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시티, VR게임 '건쉽배틀2 VR'로 상반기 시장선점 나선다

VR(가상현실)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삼성, 소니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앞다투어 VR을 차세대 먹거리로 규정하고 시장 선점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도 2018년까지 VR산업 육성에 18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신시장 창출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모바일 대혁명’ 이후 새 패러다임을 맞는 게임업계는 미온적이다. 최근 주요 게임사들이 언론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VR게임에 대해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가 항상 화두에 오르는데, 대부분 관심은 있지만 현실화는 이르다는 답변을 내놓곤 한다. 휴대성, 해상도, 인지부조화 등 위험 요인이 줄어들 때까지 좀 더 관망하겠다는 이야기다.

물론 모든 게임사들이 몸을 사리며 ‘NO’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 당당하게 ‘YES’를 외치는 기업이 있다. 바로 조이시티다. 조이시티는 6500만 다운로드의 ‘건쉽배틀’ IP를 활용해 VR 슈팅게임 ‘건쉽배틀2 VR’를 개발중이다. 단순 데모가 아니라 어느 정도 구체화된 버전이 완성됐으며, 올해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최종 담금질에 한창이다. VR게임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몇몇 게임사들 중에서도 한 발 빠른 행보다.

조이시티는 원래 선견지명이 있는 회사다. ‘프리스타일’로 PC 온라인게임에서 출발한 조이시티는 온라인게임사로는 보기 드물게 모바일게임 시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아이폰3GS’의 한국 출시가 여러가지 이유로 난항을 겪고 있을 때부터 남몰래 모바일게임을 준비했으니, 남들보다 몇 년은 앞선 셈이다. 그 결과 2011년 4월 출시한 ‘룰더스카이’는 한국 SNG(소셜네트워크게임)의 선구자로 꼽힐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VR게임도 마찬가지다. 2014년부터 R&D에 들어갔고, 2015년 초에 관련 개발팀을 구성했다. 현재 VR게임 팀의 인원은 20여명. 여기서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인원을 충원하고 R&D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남들보다 앞서 준비한 만큼 내실 있는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건쉽배틀2 VR’은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모한 가상현실콘텐츠 지원사업에서 대한민국 VR 콘텐츠로 선정됐다. 게임으로서는 유일하며, 출판이나 여행 등 다른 VR콘텐츠에 비해서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이 어필했다.

철저히 준비된 게임 ‘건쉽배틀2 VR’은 과연 ‘룰더스카이’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까. 추위가 가시지 않은 2월, 조이시티 본사를 찾아가 김찬현 사업개발부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최고의 VR게임은? 헬리콥터 슈팅게임에서 해답 찾다

VR게임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많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전담 팀도 꾸려야 하고 R&D 투자도 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러 모로 리스크가 크다. 이 때문에 콘텐츠와 디바이스를 연결해주는 미들웨어가 먼저라는 말도 나온다. 한국 VR게임의 선두주자로서, VR게임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다른 게임사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기존에 갖고 있던 플랫폼의 매출구조를 다른 플랫폼인 VR로 옮기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다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니 부담이 크다. 하지만 새로운 플랫폼의 가능성을 봤다면 새로 시작할 줄도 알아야 한다. 조이시티가 ‘룰더스카이’를 개발할 때는 PC 온라인의 구조를 가져오겠다는 생각 없이 완전히 새로 개발했다. ‘건쉽배틀2 VR’도 마찬가지다. 장기적인 성공 타이틀을 만들려면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VR게임의 잠재력은 높다고 생각한다. 초기에는 디바이스가 한정적일 수는 있지만, 기본적인 유저 풀은 적지 않다. 특히 초반에는 게임 타이틀이 많지 않아서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건쉽배틀2 VR’의 개발단계에서도 이러한 점을 충분히 고려했으며,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

보통 VR게임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연애시뮬레이션게임과 호러게임에서 가장 큰 가능성을 찾는다. 짧은 시간에 작은 자극만으로도 강렬한 사용자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다른 장르는 인기가 덜하다. 왜 슈팅게임 ‘건쉽배틀2 VR’인가? 그 중에서도 헬리콥터가 나오는 슈팅게임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VR의 핵심은 머리가 아닌 중추신경에서 인식하는 리얼함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공개된 VR게임들 대부분은 깜짝 놀라게 하는 등 머리로 인식하는 자극적인 콘텐츠 위주다. 그 이상을 시도하려고 해도 어지러워서 포기한다. 디바이스의 한계가 있으니 이 정도면 되겠다 생각한다.

