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남코 ‘아이돌마스터’ 실사 드라마 제작, 손일형 IMX 대표 인터뷰 ①

지난 4월 15일, 일본 유명 게임사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가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인기 게임 ‘아이돌마스터’의 실사 드라마 ‘THE IDOLM@STER.KR(가칭, 아이돌마스터.KR)’을 제작한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일본 드라마가 아닌 한국 드라마로.

반다이남코의 공식 발표는 일본 ‘아이돌마스터’ 시리즈 팬들은 물론 한국 팬들에게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흔히 ‘아이마스’라 불리는 ‘아이돌마스터’는 유저가 프로듀서가 돼 아이돌 그룹을 톱스타로 성장시키는 게임이다. 콘솔과 모바일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지며 10년간 큰 인기를 이어왔다. 실사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반다이남코의 공식 발표문 중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손일형 IMX(인터랙티브미디어믹스) 대표였다. 그는 한류스타 배용준이 ‘욘사마’로 일본을 뒤흔들던 시기, 배용준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담당한 바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IMX가 이번 드라마의 기획과 제작을 맡은 것이다. 어떻게 ‘아이돌마스터’를 드라마로 제작하게 됐을까. 어떤 드라마로 만들어질까. 직접 손일형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와세다 대학을 나온 손일형 대표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배용준, 안재욱, 이민호, 이준기 등 여러 한류스타의 일본 매니지먼트를 담당했고, 일본에서 열리는 다양한 한류 공연과 이벤트 사업을 진행한다. 2002년 일본 최초로 한국 드라마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이기도 하다. IMX 본사는 도쿄에 위치해 있다.

‘아이돌마스터’ 드라마 제작 소식과 관련해 손 대표는 “처음에는 일본 팬들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한국 아이돌들은 실력이 있으니 지켜보자’는 반응이 많다”며 “오히려 한국 팬들이 더 많은 우려를 하시는 듯하다”고 전했다. 물론 일본에서도 드라마 제작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왜 하필 한국 드라마로 만드느냐라는 이유에서다.

손 대표는 “한국의 드라마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이 입증됐다”라며 “반다이남코도 이를 인정했기에 한국 드라마로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처음 그가 드라마 제작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약 1년 전 ‘아이돌마스터’의 성우 공연을 접한 이후다. 일본에서는 ‘아이돌마스터’의 성우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며, 좌석이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한국에서도 ‘라이브뷰잉’이라는 행사를 통해 공연이 중계된다. 일부 열성 팬들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손 대표는 “(실제 캐릭터가 아닌) 성우의 무대가 성공할 수 있다면 드라마 인물이 나오는 무대도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며 “보통 드라마 제작 관계자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실제 일본에서는 매우 큰 시장”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이돌마스터’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하기 위해 반다이남코를 직접 찾아갔다. 반다이남코의 사카가미 요조 ‘아이돌마스터’ 총괄 프로듀서는 드라마 제작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6개월에 걸친 긴 회의와 토론 끝에 마침내 계약을 완료했다. 손 대표는 “만약 우리가 ‘아이돌마스터’ 드라마를 잘못 만들거나, 원작에 큰 손상을 줄 회사라면 반다이남코라는 큰 기업이 우리와 계약을 했을까”라고 반문했다.

‘아이돌마스터.KR’은 ‘태양의 후예’처럼 100% 사전 제작으로 만들어진다. 쪽 대본이나 빡빡한 제작 일정으로는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공연이나 음악방송 장면도 들어갈 방침이다. 당연히 아침에 대본과 곡을 받아서 저녁에 춤을 추고 노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라마는 한국을 배경으로 K-POP 아이돌들의 성장, 활동, 우정을 그릴 계획이다. 배경은 다르지만 ‘아이돌마스터’의 세계관을 입혔다. 손 대표는 “평범한 음악 드라마라면 그냥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찍으면 된다. 그러나 ‘아이돌마스터’는 게임이니까 반드시 유저가 참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IMX는 프로듀서가 직접 아이돌을 키우는 ‘아이돌마스터’처럼 시청자들이 멤버들을 투표로 뽑게 할 예정이다. 투표는 드라마 제작이 들어가기 전 SNS와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해 이뤄진다. 투표라는 점 때문에 Mnet ‘프로듀스101’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손 대표는 분명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프로듀스101’과 가장 큰 차이점은 최종 결과물이 그룹이냐 작품이냐는 것”이라며 “우리는 완성도 높은 드라마와 공연 두 가지가 목표”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방영이 끝나면 출연했던 아이돌그룹은 실제 오프라인 무대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기존 한류 드라마 콘서트와는 또 다른 콘텐츠로 재탄생시킨다는 전략이다.

손 대표는 “드라마 콘서트에서 배우가 노래를 한다 해도, 그가 실제로 드라마에서 노래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아이돌마스터’는 드라마에서 노래한 아이돌들이 그대로 종영 이후에도 진짜 공연을 펼치는 것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드림하이’ ‘베토벤 바이러스’ ‘몬스타’ 등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제작됐다. 그러나 ‘아이돌마스터’는 기존의 음악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게 손 대표의 설명이다.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로맨스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반다이남코와 처음부터 합의를 봤던 조건이다. 출생의 비밀이나 막장 코드도 없다. 손 대표는 “주인공 캐릭터들의 로맨스, 출생의 비밀 같은 막장 코드가 없다는 점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리와 반다이남코는 ‘아이돌마스터’ 드라마를 스포츠 드라마로 이해하려 한다. 화려한 무대를 위해 달려 나가는 아이돌의 열정과 노력을 담을 예정이다. 완성된 드라마는 ‘드림하이’ 보다는 어쩌면 ‘슬램덩크’에 가까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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