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워크래프트’, 흑마법사 굴단의 마법 번역 뒷이야기

판타지 블록버스터 영화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지난 9일 한국에서도 개봉, 수많은 블리자드 게임 유저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 영화는 블리자드의 PC 게임 ‘워크래프트’ 시리즈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레전더리픽처스와 블리자드가 공동 제작한 영화다.

영화의 번역은 ‘와우’ 유저로 잘 알려진 황석희 번역가가 맡았다. 실제 게이머가 번역을 하면 게임 유저와 일반 관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워크래프트’에는 수 많은 판타지 용어들이 등장하고, 그 중에는 ‘워크래프트’ 세계관에만 존재하는 단어들도 있다. 또 게임에는 없었던 단어들도 영화에서 사용됐다.

영화 초반, 호드의 흑마법사 굴단(오언조)은 마법을 통해 얼라이언스 진영을 공격한다. 공격을 감지한 얼라이언스의 전사 안두인 로서(트래비스 핌멜)는 풋내기 마법사 카드가(벤 슈네처)와 함께 호드 무리들을 찾아 나선다. 이때 카드가는 수상한 녹색 마법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말한다. “지옥마법이다.”

상식적으로는 hell(지옥) 또는 magic(마법)이라는 말이 들릴 법 하지만, 카드가는 다른 단어를 썼다. ‘지옥마법’은 영어 대사에 나오는 ‘Fel(펠)’을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이 단어는 영화에서 매우 자주 등장한다.

펠이라는 말은 ‘워크래프트’ 세계관에서 만들어낸 단어다. 다른 판타지물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게임에서는 다른 단어의 앞에 붙어서 사용되며, 보통 ‘지옥’으로 번역돼 왔다. 펠오크는 지옥오크로 번역되는 식이다. ‘hell’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단어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fel’의 번역을 두고 황석희 번역가와 블리자드코리아 현지화 팀은 고민했다. 만약 게임처럼 지옥이라 번역하면 “이것은 지옥이다”가 돼 뜻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그렇다고 그냥 “펠이다”라고 번역하는 것도 문제다. 펠이라는 단어를 대부분의 관객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결국 블리자드와 황석희 번역가는 fel(지옥)과 마법을 덧붙여 ‘지옥마법’이라는 단어로 번역했다.

일부 관객들은 영화 속 굴단의 직업이 흑마법사이기 때문에 “지옥마법이 아니라 흑마법으로 번역했어냐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흑마법만을 다른 단어로 지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fel’이라는 단어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영화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는 “영어 버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흑마법사는 ‘Warlock’, 흑마법서는 ‘Grimoire’ 등으로 표현 된다”며 “그러나 흑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 즉 흑마법 자체를 가리키는 공식적인 용어는 없다”고 말했다. ‘워크래프트’의 프리퀄 소설 ‘듀로탄’에 등장하는 흑마법이라는 단어 역시 ‘Warlock magic’을 번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석희 번역가는 게임톡과 전화통화에서 “다른 판타지 영화에서 간혹 ‘Black magic’, ‘Dark magic’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있지만 흑마법이라는 영단어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그냥 펠로 번역을 할까 생각도 했지만, 블리자드와 상의 끝에 지옥마법으로 번역하기로 했다”며 “이미 오래전부터 게임에서 ‘fel’을 지옥으로 번역해 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던칸 존스 감독과 제작진이 굴단의 마법을 ‘Black magic’, 혹은 ‘Dark magic’이 아닌 ‘Fel’로 지칭한 것은 게임의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영화에는 그랜드 햄릿(Grand Hamlet)이라는 지역도 나온다. 이는 게임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지역이다. 황석희 번역가는 ‘너른 마을’이라는 단어로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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