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재벌 전폭 지원 ‘판다걸스 오디션’, MCN 통해 글로벌 걸그룹 날개

▲판다걸스 0기

중국 인터넷방송플랫폼인 판다TV의 '판다걸스 오디션'이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 채널 네트워크) 업계에 중국팬 '666666'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한다)로 주목을 받고 있다.  MCN는 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를 통칭한다. 그런데 이 오디션이 유독을 주목을 받고 있는 건 중국 최대 재벌 완다그룹의 전폭 지원이라는 점과 중국 네티즌 수십만명(약 최대 동시 시청자 72만명)이 광클을 하는 '기현상'으로 이어졌기 때문. 게임톡이 90명이 참가해 최종 20명이 뽑히는 '판다걸스 오디션'을 지상중계해보았다.  <편집자 주>

 

지난 8일 서울 강남의 오스카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회 ‘판다걸스 오디션’ 방송 현장. 세번째 참가자인 레이싱모델 김태희(27)가 등장하자 방송을 보고 있던 수십만명의 중국 네티즌들이 들썩였다. 비록 한국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미모는 통한 모양이다. 채팅창에는 연이어 ‘666666’이라는 말로 도배가 됐다. 6은 엄지손가락을 든 손을 표현한 것으로, 그녀의 미모가 최고라는 찬사다.

다른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김태희에게도 딱 1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 시간 동안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최대한 어필해야 한다. 인기투표 상위 2~3명 안에 들지 못하면 걸그룹 판다걸스가 될 기회는 물 건너 가기 때문이다. 카메라 세례에는 이골이 났음직한 베테랑 레이싱모델이지만 다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미소 띤 얼굴로 포즈를 취한다.

화면 아래 ‘비키니’ 모양의 아이콘에 불이 들어왔다. 네티즌들의 투표가 의상교환 기준점인 15000점을 돌파했다는 표시다. 제한 시간 안에 이 점수를 달성한 참가자는 의상을 갈아입고 다시 한번 매력을 뽐낼 수 있다. 룰렛을 돌려 나온 의상은 메이드복이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기 위해 서둘러 탈의실로 향한다.

▲레이싱모델 김태희(가운데)와 판다걸스 0기 멤버 안젤라(오른쪽)

잠시후 단정하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풍기는 메이드가 무대에 나타났다. 채팅창은 또다시 ‘6666’이라는 감탄사로 뒤덮였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에서 못내 아쉬움이 묻어난다. 시간이 부족해서 스타킹은 미처 신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더 아쉬운 쪽은 시청자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1분 남짓. 매력 발산을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그때 갑자기 ‘시계’ 아이콘이 켜졌다. 7000표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던 투표 수가 시간종료를 앞두고 갑자기 3000표 이상 늘어 10000표를 넘어섰다. 이렇게 되면 10분이었던 제한시간에 5분이 더 추가된다. 그녀의 스타킹 신은 모습을 보고 싶은 중국 네티즌들이 몰표를 던진 것이다. 그녀는 메이드복에 스타킹까지 신은 완전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투표 수는 또다시 치솟았다.

결국 이날 김태희는 참가자 15명중 1등을 차지하며 왕중왕전에 나갈 기회를 얻었다. 판다걸스라는 꿈에 한발 더 다가선 것이다.

▲판다걸스 0기

판다TV 비호 아래 글로벌 걸그룹 꿈꾼다

판다걸스의 중국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중국 인터넷방송플랫폼인 판다TV에서 집계한 제3회 ‘판다걸스 오디션’ 최대 동시 시청자 수는 약 72만명. 인터넷방송이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중국에서도 흔치 않은 인기다. 매주 금요일 한국의 내로라하는 모델들이 총출동해 인기 경합을 펼치는 이 방송은 중국 네티즌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판다걸스 오디션’은 중국 판다TV와 한국 MCN기업 오스카엔터테인먼트가 손잡고 3월부터 진행중인 오디션 형식의 걸그룹 발굴 프로젝트다. 한국의 인기 모델과 중국의 인기 모델을 합쳐 최고의 아이돌 걸그룹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참가자만 90명에 달한다.

90명의 참가자들은 총 6회의 예선전과 2회의 왕중왕전을 통해 최종적으로 15~20명의 판다걸스 1기가 된다. 이렇게 구성된 판다걸스 1기와 사전에 뽑아놓은 0기를 합쳐 중국에서 하나의 걸그룹으로 활동한다. 걸그룹치고는 많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48명이 활동하는 일본의 인기 걸그룹 AKB48에 비하면 그렇지도 않은 편이다.

AKB48은 아키하바라 소극장에서 거의 매일 공연을 펼치며 팬들과 호흡한다. 대중매체에서만 볼 수 있는 머나먼 스타가 아닌, ‘누구나 만날 수 있는 걸그룹’이 캐치프레이즈다. 판다걸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소극장이 아닌 인터넷방송이 주무대다. 땅이 넓은 중국 특성상, 소극장 공연보다 인터넷방송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섰다. 판다걸스는 판다TV를 통해 매일 인터넷방송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한다.

실제로 현재 5명으로 구성된 판다걸스 0기는 벌써 인터넷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고정팬도 제법 생겼다. 특히 멤버 중 안젤라(조세희)의 인기가 높다. 그녀는 ‘판다걸스 오디션’의 공동 진행자이기도 하다. 그녀가 화면에 얼굴을 비추면 그녀를 연호하는 채팅이 끊이질 않는다. 현재 판다걸스 0기는 오스카 엔터테인먼트가 초빙한 스타강사들로부터 보컬 및 댄스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물론 중국어 레슨에도 열심이다.

판다TV는 판다걸스의 데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판다TV의 설립자인 왕쓰총은 중국 최고 부자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의 후계자다. 게다가 판다TV의 자회사인 바나나프로젝트는 한국 인기 걸그룹 티아라, EXID의 중국활동도 지원 중이다. 중국 최고의 자본력과 노하우가 판다걸스를 든든히 뒷받침하고 있다.

▲판다걸스 0기

 

고수익 저리스크 수익모델로 MCN업계 주목

현재 MCN기업들은 순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콘텐츠 제작을 전담할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유튜브 광고수익으로는 이들의 인건비 건사도 벅찬 상황이다. 그나마 광고수익을 내는 스타급 크리에이터의 수도 부족하다. 결국 MCN기업은 크리에이터를 모시기 위해 출혈경쟁을 감수해야 하고, 업계에서는 이득을 보는 쪽은 크리에이터뿐이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판다걸스는 위기에 직면한 MCN기업들에게 새 수익모델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타 크리에이터를 영입하는 대신 스타를 양성하면 된다. 판다걸스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저변에 깔고 있지만, 궁극적 지향점은 글로벌 걸그룹이다. 일단 성공궤도에 올려놓기만 하면 유튜브 광고수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큰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다.

기획은 제법 치밀했다. 가장 핫한 시장인 중국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가장 핫한 직업군인 미녀모델을 동원했으며, 가장 핫한 아이템인 서바이벌 오디션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초대형 프로젝트에 으레 따라붙는 리스크도 낮은 편이다. 시청자 투표 시스템에 유료아이템을 접목시켜서 벌써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오스카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중국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모델들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며 “중국 대중들이 좋아하는 모델들을 트레이닝시키고, 향후 2기 3기를 계속 뽑아 글로벌 걸그룹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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