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3일 '리니지' e스포츠 대회 LFC 결승전 개최

10대와 20대가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e스포츠 대회와는 분위기부터 많이 달랐다. e스포츠 선수라기보다는 감독에 가까워 보이는 배 나온 30대 남성들이 선수석에 일렬로 앉아 있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사람들도 열에 여덟은 나이 지긋한 남성들이다. 드문드문 보이는 커플들도 자세히 보면 대부분 연식이 오래된(?) 부부들이다. 아저씨의, 아저씨에 의한, 아저씨를 위한 e스포츠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e스포츠 대회 이야기다.

3일 서울 상암 OGN e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니지 e스포츠 대회(Lineage Fighting Championship, 이하 LFC) 단체 결승전은 500여명의 중장년층 남성들로 만석을 이뤘다. 겉모습은 영락 없는 ‘아재’였지만, 경기를 관람할 때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젊은 세대 못지 않았다. 진행자들이 호응을 유도하면 어김 없이 우렁찬 함성이 쏟아졌다.

‘리니지’ e스포츠의 인기는 앞서 진행된 티켓 예매부터 감지됐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6월 22일 실시한 결승전 티켓 1차 예매는 5만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판매 시작 5초만에 전량 매진됐다. 아이돌그룹 콘서트 예매 뺨치는 경쟁률이다.

10년 공백 깨고 돌아온 ‘리니지’, e스포츠 가능성 봤다

‘리니지’가 e스포츠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2002년부터 2006년까지 총 5회에 걸쳐 LWC(Lineage World Championship)라는 이름으로 ‘리니지’ PVP 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이후 10년간 대회를 열지 않았고, 그동안 수많은 MMORPG가 e스포츠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봤다. 현재 ‘블레이드앤소울 비무제’를 제외하면 온라인 MMORPG e스포츠 대회는 거의 명맥이 끊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리니지’가 10년의 공백을 깨고 e스포츠 대회를 부활시킨 것은 엔씨소프트에게 있어서도 과감한 도전이다. 엔씨소프트는 “30~40대가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한국 e스포츠 역사에 큰 화두를 던지는 것”이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e스포츠의 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10년을 뛰어넘어 부활한 ‘리니지’ e스포츠에 대한 유저들의 시각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부 유저들 중에는 “리니지에 무슨 컨트롤이 필요하냐, 물약 빨리 먹기 대회 아니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유저 본인의 장비를 그대로 가지고 참여한다는 점에서 “금수저에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니지’가 e스포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편견이 많다.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전략에 "잘한다" 감탄

엔씨소프트는 이번 LFC를 통해 ‘리니지’ e스포츠는 단조로울 것이라는 편견 깨기에 도전했다. 특히 8대8로 난전을 벌이는 단체전은 ‘리니지’ PVP의 백미다. 이날 단체전에 참가한 4개 혈맹들은 제각기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왔다. 한편에서는 일거에 큰 데미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공격적인 조합이 나오는가 하면, 다른쪽에서는 도망다니면서 시간을 끄는 수비적인 조합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끼가 된 캐릭터가 이리저리 도망다니면서 시선을 잡아 끌자, 관중석에서 “이야, 진짜 잘한다”는 감탄이 터져나왔다. 전략이 승부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했다. 대회에 참가했던 한 혈맹은 “준비한 전략이 노출되는 바람에 경기가 어려워졌다”고 고개를 저었다. ‘리니지’ 유저들은 물약 빨리 먹기가 아닌 전략과 팀워크가 단체전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순간적인 판단력과 타깃을 재빠르게 바꾸는 컨트롤이 승부를 가르기도 한다. 여기에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몬스터와 버프 구슬이 변수가 된다. 16명이 한데 어우러지며 발생하는 번쩍거리는 이펙트는 박진감을 상승시킨다. 엔씨소프트는 “보는 재미를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초대챔피언은 빠염… LFC는 계속된다

이날 최종 우승은 기란 서버의 빠염 혈맹이 가져갔다. 미치광이엘케이를 상대로 3대0이라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빠염은 LFC 초대 챔피언에 등극하며 상금 3000만원과 부상으로  ‘+11 지배자의 무기’를 받았다. 엔씨소프트 관계자에 따르면, 이 무기는 5단계 강화된 ‘진명황의 집행검’에 맞먹는 성능을 자랑한다. +5 집행검은 지난해 ‘리니지’ 역사상 처음 등장할 정도로 희귀한 무기로 꼽힌다. 다만 이 무기들은 2017년 1월 4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기간제 무기다.

빠염은 “응원해준 혈맹원들에게 감사하다”며 “기란 서버의 다른 유저들도 즐겁게 게임을 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LFC 후속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다. 시상을 맡은 심승보 엔씨소프트 상무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유저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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