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5년만에 후속작 ‘화이트데이 VR’-카카오 투자 솔직토크

[인터뷰] 이원술 대표 15년만에 후속작 ‘화이트데이 VR’-카카오 투자 솔직토크

“제 게임 ‘화이트데이’로 꾸민 방탈출카페 직접 해보니 재밌어요.”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9호선 신논현역 사이가 요즘 핫하다. 몇 년 전 넥슨이 클럽을 인수해 꾸민 e스포츠 ‘넥슨 아레나’가 들어난 이후 올해 카카오프렌즈숍이 들어서 명물로 떴다.

최근에는 카카오프렌즈숍 건너편에 들어선 수제 햄버거 ‘쉑쉑버거’로 유명세를 탔다. 카카오프렌즈숍과 쉑쉑버거는 폭염 속에 길다란 대기열을 이루어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에다 교보빌딩 대각선 건너 리츠칼튼 호텔 건너편, ‘1시간에 탈출하는’ 미션의 ‘방탈출카페’가 등장해 입소문을 탔다. 

신논현역 인근 ‘방탈출카페’ 비트포비아는 수많은 방탈출카페 중에서 한국에서 유일하게 유명게임 ‘화이트데이’ IP(지적재산권)를 테마로 방으로 꾸몄다. 게임톡은 게임 ‘화이트데이’ 개발자인 이원술 로이게임즈 대표와 ‘방탈출카페 화이트데이’를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최근 ‘화이트데이VR’ 개발 발표, 카카오 피인수 등 이야기를 솔직하게 들어봤다.

■ 한국 유일 ‘게임과 방탈출카페’ 콜라보, 이 대표도 ‘원초적 공포’ 대만족
이 대표는 게임톡 기자들과 30분 동안 게임 속 ‘연두고등학교 신관’ 방탈출을 감행했다. 그는 “다른 방탈출은 해봤다. 하지만 ‘화이트데이’ 컨셉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너무 잘 만들었다. 제가 아이디어를 주긴 했는데 방탈출 카페 컨셉에 맞춰 잘 각색한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이어 “5월 말 오픈할 때부터 이 카페에는 ‘화이트데이’ 방이 있다고 ‘입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왔다고 들었다. ‘화이트데이’ IP로 만들었는데 제가 탈출 미션에서 잘 못하면 인터뷰에 나올 거 아니냐, 이원술이 못 깼다고. 사실 39분 38초도 창피한 기록”(실제로는 수준급 기록이었다)이라고 웃었다.

한국에선 유일하게 방탈출카페와 화이트데이 콜라보를 성사시킨 비트포비아 벽면에는 프리스트-낯선가족-나비효과-워킹데드 등 방 이름과 방마다 탈출 신기록 시간을 적어놓은 게시판이 있다. 그 중 ‘방탈출카페 화이트데이 신관’을 선택한 이 대표는 원작자답게 놀라운 두뇌회전과 추리를 발휘해 신기록에 버금가는 기록을 세웠다.

실제 논현동 비트포비아가 유난히 입소문을 탄 계기는 게임 ‘화이트데이’ 방( ‘화이트데이: 구관’과 ‘화이트데이: 신관’)이 한몫했다. 게임사 출신으로 ‘마당발’ 인맥을 자랑하는 오현정 대표의 저인망 홍보 덕분이었다. 게임사들이 하나둘 회식 자리로 방탈출카페를 택했다. 첫 게임사가 넥슨이었다. 이후 4:33와 컴투스 등 모바일게임사 단체 체험,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 동호회, 정희철 클레게임즈 대표 등 찾아 게임사들의 새 회식문화로 자리잡았다. 
 

방탈출카페 '화이트데이' 신관을 39분만에 탈출. 맨 오른쪽은 로이게임즈 전명진 이사.

방탈출 안 해본 사람도 ‘유명 게임 ‘화이트데이’방이 있다’는 소문에 하나둘 찾아왔다. 친근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오픈 이후 ‘마중물’을 톡톡히 해냈다. 마중물은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위에서 붓는 물이다. 그렇게 유저들은 쉽게 ‘문지방’을 넘어 다음 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1시간 정도 걸리는 방 체험은 주말 금요일 오후부터 방을 ‘풀’로 꽉꽉 채우는 등 강남역 인근 새 명소로 떠올랐다.

■ 카카오와 한 식구, “카카오에서 전적으로 믿어준다”
 ‘방탈출카페’ 체험 이후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인근 커피숍에서 최근 카카오게임즈에 인수된 로이게임즈 소식과 15년만에 후속작으로 공개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화이트데이 VR(가상현실)’에 대해 물었다.  

