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블레이드앤소울', '파판14', '아키에이지' 해돋이 명소는 어디?

 

한겨울 동해의 바닷바람은 매섭게 옷깃을 파고들었다. 이빨의 딱딱거림이 멈추질 않을 정도로 몹시 추웠다. 24시간 카페는 이때다 싶은지 바가지를 씌우기 바빴고, 그나마 바닷가가 보이는 자리는 일찌감치 만원이었다. 언제 해가 뜰까 마냥 수평선을 쳐다보는 일은 왜 그렇게 지루한지. 20대의 첫 해돋이는 그렇게 추웠고, 비쌌고, 지루했다.

그날 이후, 동해안에서 줄곧 살았던 남자가 해돋이를 보는 장소는 바뀌었다. 정동진에서 '서부몰락지대'로. 이제 바닷바람을 피하기 위해 온갖 겨울옷으로 중무장할 필요도, 미어터지는 교통정체를 피하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찍 집을 나설 필요도 없었다. 그저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컴퓨터의 전원을 켜고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 접속하면 됐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서부몰락지대)

매년 '서부몰락지대'는 '와돋이'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등대 위에 옹기종기 모여서 붉게 타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빌고, 옆 사람과 "새해 복 많이 받으라"며 덕담을 주고받았다. 진짜 해돋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나았다. 해돋이 장소로서 '서부몰락지대'가 정동진보다 더 좋은 이유를 열 가지도 더 댈 수 있을 것 같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서부몰락지대' 말고, 다른 게임에도 해돋이 명소가 있을까? 물론 있다.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에도, '파이널판타지14'에도, '아키에이지'에도 태양은 매일같이 떠오르는 법이다. 2016년 새해 첫 해돋이, 어디서 맞을까.

가족과 함께, '블소' 제룡림수련동굴, 수월평원늑대구릉, 타루정

"일출과 일몰은 매일 있으니까, 네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아름다움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단다."
- 영화 와일드(2014) 中

셰릴(리즈 위더스푼)은 트래킹을 하는 동안 늘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엄마(로라 던)의 말을 떠올린다. 젊은 남성도 완주하기 힘들다는 4286km의 PCT(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걸으며, 셰릴은 점차 자신의 인생을 찾아간다. 거칠고 고통스러웠던 여정 끝에 태양처럼 눈부시고 아름다운 희망이 있었다. '블소'의 제룡림수련동굴, 수월평원늑대구릉, 타루정처럼 말이다.

('블소'의 제룡림수련동굴)

제룡림은 '블소'의 유명 캐릭터 남소유가 살고 있는 곳이다. 유저들이 무공 수련에 정진하기 위해 홍문신공을 배워 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게임 시작 부분에 등장하는 곳이라 누구나 쉽게 해돋이를 볼 수 있는 장소다. 특히 최근 실시한 대규모 업데이트 '위대한 여정'에서 새로 추가된 직업 '기권사'를 키우면 바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블소'의 수월평원늑대구릉)

수월평원늑대구릉은 유명한 네임드 몬스터인 만령강시와 포화란을 만나게 되는 하이라이트 지역이다. 동방대륙 남단에 위치한 지역으로,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무공을 테스트하는 곳이다. 백청산맥으로 돌아가거나, 새롭게 '기권사'를 키우면서 해돋이를 볼 수 있다.

('블소'의 타루정)

타루정은 수월평원을 넘어가면 나오는 백청산맥의 처음 시작 부분에서 유저들을 맞이해주는 정자다. 유란이 유저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백청산맥 너머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친구와 함께, '파이널판타지14' 동부 라노시아, 저지 라노시아

"나, 바다에서 해뜨는거 처음 봐."
"촌놈... 하긴, 도시엔 저런 태양이 없지."
- 영화 태양은 없다(1998) 中

해돋이를 처음 본다던 도철(정우성)에게 홍기(이정재)가 말한다. 바닷가 해돋이는 도시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그의 말대로, 어스름을 가르고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유독 크고 강렬하게 타오른다. 해수면에 길게 반사된 햇빛마저 따스함을 머금는다. 이것이 '파이널판타지14' 동부 라노시아의 주거지 '코스타 델 솔'에서 맞는 해돋이다.

('파이널판타지14'의 동부 라노시아)

게게루주를 모시는 하인 페에발로에 따르면, '코스타 델 솔'은 라노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고급 주거지다. 원래는 바닷물 때문에 농사짓기 힘들어 방치된 땅이었지만, 이 곳을 눈여겨 본 울다하의 부호 게게루주에 의해 재탄생했다. '핏빛해안'이라는 음산한 이름이 싫다며 '태양해안'이라는 뜻의 '코스타 델 솔'로 명명한 사람도 게게루주다. 동부 라노시아 곳곳에는 무희들이 숨어 있어, 그녀들의 춤을 구경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파이널판타지14'의 코스타 델 솔)

저지 라노시아에서도 모라비 조선소가 위치하고 있는 '신의 손아귀'에는 흑와단 군함을 작업하는 모라비 조선소 이외에도 붉은수탉 농장, 촛불지기 부두, 오쉬온 등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소금기둥 해변에서는 제 7 재해로 생긴 크리스탈과 소금기둥을 볼 수 있다. 레벨 5~10 근처의 몬스터가 있는 곳으로, 초보자가 많이 보이는 지역이다.

('파이널판타지14'의 저지 라노시아)

연인과 함께, '아키에이지' 황금평원과 이니스 섬

"함께 밤을 지새우고 해돋이를 보면서 아름다운 순간을 맞을 때마다 왠지 항상 맥빠진 기분이었어. 데이트 상대가 밥맛이었거든. 그들은 그 순간의 느낌이나 의미를 이해 못했어.
넌 모를거야, 왜 지금이 내 인생에 그토록 중요한지. 멋진 아침이야. 이런 아침이 또 올까?"
- 영화 비포선라이즈(1995) 中

'아키에이지'의 해돋이는 유독 낭만적이다. 혼자 보기에 아까울 정도로. 셀린(줄리 델피)과 제시(에단 호크)처럼 마음이 통하는 연인과 함께 한다면 해돋이의 감동은 더욱 커질 것이다. 황금평원에서의 전투 도중에, 이니스 섬에서의 순례 도중에 잠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그야말로 멋진 아침이다.

('아키에이지'의 황금평원)

황금평원은 누이아 대륙에 위치한 지역으로, 평화로운 느낌과는 달리 활발한 필드전쟁(밀밭을 흔드는 전투)이 벌어지는 곳이다. 전투가 벌어지는 시간이 되면 양 진영에서 전투를 위해 모이는 수많은 유저들을 볼 수 있다.

('아키에이지'의 이니스 섬)

이니스 섬은 동대륙과 서대륙 사이에 위치한 섬이다. 누이여신의 석상이 있는 곳으로, 누이여신 신앙의 총본산으로 알려진 성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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