그러나 밸브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사양 그대로 구현한 고급 VR을 경험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최상위 단계의 콘텐츠가 되면 경험의 질은 달라진다. 중추신경이 인식하는 진짜 VR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슈팅게임이야말로 가능성이 있는 장르다.

처음에 VR 슈팅게임을 만들면서 어떤 스타일이 가장 적합할지 연구를 시작했다. 그 결과 2가지를 깨달았다. 첫째는 VR의 자극을 늘렸을 때, 사용자 경험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피로도는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많이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그만큼 즐겁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유저들이 가장 오래 플레이할 수 있는 접점을 찾기 시작했고, 헬리콥터 슈팅게임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헬리콥터는 전투기처럼 360도 회전하는 등 축을 뒤집는 비행을 하지 않고, 때때로 공중에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타깃과의 상호작용이다. 전투기는 하늘로 높이 올라가면 어느 정도 높이까지 올라왔는지 도무지 체감할 수 없다. 이래서는 VR의 의미가 없다. 반면 헬리콥터는 지면 및 지면 위의 타깃과 상호작용하면서 실제 비행하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전투기끼리 싸우는 공대공 전투는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VR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좌우 회전인데, 공중의 적을 상대하다보면 회전이 90프레임을 넘어가게 되어 매우 어지러워진다. 반면 헬리콥터는 아래쪽을 내려다보며 지상의 적을 상대하기 때문에 그런 부작용이 없다.

■ 어지러움 없이 오래, 자유이동도 가능

출시를 앞둔  다른 VR게임들과의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헬리콥터 슈팅게임을 선택했다. 그러나 슈팅게임이라는 큰 장르에서 보면 경쟁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몇몇 있다. ‘건쉽배틀2 VR’만의 확실한 차별점이 있는가?

‘건쉽배틀2 VR’은 헤비한 게임이다. 플레이타임이 길다. 기본적으로 최소 15분씩 즐길 수 있게 구성했다. 로비화면에서 재정비를 하는 식의 인터벌 콘트롤을 통해 얼마든지 긴 시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15분 단위로 끊는다는 것은 인지부조화로 인한 어지러움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뜻인가? 혹시 어지러움을 방지하기 위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강제적으로 넣은 것은 아닌지?

아니다. 15분으로 나눈 이유는 스테이지 베이스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스테이지 하나가 너무 길면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 과부하가 걸린다. 그래서 스테이지의 구성은 기존의 ‘건쉽배틀’과 비슷하게 만들었다. 전작을 경험해본 유저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스테이지 베이스 콘텐츠라면 ‘레일슈터’ 방식이 떠오른다.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공간에 적을 다 처치하고 나면 레일을 타고 이동하듯 다른 장소로 자동 이동하는 게임들 말이다. 실제로 현재 공개된 VR 액션게임들은 이렇게 이동 범위를 제한하는 대신 액션 본연의 때리는 재미에만 집중한 게임들이 대부분이다. 조이시티도 비슷한 방식을 택했나?

‘건쉽배틀2 VR’은 자유이동을 추구한다. 이 점도 다른 게임들과 크게 다른 부분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유저는 헬리콥터 콕핏 안에 앉아 있지만, 헬리콥터는 유저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유롭게 이동한다. 실제로 콕핏에 앉아있는듯한 경험을 주려 노력했다.

소니의 요시다 슈헤이 월드와이드스튜디오 대표도 이 부분에 관심을 갖고 조이시티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했다. 이렇게 자유이동이 가능한 게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 모든 플랫폼에서 동시다발 출격, 상반기 모바일 먼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그래서 ‘건쉽배틀2 VR’은 언제 출시되는가?

