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게임 집중 4년만에 흑자, 미국-유럽 강자 주목... 올해 20개 게임 개발

▲ 정승훈 비트망고 이사

[인터뷰] 비트망고 정승훈 이사, '퍼즐게임' 집중, 글로벌 시장서 올해 1억다운로드 목표

“온라인 사업을 20년을 해도 게임업계서는 6년짜리 초짜예요.”

스스로 ‘게임 초짜’이라고 말하는 게임사가 있다. 데이터웨이브는 SI(시스템 통합)업체으로 시작했다. 이후 온라인 광고 공급업체로 변신했다. 하지만 “낮에는 온라인광고, 밤에는 게임 공부”였다. ‘주경야독(晝耕夜讀 낮에 밭 갈고 밤마다 공부)’으로 게임을 ‘독학’해 ‘비트망고’로 재탄생했다.

이뿐이 아니다. 비트망고는 개성이 톡톡 튄다. 다른 게임사와 달리 ‘퍼즐게임’만을 고집한다. 마케팅도 직접한다. 한때 이 회사가 론칭한 개임은 110개였다. 이제 퍼즐 23개만 남기고 다 버렸다. 태생이 엔지니어 출신의 광고 회사라 숫자를 중시하는 ‘데이터’ 체질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은 오롯이 글로벌이다. 미국에서만 매출 51.61%를 기록 중이다.

비트망고는 경기도 분당 서현역 2분 거리 안에 있다. 임직원 50명에 4개의 스튜디오와 기술지원팀, 퍼블리싱팀을 갖췄다. “창업 후 4년만인 지난해 11월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누적 4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롤더볼(Roll the Ball™)’ 등 ‘퍼즐’ 게임으로 북미-유럽 중심으로 하루 20만 다운로드에 DAU 150만을 자랑한다”며 “올해 글로벌 1억 다운로드 목표를 세웠다”는 비트망고 정승훈 이사를 만나봤다.

■ “낮에는 온라인광고, 밤에는 게임...4년만에 게임 손익분기점 넘겨”
정승훈 이사는 “비트망고는 개발자 시각이 아닌 유저의 시각으로 게임을 만들고 업데이트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IT분야에서의 사업경력은 많지만 게임은 유저로서 가끔하는 정도였다. 회사의 직원들도 광고서버나 웹 개발, 웹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 경력자들로 게임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게임을 잘 모르니까 사내에 따로 팀을 만들고, 그 팀을 통해 2~3년을 다양한 게임을 만들고 출시하고 마케팅하면서 공부하는 기간으로 삼았다. ‘주경야독’이었다. 그 경험이 하나둘 쌓여지고 이어졌다. 각 스튜디오의 PD와 팀을 키워냈다. 현재 4개 게임스튜디오는 그렇게 탄생되었다.”

데이터웨이브는 1997년 솔루션 개발, SI업체로 창업했다. 이후 2005년부터는 오버추어, 다음, 구글 등의 온라인 광고를 매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변신을 꾀했다. 2011년에는 B2C(기업과 고객) 사업 진출의 일환으로 모바일 게임 회사인 비트망고를 창업했다.

데이터웨이브의 자회사로 출발한 비트망고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키워가며 창업 후 4년만인 2015년 11월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다음 성장을 위한 동력을 확보했다.

■ “퍼즐이 찰떡궁합, ‘롤더볼’ 누적 4000만 다운로드 등 효자게임 등장”
게임 분야 진출 초창기는 ‘위룰’ 같은 SNS, 아케이드, 액션, 퍼즐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개발했다. 하지만 인력의 대부분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보니 게임의 재미를 감성적으로 살리는 ‘튜닝’이 어려웠다.

2014년부터 최용우 CTO(현 공동대표)가 부임하면서 비트망고의 게임 장르를 회사 인력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퍼즐'로 집중하면서 회사의 역량이 쌓여갈 수 있었다.

최용우 비트망고 공동 대표

세상에서는 전혀 기대하지 않은 자식이 금의환향해 보란 듯이 효도를 하는 경우가 있다. 비트망고의 경우 ‘롤더볼’이 그랬다.