먼저 카카오에서 인수됐을 때의 뒷얘기를 물었다. 카카오게임즈는 로이게임즈 지분 25만2036주(40.1%)를 60억 원에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는 “다른 회사랑 관계있는 내용이라 조심스럽다. 남궁 대표랑은 올해 처음 본 사이다. 페이스북에 공개된 옥상미팅에서 사진 찍었을 때가 두 번째 본 것이다. 저희 입장에서는 카카오쪽 마케팅파워를 이용한다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 전격적으로 투자를 진행했다. 한 달밖에 안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로이게임즈 인수를 예고한(?) 화제가 된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의 페이스북.

이어 “올해 초부터 투자자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 중에 엔진이 카카오게임즈로 바뀌었다. 카카오게임즈가 한국 게임 위주로 했는데, 카카오플랫폼 상에서 이루어지는 게임뿐만 아니라 확장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었던 것 같았다. 글로벌 진출과 플랫폼 다각화에 대한 의지가 보였다. 마침 로이게임즈는 모바일 이외에 콘솔-VR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글로벌 진출 IP 필요성도 있었다. '화이트데이'도 한국게임이긴 하지만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IP이기도 하고. 그런 점이 서로 맞은 것 같다. 투자는 빠르게 진행됐다.”

카카오에 인수되고 어떤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이제 한 달 조금이다. 아직은 모색 중이다. 다 방면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다음 게임이 나오기 전까진 성급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카카오게임에서는 전폭적으로 신뢰해주고 믿어주는 쪽이다. 게임에 관해서 이렇게 저렇게 간섭하고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15년만에 후속작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용 ‘화이트데이 VR’
그는 7월 29일,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ACG(Ani-Com&Game) 박람회에서 소니의 VR 플랫폼인 PlayStation®VR(PS VR)용으로 개발 중인 ‘화이트데이: 스완송(White Day: Swan Song)’을 공개했다.

PC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다시 주목을 받은 원작 호러 게임이 ‘화이트데이: 스완송’이라는 VR 시연 버전으로 선보였다. 로이게임즈의 첫 VR 게임이 ‘화이트데이’라는 점이 주목받았다.

“‘화이트데이’ 모바일 이후에 VR 이슈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다. 2년 정도 됐다. 오큘러스리프트 발표하고 그 정도 된 것 같다. 저희도 이전부터 ‘화이트데이’가 VR로 어울리겠다 생각했다. 소니가 사업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고, 소니도 ‘화이트데이’ IP를 잘 알고 있었다. 한국 개발사가 콘솔타이틀 특히 VR를 낸다는 점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로이게임즈도 사업적으로 빠르게 성공할 수 있는 건 PS VR이라고 판단했고 지난해 말에 결정했다. 그 이후 소니와 협업하면서 대화 중이다. 그는 “2주 전쯤에 홍콩에서 VR 컨퍼런스가 있었다. 그거 발표하면서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에서 만든 게임 소개하는 자리에 우리 게임이 선정돼서 공개됐다. 유저 반응이 궁금했다. 한국뿐 아니라 ‘화이트데이’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도 불구하고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그 모습을 보고 상당히 고무된 상태다”(웃음)고 했다.

VR로 개발하는 것이 어렵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아무래도 콘솔이다 보니 모바일보다는 그래픽을 훨씬 올려야하는 부담감이 있고 제작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VR 특성상 모바일 '화이트데이' 게임에서는 씬 연출이 많았는데 VR에서는 씬 연출이 없다. 그거에 맞춰서 각색할까 하다가, VR이면 아예 맞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자 해서 '화이트데이' 후속작으로 전격 결정했다.”

그렇다면 기존에 있던 캐릭터나 스토리는 VR버전에서 어떻게 이어질까?

“아니다. 이어지지 않는다. ‘화이트데이’ 일어나기 6년 전을 다루고 있다. 왜냐면 ‘화이트데이’ 실제 후속작은 따로 생각하고 있다. VR은 특성상 너무 장기간 플레이는 어렵다. 아무래도 멀미현상을 예상한다. 일반적인 사람 기준으로는 장시간 힘들다. 그만큼 VR에 특화된 스토리도 필요했고 연출도 필요했기 때문에 원래 기획했던 후속작을 다 담기에는 좀 힘들었다. 새로운 시나리오가 필요했고, 약간 못 다뤘던 옛날이야기를 다뤄보자는 생각에 미쳤다. 지금 작품하고도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6년 전 연두고교에 있었던 사건이다. 주인공 입학하기 전, 연두고등학교 선배들 이야기다.”

■ 10년 전부터 시도한 ‘화이트데이’ IP 확장 전략 본격 시동
이처럼 유료 모바일게임 버전에 이어 VR게임으로 진화하는 ‘화이트데이’의 IP 전략은 무궁무진하다. VR게임이 전작 ‘화이트데이: 학교라는 이름의 미궁’ 이후 15년 만에 선보이는 후속작이자, 전작의 6년 전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오리지널 영화에 선행하는 사건을 담은 속편)이듯 말이다.

