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반달 류수환 대표 인터뷰 “부산, 진정한 콘텐츠 도시로 거듭나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에 위치한 스튜디오 반달은 부산에서 손꼽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TV 애니메이션 ‘외계가족 졸리폴리’ ‘달그락달그락 꼬마돌 도도’를 만든 이 회사는 캐릭터는 물론 기획, 시나리오, 콘티, 배경 작업 등을 모두 만들어낸다. 프로야구 구단 엔씨 다이노스의 마스코트 ‘단디’와 ‘쎄리’도 반달의 작품이다.

반달을 이끄는 사람은 류수환 대표 겸 총감독이다.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그는 지난 2009년 부산에서 반달을 설립, 어느새 부산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업체로 성장시켰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처음에는 팬시 캐릭터 디자이너가 꿈이었다. 그러다 캐릭터가 움직이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 생각해 1993년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했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가족’의 제작사인 에이콤이 그의 첫 회사였다. 류수환 대표는 “그때는 월급은 적어도 애니메이션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다른 사람보다 더 잘 그리려고 밤을 새우던 날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열정적으로 일한 덕분에 그는 업계에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보통 동화(inbetween)를 그리던 사람이 원화(extreme)를 그리기까지 8~10년 정도가 걸리는데, 저는 2년 만에 원화를 잡았다”고 말했다. 1999년 드디어 감독이 된 그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창작지원실 1호 입주 작가가 됐다. 이후 6편 정도의 독립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다, 2002년부터 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교수라는 직업이 그의 창작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다.

그는 “교수가 되면 연구실에서 내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훌륭한 교수님들도 많지만, 저는 그 생활과 맞지 않았다”며 웃었다. 결국 그는 교수직을 버리고 2009년 부산에 스튜디오 반달이라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설립했다. 그 동안 부산은 애니메이션 학과는 많았으나 관련 회사가 없어 애니메이션의 불모지로 여겨졌다.

부산에 터를 잡은 것은 부산의 학생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반달의 초기 창업 멤버들은 모두 그가 교수시절 인연을 맺은 제자들이었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배웠으나 서울에 올라갔다 버티기 힘들어, 결국 포기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며 “그래서 제자들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 창업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달은 설립 초기 ‘보글보글 쿡’을 제작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순수 창작물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때마침 부산정보산업진흥원(원장 서태건)에서 지원하는 스타프로젝트에 선정돼 지원금을 받은 것이 기폭제가 됐다. 스타프로젝트에 선정되면 콘텐츠 마켓인 BCM에 참가해야 했다.

류수환 대표는 “사실 BCM에는 나가기 싫었는데, 진흥원에서 의무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해서 나간 것”이라며 웃었다. 마지못해 참가한 BCM에서 세계적인 캐릭터 완구 기업인 오로라월드 관계자들을 만나 애니메이션 ‘유후와 친구들’을 제작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TV 애니메이션 ‘외계가족 졸리폴리’의 제작에도 나서게 됐다. 그는 “만약 부산정보산업진흥원에서 지원금을 받지 않았거나, BCM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졸리폴리’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계가족 졸리폴리’는 2014년 10월 KBS 2TV를 통해 방영됐다. 2015년에는 또 다른 애니메이션 ‘달그락달그락 꼬마돌 도도’를 제작했다. ‘달그락달그락 꼬마돌 도도’는 MBC의 전파를 탔다. 그는 “지난 3년 반 동안 그 두 작품에 올인 했고,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올해부터는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벌써부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최근 ‘달그락달그락 꼬마돌 도도2’에 중국의 친바오문화회사가 투자를 결정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중국 국영 방송사인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방영될 예정이다. 14억 중국 시장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태국과 베트남, 러시아 등 전 세계 시장에 작품을 알려나갈 계획이다. 방송은 물론 캐릭터 사업까지 확대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한 게임과 교육용 앱도 개발 중이다. 류 대표는 “올해 말 쯤에는 유아용 모바일 게임은 물론 교육용 앱 서비스에 들어갈 것”이라며 “나중에는 3D 애니메이션은 물론, 극장용 애니메이션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류수환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웹툰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적은 인원으로도 제작할 수 있지만,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며 “애니메이션 사업을 정확히 이해하고 조금 더 체계적으로 지원 사업을 펼쳐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는 실질적으로 콘텐츠 산업을 펼쳐나가기에 힘들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부산은 콘텐츠의 도시이지만, 정작 콘텐츠로 해 볼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영화의 도시지만 영화 제작사가 없고,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부산에는 지금 베타 테이프 하나 만들 수 있는 곳이 없어, 우리가 서울에서 한번에 14만원씩 주고 만들어 온다”며 “그러한 디테일이 뒷받침 돼야 진정한 콘텐츠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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