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석 씨앗사 기획실장-조광철 아이피플스 게임사업본부장

조광철 아이피플스게임사업본부장(왼쪽)과 이영석 씨앗사 기획실장
[인터뷰] 이영석 씨앗사 기획실장-조광철 아이피플스 게임사업본부장 ‘정통 IP’ 화려한 날갯짓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한 보드게임이 있다. 바로 한국에 보드시장이 안 열릴 때인 1982년 첫 소개된 ‘부루마불’이다. 이후 34년간 ‘원조’ 보드게임으로 변함없이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1982년 5월 5일 첫 판매에 시작해 누적 1600만~1700만 카피(추정)가 팔렸다. 현재도 한해 20만~30만개 팔리고 있다. 보드게임 단일 상품으로 최장 스테디셀러이자 세계적으로 ‘모노폴리’ 못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약 20.3% 로 한국 보드 게임 중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보드게임 국가대표’격인 ‘부루마불’이 스마트폰게임으로 개발에 돌입했다. 피처폰 시절 최초 모바일 ‘부루마불’은 2003년 웹이엔지코리아에서 개발한 ‘부루마불2003’이다. 2008년 엔하프에 사업권이 이전(엠엔엠게임즈 사명 변경)되어 2013년까지 개발 서비스되었다. 시리즈는 총 약 800만 정도 다운로드됐다. 

‘부루마불’을 개발한 이상배 씨앗사 대표의 아들이자 회사 살림을 맡고 있는 이영석 씨앗사 실장과 모바일게임사 아이피플스 조광철 게임사업본부장을 만나 스마트폰 게임으로의 재탄생기를 들어보았다.

■ 넷마블 빅히트작 ‘모두의 마블’에게도 안넘겨준 IP
‘부루마불’은 넷마블의 스마트폰 게임으로 나올 뻔했다. 함께 해보자는 넷마블의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피처폰 시절, 모바일 게임 판권을 계약한 회사와의 신뢰를 지키기위해, 넷마블의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보드 게임을 개발한 이상배 씨앗사 대표는 홍대 미대 출신이다. 1978년 중동 아랍에미리트 건설 현장에 건축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당시 묵었던 호텔 로비에서 즐겼던 보드 게임이 ‘모노폴리’다. 이 전세계 보드 게임을 한국식으로 발전시켜 ‘토착화’한 것이 '부루마불'이다.

‘부루마블’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만큼 자신의 말을 이동시킨다. 이동하면서 세계 여러나라의 도시 카드를 구입한다. 그곳에 호텔을 짓고 관광객을 유치하여 돈을 버는 경제 보드게임이다. 게이머들은 말을 옮기며 경제 관념을 배우고 보드판에 그려져 있는 나라와 도시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게임 속 도시를 찾아 세계 일주를 꿈꾸게 했다.

이영석 실장은 “아버지께서 귀국 후, 디자이너 회사를 설립하고 포스터 등 제작시다, 문득 한국에도 '모노폴리'와 같은 보드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셨다. 그렇게 '모노폴리'를 모티브로 한국의 성향에 맞는 독창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 ‘부루마불’이었다. 처음 5000개를 제작해 완구 도매상에 2000개를 풀었는데 전량 회수되었다. 보드 게임이 너무 생소했던 당시의 도매상들이 아예 취급을 안하고 반품을 시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직접 소매점에 판매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다. ‘꼭지’로 유명한 이향원 만화가에게 부탁해 ‘어린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만화를 그려 학교 정문에서 홍보물과 게임을 나눠 주었다. 얼마 안 있어 입소문이 나면서 서서히 팔리기 시작했다. 이때, 큰 도매상을 하던 대표가 찾아와 '젊은 사람의 패기를 돌보지 못했다'며 도매 계약을 해주고, 힘을 실어 주었다. 이것이 부루마불 신화의 첫 모습이었다.

