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완 대표 특별한 GDC 2016...게임톡 칼럼 보고 이니고 퀼레즈 특별초대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에서 이니고 퀼레즈(왼쪽)와 함께.

[VR톡] 김성완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 모임 대표, GDC 2016 아주 특별한 참관기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2016에 정말 오랜 만에 다녀왔다. GDC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2003년이었으니 무려 13년 만이다. 2003년에는 지금보다 규모도 작았다.  실리콘밸리 지역에 있는 소도시 산호세(San Jose)에서 열렸다. 개인적으로는 1996년에 산타 클라라(Santa Clara)에서 열린 GDC에 한국인 게임 개발자로서는 처음 참관했다. 이후로 ‘놀라울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GDC는 30주년을 맞이하는 화려한 지금이나 소박했던 그 때나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번 GDC에서는 유난히 반가운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부산에 있다 보니 같은 한국에 있으면서도 자주 보지 못하던 한국 게임 개발자들을 멀리 샌프란시스코에서 반갑게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에서 처음 열린 인디게임페스티벌인 BIC(Busan Indie Connect) Fest에 전시자로 참가했던 해외 인디 게임 개발자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BIC Fest 동안 모두들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즐거운 기억 때문에 GDC에서의 뜻밖의 만남이 더욱 반가울 수 있었다.

■ 존경하는 프로그래머 ‘이니고 퀼레즈’ 뜻밖의 만남

이번 GDC에서 이루어진 모든 만남 중에서 가장 각별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의 시각 효과 감독(Visual Effects Supervisor)으로 일하고 있는 이니고 퀼레즈(Inigo Quilez)와의 만남이었다.

이니고 퀼레즈는 스페인 출신으로 미국으로 오기 전에도 유럽의 유명한 데모씬 개발자(Demoscener)였다. 새로운 렌더링 방법으로 거리 함수(distance function)를 이용한 레이마칭(ray marching) 알고리즘을 개척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유명한 데모 그룹 RGBA의 코더(coder)로 활약하면서 2009년 기념비적인 작품인 ‘엘레베이티드(Elevated)’를 남기기도 했다.

▲ 이니고 퀼레즈(Inigo Quilez). 출처: LinkedIn

퀼레즈를 처음으로 알게 된 건 아마 셰이더토이닷컴(Shadertoy.com)을 통해서였을 것이다. 셰이더토이닷컴은 2013년 WebGL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웹사이트로 웹 페이지 상에서 바로 셰이더 프로그래밍(Shader programming)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퀼레즈는 바로 이 웹사이트를 만든 멤버 중 한명이기도 하다. 2014년 말에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로 옮기기 전까지는 픽사(Pixar) 애니메이션 스튜디어에서 기술 감독(Technical Director)으로 5년 이상 일했다.

셰이더토이닷컴은 학생들에게 셰이더 프로그래밍을 강의할 때에 셰이더 프로그래밍을 쉽게 연습할 수 있고, 다른 이들의 훌륭한 작품들도 볼 수 있는 훌륭한 웹사이트로 꼭 소개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몇년 동안은 부산게임아카데미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첫 주에 학생들에게 퀼레즈의 유명한 사과 만들기 라이브 코딩 동영상을 꼭 보여준다. 20분 만에 순수하게 수학적인 알고리즘을 이용한 코딩만으로 화면에 사과를 만들어내는 이 동영상은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경험이다.

▲ 사과 만들기 라이브 코딩 동영상.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CHmneY8ry84

물론 셰이더토이닷컴에는 최근에 그가 만든 더 놀라운 작품들을 볼 수 있다.

