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 명확한 프레젠테이션으로 '마치 스티브 잡스처럼' 청중들 사로잡아

 

게임사 관계자라면 넷마블게임즈의 방준혁 의장에 대한 소문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좀처럼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그를 둘러싼 풍문도 다양하다.

집에 가지 않는다, 술자리에도 일 이야기만 한다, 직원들을 한계까지 몰아 세운다 등등. 소문이라는 것이 한번 생기면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돌고 돌아 살을 더하기 마련이다.

방 의장을 둘러싼 소문 중 흥미로운 것 하나는 그가 프레젠테이션을 매우 잘한다는 것이었다. 확실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수백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다른 회사 오너들을 설득해 협업을 이끌어 내는 것은 그의 사업 능력 중 하나다. 심지어 그는 PPT 슬라이드를 직접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15일 열린 넷마블의 기자회견은 게임업계 ‘신의 손’이라 불리는 그의 프레젠테이션 실력을 직접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이날 방 의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넷마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전략에 대해 긴 설명을 이어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문은 사실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의 교과서를 보는 듯 했다. 비교하기 어렵지만 마치 '스티브 잡스'처럼 자연스러웠다. 행사장에는 프롬프터가 마련돼 있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미 머릿속에 하려는 말이 다 들어 있었다. 슬라이드를 넘길 때마다 거기에 맞는 상황 설명과 제스처를 통해 청중들을 사로잡았다. 넷마블이 걸어온 길과 당시의 상황, 본인이 느꼈던 심경과 취했던 전략을 군더더기 없이 설명했다.

기승전결이 명확하다는 점이 가장 돋보였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고, 듣는 이들에게 의문점을 남기지 않았다. 보통 프레젠테이션 시간이 길어지면 장광설을 늘어놓거나, 앞뒤가 맞지 않거나, 말만 앞선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하지만 그는 명확했다.

 

지난해 그는 텐센트로부터 53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때 잠깐 프레젠테이션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는 CJ E&M과 넷마블의 물적 분할에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뤘고, 시간도 길지 않았다.

이날 방 의장이 진행한 프레젠테이션은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이는 발표 자체도 어렵지만, 수십 장의 슬라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2시간 발표를 위해 쏟아야 할 노력과 시간은 그 몇 배에 이른다.

연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한국 최고 모바일게임사의 오너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모니터 앞에서 방대한 슬라이드를 만들고 자료를 준비한 것이다. 단순한 보여주기 행사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IT, 대기업들로 영역을 확장해 봐도 그만큼 프레젠테이션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오너는 보기 힘들다.

경영이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그가 험난한 벤처업계에서 성공 신화를 만들고, 한국 최대 모바일 게임사를 경영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열정 때문일 것이다. 발표 도중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전략으로 시작해 전략으로 끝나는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프레젠테이션도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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