그는 “10년 전부터 ‘화이트데이’ IP 확장을 생각하고 있었다. 몇 번 시도도 했다. 시장 상황상 온라인게임이 아닌 게임을 출시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이번에 모바일게임이 나오면서 한국의 많은 유저들이 사랑해준 덕분에 후속작까지 만들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이 멘트 자체만을 3개월 준비했다(웃음)”고 말했다.

로이게임즈는 웹툰 ‘미생’ ‘이끼’ ‘내부자들’ 등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와 앞으로 나올 다양한 웹툰 IP를 활용해 게임을 비롯한 여러 가지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갓오브하이스쿨’ 같은 게임으로 접목할 웹툰이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이원술 대표는 게임 1세대 개발자 스타 PD다. 그가 손노리 대표로 만든 게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1994년 15만장 신화를 기록하며 1회 한국게임대상을 수상했다. 이 게임을 비롯한 ‘포가튼사가’ ‘강철제국’ ‘악튜러스’ ‘등 손노리가 만든 게임은 롤플레잉-시뮬레이션-액션-호러 어드벤처 등 다양하다.

그 많은 게임들은 IP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모두 넷마블이 갖고 있다. 나는 다만 ‘화이트데이’만 갖고 있다”는 대답.

그는 로이게임즈 대표다. 직원은 32명이다. 그는 로이게임즈를 어떤 게임사로 만들고 싶을까. 로이게임즈 메인 핵심개발자들은 그와 손노리때부터 계속 일했던 사람들이다.

“이번에 다시 회사를 설립하면서 ‘최대한 후회하지 않을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시류를 따라가기보다는 ‘한국에서도 이런 게임을 만들어볼 수 있구나’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 과금방식이든 뭐든 게임들이 많이 비슷해지고 있다. 게이머들이나 개발자들이 다 스스로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누구 하나쯤 이걸 탈피해보는 게임을 만들어서 성공한다면 결국은 이게 업계의 또다른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다만 첫발을 내디뎠던 ‘화이트데이’가 가능성을 보여줘 유저들에게 감사하다. 그는 ‘큰 돈을 벌기보다는 그 안에 개발자도 만족하고 유저도 만족하는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회사를 지향한다. 개발팀도 그의 생각을 공유한다.

■ 올가을 지스타 소니부스에서 ‘화이트데이 VR’ 볼 수 있을 수도

그는 PC온라인게임-모바일게임-콘솔-VR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멀티플레이어다. 앞으로 계속 현역으로 개발자의 길을 갈 거냐고 물었다. 몇 년 전에도 비슷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돌발 질문이다.

“돈 벌어 탈출할 거다(농담이다). 여건이 되는 한 계속 하고 싶다. 아직 우리 회사에서 이거다 하는 게임을 아직 못 만들었기 때문에. 제대로 인정받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 그때까지는...현역이다.”

한국 게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유명한 ‘손노리’ 이름을 부활시킬 계획도 물어보았다. 1990년대 일주일 내내 옥탑방에서 라면으로 때우며 만들었지만 ‘어니토니시아 스토리’로 게임업계를 들었다 놨다 했던 바로 그 회사다.

“손노리는 정말 부활했구나 할 때쯤 하겠다. 손노리라는 이름을 썼다가 괜히 실망을 시켜주면 안된다.”

지스타2016에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마 ‘화이트데이VR’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카카오도 지스타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지는데, 카카오부스일까. 그는 “소니 VR은 소니 부스에서만 할 수 있다. 만약 출품하게 되면 소니 부스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 전에도 ‘화이트데이VR’를 만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만.

의무적으로 던지는 마지막 질문. 최근 ‘검은사막’이 모바일시대에서 PC온라인게임으로 글로벌시장에서 보란 듯이 성공했다. 팔방미인인 그에게 로이게임즈의 글로벌 계획을 물어보았다.

“일단 ‘화이트데이’가 해외에서 인지도가 많이 쌓여 이를 통해 로이게임즈를 많이 알릴 생각이다. 어차피 게임이 새로 나오면 회사만 보고 게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화이트데이’를 통해서 글로벌하게 통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 한국시장만 보고 만든 게임은 쉽지 않다. 역설적으로 글로벌 타깃으로 한다고 했을 때 한국에서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균형이 필요하다. 내수에서 평가받지 못하면 해외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게임즈는 이번주(8월 13일)에 9호선 봉은사역 인근으로 둥지를 옮긴다. 그는 “절친 형님인 윤용기 바른손 E&A 대표가 있는 바른손 E&A가 그쪽에 있는줄 알았으면 안 갔을텐데”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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