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게임 개발자로 남고 싶다…일단은 매출 200만원이 목표”

사실 남자들의 스토리가 그렇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나 다짐도, 술을 마시다 즉흥적으로 일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디게임 개발팀 토리팩토리(Toripacktory). 패기 있게 회사를 때려 치고 인디게임 개발에 뛰어든 두 젊은이의 이야기도 그렇게 시작됐다.

토리팩토리는 경력 10년차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 단 2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서영진 개발자가 아트를 담당하고, 김대욱 개발자가 프로그래밍을 담당하는 심플한 구조다.

서영진 개발자는 위메이드에서 ‘이카루스’ ‘터치파이터’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김대욱 개발자는 KOG의 ‘그랜드체이스’와 ‘아이마’, 컴투스 ‘말랑말랑 목장’ 개발에 함께 했다. 두 사람은 엔진스튜디오에서 ‘수신학원 아르피엘’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며 직장 동료가 됐다. 그리고 둘 다 비슷한 시기에 회사를 그만뒀다.

두 사람은 퇴사 후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김대욱 개발자는 “제주도 바다를 바라보며 술을 마시다 ‘뭐하지?’ ‘게임이나 만들어 보자’ 해서 만들게 됐다”며 웃었다. 회사를 왜 그만 뒀을까. 토리팩토리가 이달 선보인 모바일 게임 ‘집사를 찾아서’에 나오는 소개 문구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자본에 구속받지 않고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게임으로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뭉쳤습니다.”

‘집사를 찾아서’는 납치된 집사를 구하러 가는 고양이들의 모험을 다룬 액션 슈팅 게임이다. 김대욱 개발자가 대학시절 처음 만들었던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그가 만들었던 게임은 배우 문근영을 험상궂은 아저씨들로부터 지키는 ‘문근영을 지켜라’였다)

‘집사를 찾아서’에서 속 고양이들은 낮에는 자동차를 타고 달리며, 밤에는 몰려오는 좀비들을 물리쳐야 한다. 좀비를 모두 물리치고 나면 어느덧 밤이 지나 해가 뜨고, 고양이는 집사를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한다. 7일을 진행할 때 마다 보스가 나타나며 고양이와 자동차를 업그레이드 할 수도 있다.

처음에는 개발에 3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6개월이 걸렸다. 두 사람 중 전문적인 기획자가 없었기에 개발 도중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서영진 개발자는 “둘 다 생각의 기본을 온라인게임에 두고 있었다. 나름대로 모바일 게임이니까 간단하게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애초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간단하게 만들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술보다 주어진 시간과 자금이었다. 김대욱 개발자는 “처음 3개월간 일을 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욕심대로 만들면 올해 안에는 게임을 다 못 만들 것 같았다(웃음).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 두고 나머지는 다 덜어냈다”고 덧붙였다.

모든 것을 두 사람이 직접해야하기에 시행착오도 많았다. 광고 모듈을 하나 탑재하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다양한 기기에서 테스트를 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빌리고, 해외 유저들을 위해 지인들에게 번역을 부탁했다. 서영진 개발자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예전 직장 동료와 친구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캐릭터에서 알 수 있듯,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고양이를 좋아하는 ‘냥덕’들이다. 토리팩토리의 ‘토리’는 실제 김대욱 개발자가 키우는 고양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집사를 찾아서’에는 다양한 고양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추후에는 새로운 무기를 가진 고양이 캐릭터와 더불어 2인용 모드를 지원하는 커플 고양이도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인디는 본인들이 가진 독립적인 가치관과 능력으로 콘텐츠를 생산/유통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정신을 뜻한다. 인디게임을 만들기로 한 두 사람은 그 인디 정신으로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중이다.

서영진 개발자는 “각자 통장에 퇴직금으로 쌓아놓은 도토리를 조금씩 갉아먹으면서 연명 중”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집사를 찾아서’를 준비하며 게임에서 나오는 매출을 관리하기 위해 통장도 하나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 통장에 200만원을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면 둘이서 100만원씩은 나눠가질 수 있으니까. 지금 통장에는 돈이…. 5500원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웃음).”

삶은 불안하지만 지금 겪는 경험들은 무척 소중하다고 말한다. 김대욱 개발자는 “언제 전 세계를 상대로 게임을 마켓에 올려보고 서비스를 직접 해보겠는가”라며 “큰 회사에서 자기가 맡은 일만 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게임에 대한 두 사람의 열정만큼은 식지 않았다. 서영진 개발자는 “언제나 개발자로 끝까지 남고 싶고, 꾸준히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하지만 운으로라도 잘되면 좋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대욱 개발자는 “슈팅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고, 고양이 캐릭터도 상당히 귀엽다”며 “안드로이드에 무료 버전도 있으니 한번만 플레이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