며 원활하게 진행된다. 사람이 많은 지역에 진입하면 순간적으로 30프레임 미만으로 떨어지며 작은 끊김이 발생하지만, 금세 60프레임 이상으로 복구되기 때문에 플레이에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내친 김에 ‘최고사양 모드’로 조정하고 다시 테스트를 진행했다. 필드에서부터 프레임이 40~45로 뚝 떨어진다. 둔감한 게이머라면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기고, 민감한 게이머라면 미세한 끊김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에픽게임스의 MOBA게임 ‘파라곤’을 실행해봤다. 이 게임은 차세대엔진인 언리얼엔진4로 개발되어 유려하고 디테일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고사양 온라인게임이다. 북미에서 오픈베타를 시작했으며, 한국에서는 정식서비스 준비중이다. 먼저 풀HD 해상도에서 자동으로 설정되는 디폴트값으로 실행했더니 평균 80~75프레임으로 측정됐다. 얼마전 다른 데스크탑PC로 이 게임을 했을 때 적과 조우하거나 화면을 돌리는 순간 엄청난 끊김이 발생하여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G752로 게임을 하니 그런 상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시야, 이펙트, 광원, 텍스쳐, 후처리(post-processing) 모두를 최고 단계인 ‘에픽’으로 설정하고 플레이해봤다. 1대1 대치 상황에서 70프레임, 대규모 교전에서 45프레임이 나왔다. 이래서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을 찾는구나 싶었다.

3개의 게임을 구동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발열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적다는 점이었다. 한시간 넘게 게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왼손이 닿는 팜레스트 왼쪽 부분은 줄곧 차가움을 유지했다. 물론 팜레스트 오른쪽은 미지근하게 열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어차피 오른손으로는 마우스를 잡고 있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 발열로 인한 불쾌함이 전혀 없다. 이정도로 발열을 잡은 게이밍 노트북이 또 있을까 싶다. 다만 냉각팬 소음은 일반적인 노트북 수준이다.

다 좋다, 230만원대 노트북을 감당할 수 있다면

결론적으로 G752는 상급 게이머들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성능을 보여준다. 엄청나게 무겁다는 점만 제외하면 부족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게임 뿐만 아니라 개발자용 워크스테이션으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다.

9월 말 기준 G752VM의 인터넷 최저가는 239만8000원이다. 선뜻 지갑을 열 가격이라고 볼 수는 없다. 같은 가격으로 데스크탑PC를 산다면 훨씬 더 좋은 제품을 살 수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트북끼리만 비교한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수준이다. 갖출 것을 다 갖췄고, 게임 구동 능력도 최상급이며, 발열까지 최소화했다. 주머니 사정만 여유롭다면 “왜 이런 걸 사왔냐”는 가족의 등짝스매싱을 각오하고 구매할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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