그는 “‘롤더볼’은 매출은 소소하게 나오고 있었지만 처음엔 리텐션(재방문율, 즉 게임을 설치하고 일정 기간에 게임에 재접속하는 유저의 비율) 지표가 게임을 스토어에서 내릴 정도로 좋지 않았다”며 “그런데 ‘운’이 좋았다. 2015년 8월에 레벨 업데이트를 통해 리텐션이 올라갔다. 이후 2015년 11월 ‘구글 플레이 금주의 추천게임'에, 12월에는 '구글 플레이 2015년 베스트 게임'에 선정되었다. 지금까지 누적 4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롤더볼’은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등 70여 국가에서 구글 플레이 퍼즐게임 톱10에 들어가고 있다.

그는 “우연히 찾아온 ‘롤더볼’의 성공보다 더 좋은 게임이 있다. 실패를 거듭할지언정 우리가 의도한 실행의 결과로 게임의 각종 지표와 매출이 성장하는 게임이다. 그런 게임을 통해 함께 직원의 역량도 성장한다”고 말했다.

“단어맞히기 게임인 ‘워즈크러쉬(Words Crush)’나 3매치 게임인 ‘쥬얼 팝 마니아(Jewel Pop Mania)’가 그런 게임이다. ‘워즈크러쉬’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10여 국가에서 구글 플레이 워드게임 톱10에 들어가고 있다.”

■ 데이터가 밥 먹여준다고? “맞다, 밥 먹여준다”
정승훈 이사는 “퍼즐 게임 시장이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글로벌은 조 단위다. 아직 회사 지표는 낮고 배울 것도 할 것도 많다”고 웃었다. 그는 게임 분야를 퍼즐에 국한하니 이점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게임 개발 과정에 많은 이점이 있다. 팀 간 정보 공유가 잘 된다. 마케팅 및 게임성과 관련된 각종 지표 데이터를 오픈하고 서로 공유하면서 공부한다. 각종 실험의 성공, 실패 경험도 공유한다. 원래 데이터를 다루는 ‘데이터웨이브’에서 출발해 엔지니어 성향에다 분석을 많이 해왔다. 유저 리뷰와 데이터 분석에 두 축을 두고 게임 개발과 마케팅을 개선해 나간다.”

비트망고는 ‘게임 선정-개발-글로벌 원빌드 출시-마케팅-운영'을 직접 서비스하며 퍼즐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가고 있다. 비트망고가 2016년까지 론칭한 게임은 110개. 현재 스토어에는 23개가 남아 서비스 중이다.

비트망고는 ‘소프트론칭’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게임을 출시 후 한 달간 게임의 지표를 보며 ‘집중치료(IC; Intensive Care)를 한다. 게임의 지표가 정해 놓은 사내 기준에 미달할 때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일정 기간 동안 기준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마케팅을 한다. 아니면 실패 경험을 사내에 공유하고 게임은 과감하게 내려놓는다.

그는 “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잘되는 게임에 더 집중한다. 게임 개발-출시 사이클을 짧게 가져가며 운영을 통해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데이터가 밥 먹어준다고요? 맞다. 밥 먹여준다”고 설명했다.

퍼즐 개발에 집중한 결과 비트망고는 뚜렷한 경쟁력이 생겼다. 광고 수익모델을 택했다. 그동안 축적해온 데이터 분석 능력이 업데이트할 때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비트망고는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출시하고 마케팅을 한다. 유저 리뷰를 꼼꼼히 분석해 최대한 반영하는 것도 필수다. 

정 이사는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액션 RPG 등 규모가 큰 게임이 주류다. 하지만 주류를 좇아 개발하려면 자본과 인력이 있어야 한다. 비트망고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퍼즐’게임과 광고 수익모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 “성공도 힘들고 수명도 짧은 모바일게임, 그래도 이익이 중요"
물론 개발자들의 독특한 관심과 의지가 불쑥불쑥 솟아날 경우도 많았다.

