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 플레이어 임요환 인터뷰 “홀덤은 스포츠, 도박과 구분돼야”

임요환은 예전보다 훨씬 여유로워진 모습이다. ‘테란의 황제’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는 3년 전 프로 포커플레이어로 변신했다. “요즘은 거의 매월 해외 스케줄이 잡혀있다”고 말한 그는 “결혼을 해서 그런지, 가연씨가 포커에 집중할 수 있게 많이 응원해준다”며 웃었다. 임요환은 5월 배우 김가연과 결혼식을 올렸다.

임요환이 포커플레이어로 전향을 선언한 것은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포커에서의 주 종목은 텍사스 홀덤이다. 매월 전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홀덤 토너먼트에 참가해 실력을 겨루는 것이 현재 그의 직업이다.

모바일 홀덤 게임 ‘풀팟홀덤’ 홍보 나서…유저들과 직접 토너먼트

포커 플레이어인 그는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미투온의 홍보이사이기도 하다. 미투온은 최근 모바일 텍사스 홀덤 게임 ‘풀팟홀덤: 더지니어스’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정식 오픈했다. 임요환이 직접 모델로 나섰으며, 게임 내에서 진행되는 토너먼트 경기에도 참가하여 일반 유저들과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임요환은 “토너먼트 경기에 보통 100~200명 정도 참여를 하시는데 저 역시 참가하여 경기를 즐긴다”며 “사람이 많을수록 대회가 길어지지만, 적극적으로 참여 한다”고 말했다. 프로 포커플레이어인 그가 초보 유저들과 붙으면 어떤 경기가 펼쳐질까. 프로들은 자신들의 실력으로 승률을 70~8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그는 “경기를 하다 가끔 저도 마인드유지를 못할 때가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아직 홀덤 포커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요환은 “자유분방하게 플레이하는 분들 중에도 멋있고 스타일리시한 플레이어가 나올 수는 있다”면서도 “사실 그 확률이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흔히 포커 경기라고 하면 세븐 포커를 말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포커의 주류는 텍사스 홀덤이다. 그는 홀덤만의 매력에 대해서는 다이내믹한 점을 들었다. 세븐포커의 경우 상대의 패와 남아있는 패의 계산이 힘들다. 반면 홀덤은 플레이어가 2장의 카드만 받고 나머지 카드를 공유하는 방식이다. 운보다는 전략과 심리전, 상대방의 플레이 스타일을 꿰뚫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임요환은 “홀덤은 더 전략적이고 터프한 경기지만, 결코 세븐포커보다 승률이 낮지는 않다”며 “포커가 마인드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홀덤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홀덤은 마인드 스포츠…도박, 사행성과 구분돼야”

세계 최대 포커대회로 불리는 WSOP 메인 종목 역시 텍사스 홀덤이다. 이 대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해마다 2개월간 진행된다.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수 만명의 포커 플레이어들이 참가한다. 할리우드 스타 벤 에플랙, 맷 데이먼 등 전 세계 유명인들도 참가하는 대회다. 경기는 미국 스포츠채널 ESPN에서 중계되며, 시청률도 상당히 높다.

미투온의 손창욱 대표는 “해외에서는 텍사스 홀덤 세계대회가 ESPN 메인시간대에 중계 돼 수퍼볼에 버금가는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미 e스포츠가 활성화된 한국에서 홀덤은 새로운 마인드스포츠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요환 역시 “도박과는 분명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프로들이 참가하는 대회는 토너먼트 방식의 경기다. 일정액의 참가비를 내고 대회에 참여한 뒤, 골프나 바둑처럼 우승상금을 놓고 겨루는 것이다. 모든 참가자들은 같은 칩을 받고, 그 칩으로만 대결해야 한다. 칩은 단지 칩일 뿐 현금이 아니다. 누군가의 돈을 따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칩을 지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다.

사행성과도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사전에서 사행성이란 ‘우연한 이익을 얻고자 요행을 바라고 횡재를 하려는 것’으로 정의된다. 임요환은 “홀덤은 마인드 스포츠이기 때문이 운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며 “어쩌다 한 두번 운이 좋아 이길 수는 있지만 결국 실력으로 승부가 갈린다”라고 말했다.

과거, 그는 대회 토너먼트 첫날 대부분 탈락했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토너먼트 입상권까지는 보통 올라간다”며 “지난달 대회에서는 12등을 했다. 참가하는 대회마다 입상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상은 상금권에 들었다는 뜻이다. 처음 입상했을 때가 2014년 말이었고, 지난해에는 총 6번 입상을 했다. 임요환은 “아직 메인이벤트 결승 무대에는 올라가보지 못했다”며 “언젠가는 우승까지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포커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임요환은 “중국도 최근에는 토너먼트 대회에 라이센스를 발급해줘, 카지노가 아닌 곳에서도 텍사스홀덤 대회를 진행하고 있더라”며 “중국에서도 마인드 스포츠로 인정을 받은 만큼, 한국에서도 합법적인 토너먼트 대회가 열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를 제외하면 프로게이머 중 포커 플레이어로 전향을 선언한 이들은 거의 없다. 홀덤이 생소한데다 사회적 인식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임요환은 해외 대회를 나갈 때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응원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는 “한국 분들은 모두 제가 잘해서 홀덤에 대한 인식이 바뀌길 바라신다”며 “저 역시 그런 시기가 와서 당당하게 활동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오버워치’ 해보고 감탄…“홀덤 저변 확대에 나설 것”

한때 ‘스타크래프트’ 선수로 활약했던 베르트랑에 대한 소식도 물어봤다. 임요환은 “베르트랑은 이미 세계적인 포커 플레이어로 활약 중”이라며 “프랑스의 포커 국가대표이자 포커 영웅”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베르트랑은 처음에 포커의 룰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임요환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배우면 나쁜 습관이 없으니 더 좋을 수 있다”며 “이 말은 누구라도 처음부터 기본기를 잘 다지면 베르트랑처럼 잘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크래프트’ 선수 시절, 임요환은 베르트랑에 한 번도 져 본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포커에서 베르트랑은 세계랭킹 5위 안에 드는 탑 플레이어다. 임요환의 목표점이기도 하다.

포커 플레이어지만 게임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블리자드의 FPS 게임 ‘오버워치’를 플레이 해봤다고 한다. 임요환은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 해 보지는 않았다. 트레이서를 해봤는데 손이 너무 아파 힘들더라”며 웃었다. 이어 “제 배틀넷 친구들은 모두 ‘오버워치’를 하고 있을 정도로 화제”라고 덧붙였다.

과거 한국에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존재하지도 않았다. 임요환은 선두에 서서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냈다. 지금의 홀덤 역시 마찬가지다. 프로 포커플레이어라는 직업 자체도 생소하다. 과거의 e스포츠 시장처럼 그야말로 황무지다.

그는 “프로 포커플레이어로 전향을 한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있다”며 “더욱 열심히 노력해 홀덤이 진정한 마인드스포츠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저변확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사진=디콘타임즈 김향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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