이영석 씨앗사 실장은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부루마불'을 처음 팔기 시작했을 때) 전량 회수를 당했을 때,  도매상 대표의 도움이 없었다면, 성공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하셨다. 큰 회사의 제안을 거절한 것은 그때의 도매상 대표처럼 젊은 친구들을 돕고 싶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조광철 아이피플스 본부장은 “'부루마블' 라이선스 계약은 2003년 피처폰 시절 체결한 이후 거의 변경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소 복잡해보이는 히스토리지만, 피처폰 시절 '부루마불'을 개발했던 웹이엔지코리아가 엠엔엔게임즈로 흡수되었고, 안다물코리아가 2013년 엠앤엠게임즈를 인수했다. 현재의 아이피플스는 안다물코리아에서 파생된 회사로 그 정통성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 부루마불은 지구=우주에서 본 푸른 구슬...부르기 쉽게 부루마블
‘부루마불’은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 주로 밖에서 노는 것밖에는 없던 시대에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음식을 먹으며 즐길 수 있는 추억의 놀이문화의 상징 중 하나다. 너무 잘 알려진 IP이지만, '부루마불'의 정확한 뜻이 궁금했다.

이 실장은 “우주인에 나간 우주인이 지구를 보았을 때 푸른 구슬같다고 하였다. 그래서 부루마불이다. 영어 발음대로면 ‘블루마블’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발음하기 어려워 발음이 편한  부루마불로 하였다"며 더불어 씨앗사 회사 이름에 대해서도 " 씨앗사는 씨앗을 파는 모종회사라는 느낌을 줄 수 있지만 크리에이티브 아트 컴퍼니(CREATIVE ART COMPANY)를 C art로 줄여 읽으면 씨앗이라는 발음과 비슷하여, 한글명을 씨앗사로 했다”고 덧붙였다.

보드판의 구성에 대한 사연도 있다. 현 나성남 호서대 학장(경제학과)이 자문한 보드판에서의 도시 순서는 당시의 각 나라 GNP 순위다. 사용되는 지폐도 1000원에서 50만원이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건전하고 교육적인 게임으로서 투기의 개념을 배제하려는 철학이 배어 있다. 

이렇게 아이들 대상 제품으로 시작한 ‘부루마불’은 곧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 '부루마불  우주여행' 등 파생 상품들도 출시하며 꾸준히 새로움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현재의 '부루마불' 중 가장 익숙한 '부루마불 세계여행'편 외에는 큰 빛을 보지 못했다.

올해에는 34년 고수했던 디자인을 바꾸었다. 요즘 세대에 맞는 업그레이드다. 건물 가격 지을 때 땅문서나 도시 설명 이미지도 바꾸었다. 주사위 디자인과 숫자 로고도 흰색으로 파란색으로 바꾸었다.

이 실장은 “그래도 변경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이향원 화백의 만화는 그대로다. 34년 전부터 즐겼던 엄마 아빠 세대와 아들딸 세대가 추억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GNP도 큰 틀에서 바뀌어야 하는 주장이 나왔지만, 같은 이유로 유지하였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보드 게임으로 기존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깔끔하고 세련하게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인기 높은 ‘모두의 마블’와 비교 거부...경쟁보다 가족끼리 컨셉”
모바일게임 '부루마블'은 2013년 출시해 여전히 매출 상위권(9월 28일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4위)이고 태국-대만에서도 인기 폭발인 ‘모두의마블’와 비교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의 마블’이 출시된 이후, 매장에서의 ‘부루마불’ 보드게임 판매량이 더 많아지는 기현상도 연출되었다. 

조광철 본부장은 "‘부루마불’과 '모두의 마블' 모두 주사위를 굴리는 방식의 보드 게임이지만, 게임이 지양하는 바는 서로 다르다." 말했다.

"‘모두의 마블’은 처음 출시했을 때부터 훌륭한 게임이었고, 2년 간의 서비스로 고도화되면서,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다. 경쟁 콘텐츠에 특화되고, 이에 따른 재미가 상당하다. 반면 이에 따른 피로도도 크다. 상대가 나보다 좋은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이길 수 없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고 분석했다.

"부루마불은 경쟁해서 이기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10~20대의 경쟁을 좋아하는 남성층이 중심인 '모두의마블'과 부루마불이 목표하는 시장이 다르다는 것이 조 본부장의 설명.그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두의 마블'을 즐기고 있는 충성도 높은 유저를 공략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애니팡’이나 ‘캔디크래쉬사가’ 등을 좋아하는 20~40대 여성층이 모바일게임 몰입도가 높다는 조사가 있다. 부루마불의 주 고객층은 20~40대의 여성 유저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20~40대 여성 유저를 공략하기 위해 부루마불이 준비한 무기는 스토리 모드이다.

