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기병 패스파인더8 이사 "한국 최초 모바일 MMORPG 만들 것"

[인터뷰] 채기병 패스파인더8 이사 "내년 한국 최초 모바일 MMORPG 제대로 선보이겠다"

최근 매출 1위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 중인 ‘이데아’와 ‘히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액션RPG라는 장르가 같다는 점, 넷마블-넥슨 등 대형 퍼블리셔를 등에 업었다는 점 말고도 PC 온라인게임에서 명성을 날렸던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데아’는 성인용 MMORPG ‘A3’를 만든 김홍규 사단, ‘히트’는 ‘리니지2’, ‘테라’를 만든 박용현 사단의 첫 모바일게임이다. 양쪽 모두 개발 중이던 PC 온라인게임을 엎고 모바일게임으로 방향을 바꾸어 대성공을 거뒀다.

PC 온라인게임 개발 스타일이 모바일게임과 안맞는다는 이야기는 옛말이 됐다. 시장 흐름은 퍼즐에서 RPG로, 캐주얼에서 하드코어로 이동한 지 오래고, 이에 따라 PC MMORPG에서 노하우를 쌓은 개발자들이 '물 만난 고기'처럼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RPG가 주류인 이상, 앞으로도 PC 온라인게임 출신 개발자 및 개발사들의 활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생 모바일게임 개발사 패스파인더에이트(pathfinder8, 개척자8)도 가능성을 보유한 회사 중 하나다. 초창기에 큰 규모의 투자를 받아 주목을 받았던 패스파인더에이트는 스마일게이트의 모바일게임 브랜드 팜플을 담당했던 서현승 대표와 ‘리니지2’를 10년 가량 다듬었던 채기병 이사가 손잡고 만든 회사다.

둘은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부터 '컴퓨터 동아리' 선후배로 알던 사이로, 서 대표가 엔씨소프트에 잠깐 재직할 때 채 이사는 '리니지2' 개발실장이었다. 이후 2014년 서 대표가 팜플을 정리하고 진로를 고민할 때 채 이사와 재회하여 지금의 패스파인더에이트를 만들게 됐다.

패스파인더에이트는 올해 3월 정식으로 설립되어 처녀작으로 모바일 MMORPG를 개발하고 있다. 과거 PC 온라인 MMORPG에서 느꼈던 "사람끼리 교감하면 희로애락을 즐기는" 재미를 모바일로 그대로 옮겨온다는 것이 목표다. 게임 개발에 여념이 없는 패스파인더에이트를 방문해 채 이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람냄새 나는 끈끈한 게임, 그것이 진짜 MMORPG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만나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볼일이 끝나면 바로 헤어지는 것을 MMORPG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까지 모바일에서 제대로 된 의미의 모바일 MMORPG는 나오지 않았다.”

MMORPG를 문자 그대로 풀어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동시에 접속해서 즐기는 RPG다. 단순히 접속인원만 놓고 보면 현재 출시된 모바일게임들 중 몇몇은 MMORPG의 요건을 충족한다. 이 게임들은 실시간매칭을 통해 무작위의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맺고 사냥을 즐기는 시스템을 내세운다.

그러나 채 이사는 진짜 MMORPG는 이러한 시스템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말한다. "한번 만난 후 다시 볼 일이 없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반복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냄새 나는 인간관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냥터에서 반복해서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면서 친구가 되고, 혈맹을 맺고 동지가 되는 전통적인 PC 온라인 MMORPG의 커뮤니티 말이다. 과연 ‘리니지2’의 개발을 10년간 책임졌던 개발자다운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채 이사는 “현재의 모바일 RPG 커뮤니티가 PC통신 공개채팅방과 같은 느낌이라면, 우리가 만드는 게임은 동호회채팅방과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게임을 깎아내리는 것 같아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현재까지 MMORPG를 내세운 게임들은 진짜 MMORPG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는 질문에 채 이사는 난색을 표했다. 아직 알파테스트 단계라 확정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게임 이름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게임 분위기는 중세 판타지풍이며, 요새 트렌드에 맞게 3글자 이내의 임팩트 있는 이름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채 이사는 개발 중인 게임이 정통 RPG에 가깝다고 말했다. 캐릭터, 무기, 방어구, 아이템 등이 중요시되며, 혈맹을 맺고 함께 성장을 모색하는 게임이다. 액션RPG처럼 전투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MORPG는 단편적인 전투가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긴 시간동안 여러 번의 전투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인가 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MMORPG의 핵심이다.”