▲ 출처 : Shadertoy.com https://www.shadertoy.com/view/ld3Gz2

이니고 퀼레즈는 개인적으로도 같은 그래픽스 프로그래머로서 크게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가 그래픽스 프로그래머로 뛰어난 실력을 쌓을 수 있게 했던 유럽의 데모씬(Demoscene) 문화가 참 부럽기도 하다. 데모씬 문화는 1990년대초 핀란드의 전설적인 데모그룹 퓨처크루(Future Crew)의 놀라운 작품들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한국에도 이런 문화가 생겨나기를 바랐지만 그로부터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한국은 데모씬 문화에서 있어서는 여전히 불모지다. 그래서 한국에도 데모씬 문화가 만들어지고 언젠가는 첫 데모 파티가 열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필자 게임톡 기고 VR 칼럼 보고 오큘러스스튜디오 초대
아무튼 이런 대단한 인물과 친분을 맺고 그가 일하고 있는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에도 초대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0월에 한경닷컴 게임톡에 기고했던 바로 이 VR 관련 칼럼 덕분이었다.

[VR톡] 존 카맥-팀 스위니 등 게임 전설들 VR 빠지다
http://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33220

이 칼럼은 미국의 게임과 애니메이션 업계의 대단한 인물들이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분야로 옮겨 왔다는 걸 알리는 내용으로 마지막에 한국에서는 생소한 이니고 퀼레즈도 함께 소개를 했다. 그런데 이 칼럼을 지난 2월 달에 퀼레즈가 보게 되었고 자신이 팔머 럭키, 존 카맥, 마이클 애브러시, 팀 스위니 등의 대단한 인물들과 함께 한국에서 소개된 사실이 신기하다며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걸 필자도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페이스북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고, 퀼레즈는 고맙게도 필자가 샌프란시스코에 들르게 되면 자신이 일하는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에 초대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마침 3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GDC에 ‘VRDC’라는 VR 전문 컨퍼런스까지 생기면서 GDC에 간 김에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에도 방문할 계획으로 정말 오랜 만에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퀼레즈의 초대가 없었다면 큰 맘 먹고 13년 만에 GDC에 참가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한국어로 된 게임톡의 칼럼을 누가 퀼레즈에게 알려주었을까 궁금했다. 지난달 자신의 결혼 소식을 알린 페이스북 포스트를 통해서 신부가 다름 아닌 한국계 여성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뛰어난 그래픽스 프로그래머이자 현재 오큘러스의 CTO인 존 카맥의 경우도 부인이 한국계다. 단 두 사례로 일반화하기는 좀 곤란하지만 뛰어난 그래픽스 프로그래머는 한국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스튜디오 1층까지 내려와 퀼레즈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직접 안내
GDC를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머무르는 동안 마침내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를 방문하게 되었다.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곳에 있었고 외부에 간판도 없었다. 스튜디오는 평범한 건물 2층에 눈에 띄지 않게 있다보니 거기를 지나가도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챌 수 없는 곳이었다.

건물 1층에 도착해서 연락을 하자 퀼레즈가 직접 1층까지 내려와서 2층 스튜디오로 안내해 주었다. 인사말을 영어로 나눈 뒤에 더욱 정겹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도 인사말을 해주었다. 아주 간단한 한국어는 몇 마디 할 수 있다고 했다.

스튜디오를 전체적으로 한번 둘러 볼 수 있었는데 그렇게 넓은 곳은 아니었다.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와 ‘헨리’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는 동영상에 나왔던 곳이라 눈에 익은 모습들이 보였다. 처음에 5명이 시작한 스튜디오가 현재는 20여명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다음 VR 시연을 할 수 있는 데모 룸으로 안내 받았다. 스토리 스튜디오의 최신 완성 작품인 ‘헨리’는 필자도 이미 체험할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건너 뛰고 올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인 차기 작품 ‘디어 안젤리카’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Dear Angelica 의 포스터. 출처 : 오큘러스 블로그
▲ 유튜브 오큘러스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rvwcGxEUGM
▲ 유튜브 오큘러스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rvwcGxEUGM