조광철 본부장은 “다른 유저과 경쟁할 수 있는 랭킹 대전 외에도 석기에서 현대까지 인류의 문명을 테마로 스토리모드를 개발했다. 인류의 문명을 소재로 한 게임은 보편화된 소재라 접근성이 높을 것으로 생각했다. 각 문명의 시대 별로, 커스터마이징된 스테이지와 룰에서 플레이하는 것이 목적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령 석기시대에는 건물을 건설하는 대신, 나무 열매를 채집하고, AI 상대로 초식동물들이 등장하여, 나무 열매 채집을 방해한다. 단군신화를 소재로 한 스테이지에서는 유저가 곰이 되어 플레이하고, AI 상대로 호랑이가 등장하여, 동굴에 들어가 3턴을 먼저 버텨야 사람이 되어야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시대 상황에 따른 미션이 주어 진다. 시대에 맞게 배경이나, 건설할 수 있는 건물이 바뀌는 것은 물론, 우주여행 등의 독창적인 콘텐츠 역시 말 대여소나 열차 대여 등으로 시대에 맞게 변경된다."고 설명했다.

‘부루마불’ 외에도 몇 가지의 보드 게임을 개발하는 등 보드 게임 다양성 확보와 부흥에 대한 열정이 상당한 이영석 실장도 “화려함보다 깔끔한 새 모습이 마음에 든다. 특히 부루마불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 모드에 대해 적극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루마불’의 개발사 아이피플스는 지난해 10월 창립되었다. 1년이 채 안되는 기간이지만, 기존 ‘부루마불’을 개발해온 멤버가 대부분으로, 기존의 개발 역량에 기반하여, 빠르고 안정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벌써 전체 공정의 60% 수준까지 올라왔다. 시스템적인 부분은 대부분 구현되었고, 그래픽 리소스 작업과 남은 스토리 모드 구현 등 콘텐츠 추가에 열심이다.

■ ‘유대감’ 살아있는 보드 게임문화, 가족문화도 발달
독일의 필기구 제조 회사 스테들러가 있다. 1616년 연필을 제조해 집안은 물론 몇 대까지 마을을 잘 살게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와 비슷하게 130년 전통의 명품 보드게임 명가가 라벤스브루거다.

이 실장은 “라벤스부르거는 작은 회사로 시작하여, 3대에 걸쳐 130년 간 보드 게임을 만들어 오면서 현재의 세계적인 완구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보드게임이 지역을 활성화하고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뒷받침을 했다. 씨앗사도 라벤스부르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라벤스부르거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직원들 대부분이 라스벤부르크 주민들일 정도로, 회사가 한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부모와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한국도 대대로 가족 문화가 발달한 나라였다. 요즘 먹고 사는 것에 매달려 가족문화가 소홀해졌다. 보드게임으로 새로운 가족풍속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규모 회사로 아직 큰 일을 도모하지는 못하지만, 씨앗사는 이상배 대표의 의지로 아이 대상 ‘부루마블’을 판매하면서 매달 ‘편부편모 가족’을 후원한다. 역시 아이들이 쓰는 주사위나 말판에는 최고급 재질에다 위생에 최우선 투자하고 있다.

현재 아버지를 이어 씨앗사를 물려받기 위해 경영 수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 실장도 “한 번에 큰 회사가 되기보다는 오랜 동안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가 되어, 라스벤부르거와 같이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광철 본부장도 “이상배 대표의 뜻에 부흥할 수 있는 모바일 게임 ‘부루마블’를 만들겠다”고 웃었다.

■ 조광철 본부장은?
모바일 게임 1세대 기획자로 포켓스페이스, 지오인터랙티브, 모비클, 게임로프트 등의 회사에서 개발 총괄 및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kt의 엔터컨버전스팀에서 모바일 게임 사업을 담당했고, 지난해에는 아프리카TV에서 모바일 게임 사업팀장으로 '역전맞짱탁구K'의 사업을 맡았다.

현재 스마트폰게임개발자협회장인 전명진 이사, 스코넥 손의진 이사, 큐롬홀딩스 박성광 팀장과 스마게를 공동으로 만들고, 1대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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