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59. 김도형 ‘포기하지 않는 끈기’

필자는 초등학교시절 애플II 게임을 처음 접하고 나서 게임 개발자를 꿈꾸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그래밍을 배우는 등의 단계를 밟았다. 드디어 1998년부터 게임업계에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게임 개발로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패키지 게임부터 MMORPG, 모바일 게임까지 여러 회사들과 여러 프로젝트들을 겪어왔지만 어느 것 하나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것이 없었다. 이렇게 아무런 성과 없이 10년차 정도 되었을 때는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 걸까 하는 자괴감까지 느꼈다.

회사를 그만둔 후 8개월 정도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때 고민을 한 부분은 오랫동안 게임개발을 했는데도 성과가 없었던 것이 능력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정말 그런 것이었을까?

필자가 개발에 참여했던 건액션MMORPG 와일드 플래닛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3년 콘텐츠산업 통계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 게임 산업 종사자 수는 9만 5051명이다. 그 중에 유통 쪽을 빼면 약 5만 명 정도 된다. 이렇게 많은 한국 개발자들 중에서 이름이 알려진 개발자는 얼마나 될까? 50명이나 될까? 50명 정도 된다고 가정하고 비율을 따지면 0.1% 정도밖에 안된다.

이름이 알려졌다는 것은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있다는 말이고 성공한 게임을 만들었다는 것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증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나머지 9990명의 사람들은 능력이 없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게임 산업은 기본적으로 흥행산업이다. 그것도 확률이 희박한... 아마도 영화 산업보다 훨씬 더 성공 확률이 적으리라 생각된다. 흥행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소들이 작용을 하겠지만 일단 훌륭한 제품이 우선될 것이다. 그런데 게임이라는 제품은 완성이 되기까지 수많은 고비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게임의 경우 많은 개발자들이 서로 협력하여 개발하게 된다. 특정 개발자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렇지 못하다면 그 프로젝트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설령 모든 개발자들의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능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요소들도 많이 있다.

이렇듯 본인의 능력 여부와는 상관없이 만들던 게임이 좋지 않은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고 들어왔다. 간혹 멋진 게임이 나왔더라도 개발과는 상관없는 다른 이유로 묻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큰 규모의 팀일수록 자신의 능력이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적을 것이다.

따라서 개발하고 있는 게임이 성과가 좋지 않았더라도 본인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을 너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보면 필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성과에 필요한 능력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꾸준함과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아닐까 싶다. 지금 당장 어떤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꾸준히 게임 개발을 하고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언젠가는 꼭 좋은 결실을 거둘 날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면 ‘슈퍼 미트 보이’와 ‘바인딩 오브아이작’ 개발자로 유명한 에드먼드 맥밀런의 경우 2003년도 첫 게임 ‘캐리어스 웰팅(Carious Weltling)’이라는 게임 개발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약 19개의 게임을 런칭했다. 이름이 알려진 시기는 2010년도에 발매되었던‘슈퍼미트보이’를 통해서다. 약 7년간의 무명 개발자 시절을 거친 후 이름을 알리게 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버추어 파이터’ 개발자로 유명한 스즈키유의 말을 전하고 싶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03341

“오늘 실패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실패했다고 해서 내일도 모레도 계속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게임 개발이라는 것은 대부분 실패의 연속이다. 실패가 거듭되다가 포기하기 직전 성공하는 것이죠. 내일은 내일의 바람이 분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김도형은?

초등학교 4학년때 컴퓨터 게임을 처음 접한 후 게임 개발자를 꿈꾸었고 1998년에 게임 개발자가 되었다.

프로그래머로 4년을 일하다가 기획으로 전직하여 11년 정도를 일했으며 지금은 인디 개발자로 독립하여 현재는 양쪽을 다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용사는 진행중’이 있으며 특정 플랫폼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차기작 ‘용사는 진행중’ 후속작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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