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콘텐츠 콘퍼런스 참석…“음악시장, 천재들은 명함도 못내밀어”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이 한국 콘텐츠시장에서 느끼는 창작자로서의 고민을 털어놨다.

윤종신은 17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2015 국제콘텐츠 콘퍼런스(DICON 2015)’에서 ‘콘텐츠 산업: 미래를 말하다’의 연사로 참석했다.

그는 “요즘 미술이나 소설을 쓰는 사람들도 만나는데, 늘 하는 이야기는 똑같다”며 “창작자들이 모이면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고민부터 먼저한다”고 말했다. 그는 콘텐츠 시장의 헤게모니가 대중에게 완벽하게 넘어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음악은 물론 방송, 영화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수요자가 갑이고, 대중이 이게 별로라고 하면 끝나는 시대”라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그대로 옮겨놓은 비평들이 창작자들을 힘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규모가 작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게 됐지만, CD는 팔리지 않고 음원 가격도 오르지 않았다. 윤종신은 “마켓이 작으니 1등을 하지 못하면 망한다. 1등을 해야 하니 현재 대중들이 좋아하는 것만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며 “정말 음악을 잘하는 천재들이 명함도 못 내미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종신은 매월 1~2곡씩 음악을 발표하는 월간 프로젝트 ‘월간 윤종신’을 6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내놓은 곡만 66곡이다. 사실 ‘월간 윤종신’은 그가 디지털 음원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그는 “현재 앨범의 성공 여부는 발매 당일 음원차트 순위에서 1시간 안에 결정된다. 그것도 타이틀곡 한 곡의 싸움”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앨범을 만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어 “앨범이 망한 뒤 속된말로 ‘망한 가수’ ‘꺾인 가수’로 불리며 마이크를 놔야 하는 상황까지 갈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보통 제 나이쯤 되면 가수들은 예전 노래로 콘서트를 하고 다닌다. 물론 그것도 중요한데, 저는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창작력은 있는데 망할까봐 앨범을 못내는 상황이니 ‘월간 윤종신’을 만들었다.”

현재 ‘월간 윤종신’은 음원과 함께 디지털 매거진으로 발행 중이며, 영화, 소설, 게임 등과도 협업을 해나가고 있다. 그는 “3년 정도 지나자 처음에는 알지 못했던 분들도 ‘월간 윤종신’을 알게 됐다”며 “뒤늦게 아신 분들은 ‘월간 윤종신’의 처음부터 듣는다. 지속적으로 활동을 했더니, 아주 긴 마케팅이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창작자 한 사람이 스스로 미디어가 돼야 하고, 본인의 가치관을 녹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법이나 외형에만 집중하면 플레이어의 생명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윤종신은 “꾸준히 콘텐츠를 만들고 성장하면, 큰 판을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거대 자본이나 판을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콘텐츠 산업: 미래를 말하다’에서는 윤종신과 더불어 피키캐스트 장윤석 대표, 이명한 CJ E&M tvN 본부 본부장,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등이 연사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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