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최대주주 넘기고 처음 입 연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자신이 보유한 엔씨소프트 지분 14.7%를 지난 6월 넥슨에 넘긴 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능률협회가 27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최고경영자 세미나’에 참석한 김 대표는 정재승 KAIST 교수와 가진 대담에서 엔씨소프트와 자신을 둘러싼 소문 등에 대해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세계 최고 게임사 만들겠다”

그는 넥슨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긴 것은 회사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외국산 게임인 ‘디아블로3’ ‘리그오브레전드’ 등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면서 전에 없는 매출 하락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국내 게임업체들의 실적이 L자형으로 떨어졌다”며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던 국내 업체들 중 상당수가 도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 시장이 개방 시대를 맞아 ‘살아남느냐, 낙오하느냐’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넥슨과 손잡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예전에는 순익 1조원을 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른 장르의 게임에도 도전했지만 이제는 ‘하나(다중접속역할게임)’만 정말 잘 만들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중국 시장 등 해외 성공 경험이 많은 넥슨과 관련 노하우를 공유해 세계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선택과 집중’을 위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넥슨과 지분 매매 건은 오래 전부터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20년 넘게 알고 지냈고 같은 세대인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그동안 같은 고민을 해왔고, 힘을 합쳐 더 큰 꿈을 이뤄보자고 의기투합했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인구가 1억명이 넘으면 단일 시장으로 가치가 있는데 5000만명의 게임 시장은 애매한 규모”라며 “국내 모든 게임 기업들의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넥슨과는 그동안 힘을 합칠 때는 합치고 경쟁할 때는 경쟁하자며 언제든지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매각자금은 넥슨과 함께…”

그는 지분 매각으로 받은 현금 8045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도 생각을 일부 밝혔다. “아직 돈 구경을 못했다”는 그는 “(현금 확보는) 넥슨과 함께 하는 일의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 삶은 회사에서 일하고 가정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아내 말 잘 듣는 것이 전부”라며 “(개인적으로) 돈을 쓸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인기 여성 연예인과의 염문설과 부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부사장과 이혼하는 데 필요한 위자료를 구하기 위해 지분을 팔았다는 소문 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 대표는 “내 키에?”라며 염문설을 일축한 뒤 “아이들도 있어서 (그런 소문에) 많이 곤혹스러웠고, 내가 좀 잠잠해지니까 아내에 관한 소문도 돌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일부 사람들은 기업인이 나쁜 짓을 한다고 생각하고, 좋지 않은 욕망을 저에게도 투영하려는 것 같다”며 “난 정말 심심하게 산다”고 말했다.

○“야구단 계속 할 것”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야구단 NC다이노스에 대해 김 대표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무조건 자신이 있다는 무모한 생각은 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업을 하면서 얻은 것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야구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최동원, 박찬호 선수를 보면서 제가 용기를 얻었던 것처럼 NC다이노스의 어린 선수들이 피와 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의지와 희망을 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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