현재 모바일게임의 트렌드는 단연 액션 RPG다. 가볍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강조하는 게임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진득한 맛의 MMORPG가 성공할 수 있을까. 채 이사는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도 PC와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PC게임의 판도가 초창기 퍼즐에서 RPG로 변모했듯이, 모바일도 점점 하드코어한 장르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초부터 유행한 액션RPG 붐 다음에는 MMORPG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서 살짝 요즘 파죽지세인 'HIT'의 성공비결을 물어보았다. 그는 "잘 만든 게임이다. 기존의 액션게임들이 RPG요소가 약했는데 PC RPG 요소를 적절하게 넣었다. 역시 엔씨소프트 출신이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심적인 부담도 있다. 다만 저희 게임은 액션 RPG이 아닌 MMORPG다.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르면 2016년 1분기에 개발 중인 게임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식 출시는 2016년 말을 목표로 잡았다.

■모바일 MMORPG의 선구자 되고 싶다

채 이사는 대학교 시절에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처음으로 생겼다고 말했다. 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만든 ‘리니지’가 막 등장하고, 한국에서 온라인게임이 태동하던 시절이다. 그는 “(송재경 대표보다) 한 발 늦었다”고 웃으며 “그래서 지금은 남들보다 (모바일게임 MMORPG에서) 먼저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채 이사는 모바일게임에서 ‘리니지2’와 같은 선구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리니지2’는 3D MMORPG로서는 최초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게임이다. ‘리니지2’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받는 게임이 그전에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러시아, 중국, 동남아 등을 갔을 때 현지사람들이 ‘리니지2’를 통해 PC게임 세계에 발을 들였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PC 온라인게임 시절에 유저들의 의견을 경시했던 점은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때는 게임 개발자 위주로 게임이 돌아가던 시절”이라며 “유저들의 피드백을 굉장히 가볍게 받아들였는데, 그 때문에 게임이 안된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맞다”며 “유저들의 생각이 100퍼센트 맞지는 않더라도, 유저들의 근본적인 니즈를 해석하는 통찰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PC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의 잇따른 성공에 대한 소감을 물었다. 반가우면서도 부담스럽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채 이사는 “게임의 완성도가 높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며 “우리 게임과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게임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우리만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적인 부담감도 있다”고 웃었다.

패스파인더에이트는 IP 회사를 지향한다. 아트나 프로그래머 등 10여년간 '동고동락'한 멤버들이 이심전심 통하는 팀워크를 자랑한다. 작은 규모지만 속도에 손발이 척척 맞는 팀워크로 멀티플레이-시스템-밸런스 등에서 드림팀으로 PC MMORPG처럼 오래 즐기고 기억에 남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게임은 자신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하필 작은 회사를 선택했느냐고 물었다. 그는 "큰 회사에서 안정적인 개발을 할 수도 있지만 모바일게임은 트렌드와 개발에 대해 빠르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앞섰다"라고 응수했다. 다른 말로 하면 "모바일게임 개발에는 '벤처'정신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 호시절을 구가하는 액션 RPG도 2년이면 꽉찬다. 이후를 먼저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채 이사는 “게임 개발은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보듯, 우리 게임을 경험한 사람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며 “뭐니뭐니해도 사람이다. 서로 도와주고 인터랙티브한 감정을 교류하면서 희로애락을 구현하는 커뮤니티 재미에 있어서는 한국의 어떤 회사보다 뛰어난 게임을 만들 테니 기대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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