올해 상반기 삼성 ‘기어VR’의 확산에 맞춰서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는 플랫폼 파트너들에게 보여줄 정도의 버전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기어VR’은 대표적인 모바일 디바이스다.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한다는 이야기인데, 혹시 다른 플랫폼으로 출시할 계획도 있나?

모바일, 콘솔, PC 등 모든 플랫폼에서 출시한다. 초반에는 VR게임 시장이 작아서 다 해야 한다. 그 중에서 모바일이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것뿐이다. 다른 플랫폼 파트너들과도 이야기 진행중이고, 출시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아쉽지만 더 자세한 이야기는 비밀유지협약(NDA) 때문에 이야기할 수 없다.

현재 모바일 VR 시장은 콘텐츠의 양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모바일 VR게임을 해보면 그 질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건쉽배틀2 VR’도 플랫폼에 따라 질적 수준에 차이가 생기나? 모바일 버전이 조금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PC버전과 콘솔버전은 질적 수준에서 차이가 거의 없다. 다만 디바이스의 퍼포먼스 성능이 부족한 모바일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모바일 버전도 맛을 보여주는 것은 충분하리라고 본다.

지난해 GDC(게임개발자컨퍼런스)에 참가했는데, 그 때 들은 말 중에 인상 깊었던 말이 있다. 예전에는 무서운 괴물을 등장시키려면 문을 박차고 소리지르는 등 온갖 화려한 효과를 다 동원해야 했다. 그래도 콧방귀 뀌며 ‘연출 좀 했네’ 하는 식이다. 그런데 VR에서는 조용히 다가와서 속삭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큰 임팩트를 준다. 그래픽 퍼포먼스가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자유도를 올리거나 사운드를 보강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면에서 모바일버전에서도 찬스는 있다.

‘건쉽배틀2 VR’이 사업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성공을 기대한다면 어느 정도를 예상하나?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원래 많은 리스크를 요한다. 하지만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노하우를 쌓아 왔고 충분한 매니지먼트 과정을 거쳤다. 큰 무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사업성을 검토한 후 진행한 프로젝트다. 내부적으로는 투입한 비용은 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사업적인 성공 외에도 플랫폼 파트너들과의 긴밀하게 맺은 신뢰감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작 '건쉽배틀'의 게임화면)

■ 총대 멘 조이시티, 성공의 축포 쏠까

조이시티가 야심차게 도전한 ‘건쉽배틀2 VR’은 한국의 1세대 VR게임 중 하나가 된다. 물론 성공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성공한다면 ‘룰더스카이’의 성공신화는 재현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조짐은 조금씩 보이고 있다.

김찬현 사업개발본부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VR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반신반의 눈초리를 받곤 했는데, 요즘에는 사람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을 체감한다”고 웃었다. 지난 몇 년간 조이시티의 VR게임에 대한 투자가 그를 한국 VR게임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만들었다. 소니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한국 개발자로서는 유일하게 발표자로 나섰고, VR게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조언을 구하려 줄을 잇는다. 과감한 투자를 하는 회사와 유능한 개발자, ‘건쉽배틀2 VR’보다 후속작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찬현 사업개발본부장 약력:
2006년 캐나다 Ontario Colleague of Art & Design University 졸업, 학위 Bachelor of Design
2005년 캐나다 게임 개발 스튜디오 ECLOX Entertainment 설립 / 대표
2007년 SonicAnt / 해외사업팀장 / 온라인 축구게임 ‘익스트림사커’
2008년 NDOORS / 해외사업팀장 / 온라인 게임 ‘군주’, ‘아틀란티카’
2011년 NEXON / 사업개발팀장 / 해외 소싱 및 신규 사업 개발
2013년 JOYCITY / 글로벌사업팀장 / 전략 기획 및 신규 사업 개발
2014년 사업개발부장 / 신규 사업 개발, 신규 플랫폼 진출 기획, 글로벌 서비스 전략
2015년 사업개발부장, 총괄 프로듀서 / 콘솔 타이틀 ‘3on3 프리스타일’, ‘건쉽배틀2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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