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한 그래픽 자랑하는 하드코어 정통 MMORPG 참재미

 

수많은 MMORPG를 접하다보면, 첫인상만 봐도 그 게임을 파악할 수 있는 요령이 생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스타일은 상대적으로 저연령층을 겨냥한 캐주얼게임인 경우가 많고, 반대로 실사에 가까운 화려한 그래픽은 남성 유저들 취향의 하드코어게임일 확률이 높다. 어지간해서는 이 공식이 깨지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반전매력을 뽐내는 게임들이 있다. 겉모습은 분명 캐주얼게임인데 콘텐츠는 하드코어하다. 파도 파도 방대한 콘텐츠가 계속 나온다. ‘라그나로크’가 그랬고 ‘트리오브세이비어’가 그랬다. 그리고 이번에 리뷰를 진행하게 된 ‘루나: 달빛도적단’도 그렇다. 겉은 말랑말랑하지만 속은 단단한, 이른바 외유내강 MMORPG다.

BH게임즈(대표 우상희)가 개발하고 인터세이브(대표 이갑형)에서 서비스 중인 캐주얼 MMORPG로 2월 3일 재단장해 오픈했다.

무기와 펫, 유저 수집욕구 정확히 짚다

보통 MMORPG는 시작부터 이것저것 설정해야 할 것이 많은 법이다. 직업은 뭘로 해야 할지, 종족은 어떤 것이 좋을지 등 시작부터 꽤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 투성이다. 그러나 ‘루나: 달빛도적단’의 경우 초반에 선택해야 할 것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없다. 아바타의 성별, 즉 남자냐 여자냐가 전부다. 이 시점에서 유저들은 이 게임이 굉장히 단순한 캐주얼게임일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착각은 게임플레이 5분만에 깨진다. ‘루나: 달빛도적단’에 직업이 없는 이유는 착용하는 무기에 따라 직업이 자동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양손검을 착용하면 근접에서 활약하는 검사가 되었다가, 활을 착용하면 치고 빠지기에 능한 궁수가 되는 식이다. 물론 스킬도 모두 바뀐다. 무기의 종류는 총 13종으로, 이 무기의 종류만큼 직업이 나뉘는 셈이다. 여기에 7종의 보조무기까지 더해지면 무수히 많은 직업의 조합이 가능하다. 게다가 무기 숙련도와 스킬트리에 따라 또 세분화된다. 상당히 자유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물론 이렇게 특정 직업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은 이전부터 많이 있었다. 그러나 무기만 바꾸면 스킬까지 모조리 자동으로 바뀌는 ‘루나: 달빛도적단’만큼 간편하고 융통성 있는 게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에는 이 자유도 높은 직업 시스템이 당황스럽지만, 일단 적응하고 나면 무기 바꾸고 숙련도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무기시스템이 아마 ‘루나: 달빛도적단’의 가장 큰 장점이자 핵심콘텐츠가 아닐까 싶다. 

펫시스템인 ‘호문쿨루스’ 역시 하드코어 요소가 다분한 콘텐츠다. 미소녀, 강아지, 고양이 등의 형상으로 귀여움을 강조한 호문쿨루스들은 펫수집가 성향의 유저들을 노골적으로 노렸다. 단순히 유저를 따라다니기만 하는 펫이 아니라, 전용 무기와 스킬로 전투를 보조하는 성장형 펫이다. 펫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것 역시 ‘루나: 달빛도적단’이 내세우는 핵심콘텐츠 중 하나다.

탈것 역시 귀여움을 강조했다. 초반에 제공되는 탈것은 봉제인형을 닮은 당나귀인데, 특이하게도 이동시 유저를 업고 사람처럼 이족보행을 한다. 이 특이한 콘셉트는 CBT때부터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리뷰를 하면서 다른 탈것을 얻지는 못했지만, 다른 탈것들도 기발한 콘셉트를 보유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기존 게임과 전반적 비슷… 그래픽 디테일 아쉬워

‘루나: 달빛도적단’의 전투는 기본적으로 논타깃 방식이다. 화면 중앙에 조준점이 있어, 이 부분에 타깃을 맞추고 스킬 키를 누르면 타깃에 적용된다. 논타깃 방식 특유의 조작하는 재미가 있다. 다만 타격감은 기대만큼 좋지 않다. CBT때는 정통 MMORPG 방식도 제공하여 취사선택이 가능했는데, 정식서비스 오면서 논타깃 방식만 제공한다.

그래픽 퀄리티는 요즘 나온 게임치고는 낮은 수준이다. 그도 그럴 것이, ‘루나: 달빛도적단’은 과거 개발하다가 중단된 ‘엘스온라인’이라는 게임의 리소스를 구매해서 개발한 게임이다. 캐릭터 묘사에는 제법 신경을 썼지만, 배경과 같은 디테일에서는 역시나 아쉬운 면을 드러낸다.

다만 MMORPG에서 그래픽 퀄리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경쓰일 수준은 아니다. 일단 게임에 재미를 붙이고 나면 그래픽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현재 한국 온라인게임에서 MMORPG 1위를 달리고 있는 게임만 봐도 그래픽보다 게임성이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그 밖에 퀘스트, PVP시스템, 던전 등 대부분의 콘텐츠는 기존에 익숙하게 경험했던 여타의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다. BGM도 무난한 수준이며, 퀘스트 곳곳에 숨은 ‘아재개그’를 찾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루나: 달빛도적단’은 해야 할 일이 많은 게임이다. 인스턴스 던전이나 PvP콘텐츠는 기본이거니와 무기 숙련도도 올려야 하고, 펫도 모아야 하고, 탈것도 수집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콘텐츠는 없다. “MMORPG는 하드코어하게 즐겨야 제맛”이라고 여기는 골수 유저들에게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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