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코어 MMORPG의 귀환, RPG 르네상스 향수 느껴져

지금은 가볍게 즐기는 액션MORPG가 대세지만, 한 때는 묵직한 MMORPG가 시장의 주류였던 때가 있었다. 엄청나게 방대한 맵, 복잡하고 다양한 스킬들, 쉽지 않은 레벨업과 수많은 퀘스트까지, 2000년대 초중반에 시장에 출시된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랬다.

지금도 RPG 팬들 중 상당수는 그 때가 제일 재미있었다며 회상에 잠기곤 한다. 그런데 만일 이제 와서 그 게임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과연 그 때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혹시 기억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미화된 추억은 아닐까.

IMC게임즈가 개발중인 ‘트리오브세이비어’가 이 질문에 답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트리오브세이비어’는 ‘라그나로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학규 사단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정통 MMORPG다. 겉모습은 아기자기하지만, 한 발짝 들여다보면 꽤나 하드코어한 콘텐츠를 자랑한다. 10여 년 전 바로 그 때의 MMORPG다.

정감이 넘치는 2D그래픽은 ‘라그나로크’를 빼닮았다. 요즘 세상에 2D그래픽으로 승부수를 던지다니, 확실히 도박성이 짙다. 언리얼엔진4를 사용해 그래픽 퀄리티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모바일게임까지 나오는 시대 아닌가. 그래픽에 대한 평가에서는 호불호가 명백하게 갈리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는 꽤 적절한 선택이라는 점이다.

지스타 버전에서는 최고레벨인 200레벨 캐릭터를 운용해볼 수 있다. 아니 잠깐, 200레벨이라고? 레벨 수치부터 압도적이다. 최고레벨을 달성하기까지 아마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얼마나 험난한 레벨업이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다.

스킬창은 수많은 스킬로 빼곡하게 차 있다. 어림잡아 봐도 20개가 넘는다. 여기에 스킬 포인트 시스템에 스탯 배분에 전직까지 해야 한다.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결국 다 포기하고 1레벨 캐릭터를 생성하는 길을 택했다. 모름지기 이런 게임은 1레벨부터 천천히 키우면서 조금씩 배우는 것이 최고다.

전투는 논타게팅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몬스터 근처로 접근시 가장 가까운 대상에게 자동으로 타깃이 지정되어 생각보다 쉽게 전투에 적응할 수 있다. 물론 특정 타깃만 고정해서 공격하는 방법도 마련해 놓았다. 타게팅과 논타게팅의 장점만을 골라 잘 버무려 놓은 셈이다. 타격감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다. 뭐, 애초에 액션을 강조한 게임이 아니니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시연 시간에 쫓기다보니 ‘트리오브세이비어’를 체험한 시간은 30분 내외였다. 요즘 나오는 액션RPG를 리뷰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지만, 이런 스타일의 정통 MMORPG를 평가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이다. 그래서 뭐라고 말하기가 매우 조심스럽다.

확실한 것은 여러모로 ‘라그나로크’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사실이다. 그 점이 좋은지 나쁜지는 유저의 취향에 따라 갈릴 것이다. 10년 전 MMORPG를 그리워했거나 하드코어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볼만 하다. 반면 요즘 유행하는 액션RPG에 만족하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다른 게임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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