“개발자들은 자기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취향과 기호다. 이 둘 사이에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다. 비트망고는 개인과 조직이 함께 발전하는 것을 지향한다. 신입이 1~2년 지나면 경력자와 비슷한 결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조직과 시스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개발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빠른 선택과 최선의 노력을 들이되 실패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배우면 된다. 모바일게임은 성공도 쉽지 않지만 게임 수명도 짧다. 이런 환경에서 조직이 학습하거나 반복되는 실패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이익이 중요하다. 이익이 나는 조직은 더 큰 실험을 반복할 수 있다.

잠깐 비트망고의 후생 복지를 들여다보자. 아침에는 김밥과 샌드위치과 커피와 음료수를 제공한다. 연봉도 다른 게임사에 비해 결코 적지 않다. 연간 100만 원의 회식 및 워크숍비, 5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한다. 동호회 활동도 적극 후원하고 근속에 따른 리프레쉬 휴가도 준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도 따른다. 런칭 이후 지표가 넘으면 보너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비트망고는 신생 게임회사다. 가장 어려운 것은 구인난이다. 소재지가 성남시 분당구이라  직원 채용에 더 어렵다. 하지만 작은 회사여서 큰 기대없이 아르바이트를 지망했다가 정직원이 된 이가 10명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 주류 RPG 중심 벗어나 ‘퍼즐-글로벌’ 승부 ‘햇빛’
데이터웨이브에서 출발한 비트망고는 이기섭 데이터웨이브 대표가 게임개발자 출신의 최용성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경영-개발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이기섭 대표와 정승훈 이사는 연세대학교 전산과학과 동기다. PC통신서비스인 하이텔, 천리안을 실시간에 웹으로 변환해주는 웹게이트서비스를 개발하며 97년에 데이터웨이브를 창업했다.
이후 특허청, KIPRIS 등 SI 외주 프로젝트로 버텼다. 그러다가 SI와 온라인으로 사업부를 나누어 독립채산제로 운영했다.

온라인 사업부에서 이메일 마케팅-쇼핑몰-공동구매-최저가경매-통합마일리지 서비스를 거쳐 2005년부터 오버추어-다음-구글 검색광고를 매체에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SI사업부는 2000년 초에 와해되었다. 사업영역은 온라인광고 분야로 자리잡았다.

2011년 자회사인 비트망고를 설립한 후 수년간 모바일게임 분야에 투자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인앱판매 수익모델의 RPG 중심의 주류에서 벗어나 광고 수익모델의 퍼즐로 승부하기까지 여러 번 쓴맛을 봤다.

그는 “한국 게임사인 NHN엔터테인먼트, 카카오톡, 스마일게이트를 비롯해 중국 회사 텐센트의 문도 두드렸지만 ‘광고기반 퍼즐게임은 기대 수익이 낮다’며 외면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글로벌시장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냉대(?)가 되레 보약이 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필사적으로 미국-유럽 글로벌 시장을 뚫었다. 현재 비트망고 국가별 매출 점유율을 보면 미국이 51.6%다. 이어 영국 7.5%, 캐나다 4.8%, 일본 4.2%, 독일 3.5%, 오스트레일리아 3.0% 순이다. 이처럼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며 해외 유수의 광고업체들로부터 달러를 벌고 있다.

비트망고는 퍼즐명가를 꿈꾼다. 현재 구글 플레이 미국 시장에서 퍼즐 및 워드게임 톱100위에 4개의 게임이 들어있다. 중기 목표는 10개를 넘는 것이다. 비트망고는 최근 스튜디오끼리 게임성으로 경쟁하는 대회를 진행 중이다. 1000만원의 해외 워크숍 경비지원을 놓고 사내 4개 스튜디오가 퍼즐게임 개발 경진대회를 한다. 게임회사 DNA가 충만한 기발한 발상의 대회다.

정승훈 이사는 “올해 안에 게임 타이틀 20개를 자체 개발하여 출시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비트망고의 유저풀과 마케팅 역량을 기반으로 올해는 한국의 인디게임 등 외부 게임도 퍼블리싱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함께 성장하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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