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중앙으로 유리사가 걸어 나오자 수백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밀려드는 인파에 안전요원들은 맨 앞줄에서 인간 띠를 만들어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31일까지 열린 중국 게임쇼 차이나조이의 이머렉스(IMMEREX) 부스에서 벌어진 풍경이다.

미국 VR 업체 이머렉스는 올해 차이나조이 B2C관에 참가했다. 이 업체는 감각적인 디자인에 가볍고 편리한 차세대 HMD VRG-9020을 선보였다. 중국시장은 이머렉스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VR 시장 중 하나다. 그리고 그들이 올해 차이나조이에 공식 초청한 부스걸은 한국의 모델 유리사였다.

유리사는 한국에서 게임 코스프레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게이머들에게는 친숙하지만, 배우나 가수로 활동하지 않았기에 일반 대중들에게는 낯설다. 하지만 중국에 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녀는 이미 아이돌그룹 엑소의 레이(본명 장이씽)와 게임 모델로 발탁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가진 연예인이다.

차이나조이 현장에서 게임톡과 인터뷰를 가진 유리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차이나조이에 다시 오게 돼 기쁘다”며 “평소에도 VR에 관심이 많았는데, 때마침 VR 업체에서 제안이 와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모델이 2년 연속으로 차이나조이에 초청받는 것은 유리사가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쿤룬의 부스걸로 활동했다. 유리사는 “지난해 차이나조이에 참석하면서 중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방문한 것”이라며 “사실 차이나조이 덕분에 중국에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리사는 현재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팔로워 100만 명을 돌파한 화제의 주인공이다. 웨이보를 처음 했을 때는 중국어를 전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반응이 올 것이라는 것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다.

그녀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에 팬들이 많으니 웨이보 계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며 “처음에는 ‘진짠가?’라는 마음에 번역기를 돌려 웨이보에 사진을 올렸다”며 웃었다.

웨이보 계정이 만들어지자 팔로워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중국에서 유리사는 ‘인형외모’ ‘여신’ ‘신비소녀’ 등으로 통한다. 마치 그림에서 나온 것 같은 외모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중국 네티즌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해에는 중국 포털사이트 텅쉰에서 진행한 ‘닮고 싶은 배우’ 8명을 뽑는 네티즌 투표에서 안젤라 베이비, 판빙빙, 김태희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중국 남성들의 지지는 차이나조이라는 게임쇼로 이어졌다. 유리사는 단 한번의 등장으로 중국 매체가 선정한 역대 최고 인기 차이나조이 부스걸에 뽑혔다.

유리사는 지난해 한류스타 이민호의 매니지먼트사인 스타하우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연예 활동에 돌입했다. 현재 유리사는 한국이 아닌 베이징에서 거주하고 있다. 차이나조이 직전에도 중국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중국 활동을 위해 중국어 공부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유리사는 “팬들과는 주로 트위터나 웨이보 등을 통해 소통하기에, 현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무척 즐겁다”며 웃음을 보였다. 평소에도 게임을 좋아하기에 게임 행사인 차이나조이도 그녀에겐 즐거운 축제의 장이다. 유리사(Yurisa)라는 이름도 ‘킹 오브 파이터’의 유리 사카자키에서 따온 것이다.

차이나조이에 참석하기 전만해도 유리사는 평범한 모델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좋아하는 게임 코스프레를 하거나 사진을 찍고, 아르바이트로 모델 일을 했을 뿐”이라며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연예 활동을 시작하게 돼 굉장히 재미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리사는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는 친오빠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게임 쪽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리그오브레전드(롤)’의 열혈 유저이며, ‘오버워치’에도 관심이 많다. 다만 중국 활동 때문에 예전만큼 자주 게임을 즐기지는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녀는 “지금까지는 모델 일만 했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연기와 노래 등 많은 활동을 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팬들에게 “저는 좋아하는 일을 하다 직업으로 발전하게 됐다”며 “한국에서 서브컬처를 즐기는 분들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즐기면서 행복을 찾아가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