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참 멋진 제품이군요, 물론 전 사지 않겠습니다만

VR(가상현실)기기 시장만큼 주목해야 할 시장이 또 있다. 바로 VR기기 액세서리 시장이다. 액세서리를 단순히 소규모 기생산업으로만 생각해왔다면 큰 코 다친다. 스마트폰 액세서리의 경우, 한국 시장 규모만 2조원에 육박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차별화가 힘들어지자 LG전자,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도 액세서리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VR시장은 이제 막 움트는 중이지만, VR기기 액세서리로 승부하려는 전세계 스타트업들의 물밑경쟁은 벌써부터 치열하다. 판매중인 제품부터 개발중인 제품까지, 기발하면서도 다양한 VR 액세서리를 살펴보았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VR덮개-마스크

VR 자체는 분명 환상적인 경험이지만, 땀과 기름에 젖어 축축하고 냄새까지 풍기는 VR기기가 얼굴에 닿는 것은 썩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대부분의 VR기기가 분리 세척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다. VR 액세서리 시장이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얼굴에 닿는 부분에 씌우는 탈착 가능한 덮개나 마스크야말로 확실한 수요가 있는 제품군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미투제품을 만들기도 쉬운 만큼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도 핫 아이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

‘VR커버(vrcover.com)’는 이미 발빠르게 상용화된 제품 중 하나다. 100% 면으로 제작된 이 덮개는 벨크로(찍찍이) 타입을 채택해 베갯잇처럼 쉽게 분리해서 세탁할 수 있다. 제품 하나당 덮개가 3개 들어있어서 교체해서 사용하기도 편하다. 최근에는 면이 아닌 가죽으로 만들어 물티슈만으로 오염을 제거할 수 있는 방수제품도 나왔다. 면 덮개는 19달러(약 2만2000원), 가죽 방수 덮개는 29달러(약 3만4000원)다.

가정용이 아닌 상업용으로 운영되는 VR기기는 일회용 마스크를 고려해볼만 하다. 내 땀도 찝찝한데 남의 땀, 기름, 화장품은 오죽할까. VR방이 대중화된다면 일회용 마스크는 노래방 마이크 덮개처럼 필수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쇼핑몰 모구라VR스토어(http://store.shopping.yahoo.co.jp/moguravrstore)에서 판매중인 ‘닌자마스크’는 흰색의 위생 천으로 제작됐다.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삼성 기어VR 모두에 사용할 수 있다. 100장 세트에 2980엔(약 3만4000원)이다.

당신이 공주를 구하는 동안 가상 울타리는 TV를 구한다

장담하는데, VR게임이 대중화되면 자기도 모르게 팔을 휘둘러 값비싼 TV를 깨부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물건만 망가지면 다행이다. 사람이나 애완동물이 다칠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해외에서는 VR로 테니스게임을 즐기다가 천장에 손이 부딪쳐 피를 본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VR기기를 쓰면 바깥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사고들이다.

니코(nyko.com)가 개발한 ‘VR 가디언 시스템’은 4개의 블루투스 센서를 활용해 보이지 않는 울타리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최대 가로 세로 20피트의 공간 안에서는 마음껏 움직이고 팔을 휘둘러도 안심할 수 있다. 울타리에 가까이 가게 되면 양손에 찬 팔찌가 진동해 위험을 알려준다. 팔찌와 센서는 하나의 케이블로 동시에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 수명은 팔찌가 11시간, 센서가 25시간이다. 올해 가을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99.99달러(약 11만7000원)다.

왜 우리 아이패드 기를 죽이고 그래요?

삼성 기어VR을 비롯해 스마트폰을 마운트해서 사용하는 VR기기는 많다. 그러나 태블릿PC를 마운트하는 VR기기는 없었다. ‘AirVR’ 이전까지는 말이다.

‘AirVR’은 ‘아이패드 미니’로 VR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과연 그 커다란 물건을 머리에 달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지만, 애플 팬과 레티나 디스플레이 마니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2014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https://www.kickstarter.com/projects/768618350/airvr-virtual-reality-for-ios)에 올라온 이 제품은 약 1년간 2만8666달러(약 3359만원)를 모금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제품 상용화는 예상만큼 쉽지는 않았다. 2015년 공개된 프로토타입에는 “내가 집에서 3D프린터로 만들어도 그것보다 잘만들겠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2016년 6월 현재 모금에 참여한 수백명의 사람들은 환불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금수저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VR 런닝머신

버툭스(Virtuix.com)의 VR 런닝머신 ‘버툭스 옴니(Virtuix Omni)’는 VR게이머들에게는 위시리스트 중 하나가 됐다. 이 제품은 VR기기와 연동하는 런닝머신으로, 걷기와 달리기가 가능해 생동감 넘치는 VR경험을 제공한다.

이미 CES, E3 등 다수의 국제전시회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체험해본 사람들의 평도 좋다. 그러나 가격과 설치공간이 문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가격은 기본 패키지 699달러(약 82만원)부터 시작한다. 물론 이 커다란 물건을 배송하는 비용은 별도다. 현재 홈페이지에서 예약판매중이다.

냄새까지 구현해야 진짜 VR 아닌가요? VR 헬멧

필리얼(feelreal.com)이 개발중인 ‘필리얼 VR 마스크’는 냄새, 바람, 물안개, 열, 진동 등을 통해 완벽한 VR을 추구하는 제품이다. 다양한 효과로 오감을 자극하는 4D 영화와 비슷하다. 바이크 탈 때 쓰는 헬멧처럼 생겼으며, 충전 배터리를 사용하는 무선 방식이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판매를 실시중이며, 가격은 249달러(약 29만원)에서 799달러(약 93만8000원) 사이다.

필리얼이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감각은 후각이다. 냄새 카트리지를 꽂아서 사용하는데, 기본 패키지는 정글, 고무타는 냄새, 꽃향기, 바다냄새, 불, 화약, 최음제 등 7개 냄새로 구성된다. 여기에 고기냄새, 비 냄새, 자동차 시트 냄새 등 수십 가지의 냄새를 추가할 수 있다. 기본 카트리지를 따로 구매하면 29.99달러(약 3만5000원)이며 냄새 하나당 4.99달러(약 5900원)가 추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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