‘디어 안젤리카’는 일러스트 작가인 웨슬리 알스브룩(Wesley Allsbrook)의 독특한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의 3번째 VR 애니메이션이다. 올해 말에 출시될 예정이라 아직은 제작 초기 단계이다. 이전 작품인 ‘헨리’를 너무 감동적으로 체험했기 때문에 그 다음 작품인 ‘디어 안젤리카’는 어떤 발전을 이루었을까 궁금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동영상이나 2D 그림만으로는 도저히 어떤 작품일지 짐작도 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웨슬리 알스브룩의 손으로 3D 공간에 직접 그려진 독특한 3D 일러스트들을 몇 가지 볼 수가 있었다. 그림이 그려진 결과만 정적인 상태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림이 그려지는 과정도 기록되어 있어서 시간에 따라 그림이 완성되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쉽게 말해 공간과 시간이 모두 저장되어 있는 3D 그림들이었다. VR 헤드셋을 쓰고 보는 이런 그림들은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것들이었고, 2D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강렬한 감동을 주었다. 이전에 알스브룩의 일러스트를 2D 그림으로만 봤을 때는 그냥 독특한 그림체의 일러스트로만 생각했는데 VR을 통해서 볼 때 강렬한 감동을 준다는 게 놀라운 체험이었다. 아직은 어떤 스토리 라인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3D 공간에 그려진 그림들을 본 것뿐이었는데 말이다.

특히 한 작품에서는 울컥하며 눈에 살짝 눈물이 어릴 정도로 강한 감동을 받기도 했다. VR 헤드셋을 쓰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직 스토리로 엮어진 작품도 아니고 기초적인 그림 작업만 이루어진 몇 점의 3D 공간 일러스트만 본 건데도 이렇게 감동적이라면 이 작품이 제대로 완성되었을 때는 과연 어떤 수준일지 상상하기도 힘들다. 이건 인류 역사에 일찍이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예술의 경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이후로 추가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일러스트도 조금 엿볼 수 있었는데 이건 정말 VR이 아니라면 표현할 수가 없는 경지였다.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이런 놀라운 체험들을 많은 사람들이 널리 공유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웨슬리 알스브룩의 원래 2D로 그려진 독특한 일러스트를 VR을 위해 3D 공간으로 옮기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은 이니고 퀼레즈가 3D 공간에 직접 일러스트를 그릴 수 있는 툴인 ‘Quill’ 을 만들고 그걸 이용해서 일러스트 작가 본인이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이 ‘퀼’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잠시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3D 공간에 붓질을 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퀼레즈에 의하면 하루 이틀 정도는 연습해야 잘 다룰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즉석에서 능숙하게 자동차를 그리는 시범을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의 블로그에 ‘헨리’의 집 내부의 예쁜 조명을 만들어냈던 조명 계산 공식이 이니고 퀼레즈의 글로 공개되었다. 이런 것에서도 이니고 퀼레즈의 중요한 역할을 알 수 있다.
https://storystudio.oculus.com/en-us/blog/colorizing-spaces-working-with-color-in-story-studios-henry/

그리고 나중에 한국에서도 데모씬 문화가 만들어지고 데모씬 개발자들을 위한 첫 데모 파티가 열리게 되면 초청 강연자로 꼭 초대하고 싶다고 하자 기꺼이 승락해 주었다. 

이니고 퀼레즈의 우정어린 호의로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에 초대되어 VR의 미래를 잠시나마 미리 엿볼 수 있어서 가장 행복하고 값진 GDC였다. 이런 좋은 기회를 제공해준 이니고 퀼레즈와 오큘러스 스토리 스튜디오에 깊이 감사드린다.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모임 대표 idgmatrix@gmail.com

김성완 대표는?

(주)젬스푼  21세기 마법사 
부산게임아카데미 외래교수 
영산대학교 게임콘텐츠학과 겸임교수
동의대학교 게임영상정보학과 외래교수
인디라! 인디게임개발자모임 대표(https://www.facebook.com/groups/indi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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