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기업과 플랫폼기업의 맞손… VR시장 선점에 팔걷었다

가상현실(VR) 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동맹을 맺고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을, LG전자는 구글을 전략적 파트너로 택했다. CPND(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디바이스) 합종연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출처=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페이스북과의 협력을 공고히 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삼성 갤럭시7 공개 행사에 깜짝 등장해 “삼성전자의 하드웨어와 페이스북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최고의 VR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오큘러스와 협력해 모바일 VR기기 ‘기어VR’을 출시한 바 있다. 기어VR은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을 끼워서 사용하는 헤드셋이다. 저커버그는 “오큘러스 스토어에는 200개가 넘는 VR 전용 앱이 있고, 100만 시간이 넘는 VR 비디오가 기어VR로 시청됐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4월 12일 샌프란시코에서 열린 페이스북 개발자컨퍼런스 F8에 참석한 2600여명 전원에게 갤럭시S6와 기어VR을 나눠줬다. 삼성전자와의 VR 파트너십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360도 카메라 ‘기어 360’도 29일 정식 출시했다. 기어 360은 일반 이용자도 손쉽게 360도 VR 영상을 제작하도록 도와주는 카메라다. 제품 앞뒤에 탑재된 2개의 어안(魚眼) 렌즈로 상하좌우의 360도 모든 공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듀얼 이미지 센서를 사용해 UHD급(3840x1920)의 고해상도 동영상 촬영과 최대 3000만 화소의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LG전자는 3월 자사의 360도 VR영상 카메라 LG360캠이 구글 ‘스트리트뷰’의 호환제품으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LG360캠으로 촬영한 영상은 별도의 변환 과정 없이 구글 스트리트 뷰 앱에 바로 업로드할 수 있다. 현재 구글 스트리트뷰 호환 인증을 받은 360도 VR영상 카메라는 총 3종으로, 이 중 휴대폰 제조사가 만든 제품은 LG360캠이 처음이다.

김홍주 LG전자 MC상품기획그룹장 상무는 “이번 제휴를 통해 사용자가 모바일 생태계인 LG플레이그라운드에서 콘텐츠를 쉽게 만들고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VR업계에서는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월 한국VR산업협회가 주관하는 가상현실 민관 협력전략 토론회에서도 대기업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최용석 서경대학교 교수는 “대한민국에서도 글로벌 오픈 플랫폼이 나오면 좋겠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이외에 다른 곳은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질과 양을 만족시키며 마케팅 비용까지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동일 볼레크리에이티브 대표도 “디스플레이 기술은 삼성과 LG가 세계 최고”라며 “텐센트,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대기업들도 VR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자칫 기회를 뺏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