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백리쌍’ 스타크래프트2 리그 앞두고 MLG 현장 동행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 e스포츠를 말할 때 김택용, 송병구, 이제동 그리고 이영호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미국 애너하임 MLG 스프링 챔피언십 현장을 찾았다. 해외 무대에서는 처음으로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했다. 올 안에 ‘스타크래프트’리그가 종료를 앞두고 더 뜻있는 시간이었다.

▲ 김택용-이영호-이제동- 송병구
이 전설적인 선수의 미국 여정과 ‘스타크래프트2’ 전환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들어본다.

‘스타크래프트2’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이제동: 브루드워와 상당히 비슷한 느낌이다. '스타크래프트2'는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고 계속 플레이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을 게임이 될 것이다.
이영호: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전히 브루드워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고 또 그 인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세계적인 흐름이 되어가고 있고 또 실제로 재미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연습하겠다.
김택용: 여보세요? (마이크를 전화기로 착각한 김택용 선수) 하하, 안녕하세요. 김택용입니다. 일반적인 게이머 입장이 아닌 직업으로 삼고 있는 브루드워 프로 선수로서 처음엔 약간 우려했었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이내 “언젠가는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할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많이 진 탓에 다소 상심하기도 했었지만 실력이 늘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이젠 즐기고 있다. 열정적인 해외 팬 분들을 위해 꼭 세계 대회의 결승 무대에 서고 싶다.

▲ 김택용
처음 '스타크래프트2' 플레이하기 시작했을 때 결과는 어땠나요?
 

이제동: 브루드워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다.
이영호: 처음 '스타크래프트2'를 한 건 게임이 출시되고 1년 여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 때 당시 저는 팔목 부상으로 수술 후 산속에서 재활 치료 중이었다. 갑자기 문득 '스타크래프트2'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조용히 플레이했죠. 처음엔 대전 목록에 패배만 기록되어 힘들었지만 계속 플레이하면서 '스타크래프트2'와 브루드워의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택용: 프로토스 유닛들이 너무 많이 바뀐 탓에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다. 단축키 세팅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새로운 게임에 빨리 익숙해지기 위해 일부러 바꾸지 않았다.
송병구: 약 2년 전,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될 때 '스타크래프트2'는 연습실에서 브루드워 외에 할 수 있는 유일한 게임이었다. 그래서 휴식 시간에 플레이하곤 했었다. 광전사와 같이 유사한 유닛들도 있고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이 브루드워와 유사했기 때문에 쉽게 적응한 편입니다. 비록 팀 내에서 2명의 선수가 '스타크래프트2'로 급전환하긴 했지만, 저는 곧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때문에 연습실에 남아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이제동: 음 어디 보자, 약 두 달 정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네요.
이영호: (가만 결승전이 언제 끝났지라고 중얼거린 후) 한 달 반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김택용: 저도 그렇네요. 한 달 반 정도 전부터요.
송병구: 한 달 반 정도 전입니다.

'스타크래프트2'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제동: 일단 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2'는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2'는 유닛 간의 상성 관계가 더 분명하기 때문에 역전이 어렵게 느껴지는데요. 제가 새로운 게임에 적응하는 데 있어 가장 애를 먹었다. 새 인터페이스도 좀 불만이었고요.
이영호: 브루드워와 가장 다른 점은 역시 역전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브루드워에서는 선수마다 유닛 생산력이 달랐지만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편리해진 인터페이스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쉽게 많은 유닛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역전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합니다.
김택용: 브루드워와는 달리 유닛 조합과 상성 빌드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점이 가장 어려웠네요.

▲ 송병구
송병구: 브루드워에는 상대방의 다양한 전략에 대응하면서 후반을 도모할 수 있는 ‘정석’ 빌드가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상대방이 상성 빌드를 가거나 제가 실수를 하는 경우 회복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보다 첫번째 확장을 늦게 가져가는 경우 시간 증폭, 애벌레 생성, 지게 로봇 등의 기술로 인해 자원 격차가 더 심해지고 따라서 역전이 어려워집니다.

현재 '스타크래프트2' 프로로 활동 중인 선수들의 빌드를 따라해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여러분 자신만의 고유한 빌드를 개발한 적이 있나요?

이제동: 처음에는 잘 모르는 점이 많아 주로 다른 선수들의 빌드를 따라 했었습니다. 새로운 빌드나 전략을 만드는 것은 유닛에 대한 지식과 게임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상태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때문에 여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이영호: 저도 초반에는 주로 다른 선수들을 따라 했었고 이것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보통 새로운 빌드 오더를 배울 때는 충분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을 하고 그 후에서야 수정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은 지금도 동일합니다. 즉 새로운 좋은 전략을 배우게 되면 반복해서 연습한 후 변화를 시도합니다.

▲ 사인
김택용: 초기에는 GSL 경기들을 보는 것보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GSL과 GSTL 경기들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이 경기들을 보고 따라해 봤었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게임을 지곤 했습니다.
송병구: 첫 한 달 정도는 VOD들을 보지 않고 플레이만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빌드를 배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경기들을 보기 시작했는데요. 아직은 실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다른 빌드나 전략을 보자마자 바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저보다 잘하는 팀원들에게 부탁해서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2' 유닛들 중 가장 쓰기 좋은 것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브루드워 유닛들 중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유닛은요?

이제동: 가장 좋아하는 유닛은 감염충입니다. 브루드워의 디파일러와 비슷하지만 번식지 단계에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브루드워에서는 뮤탈리스크를 즐겨 사용했는데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브루드워에서처럼 뮤탈리스크를 콘트롤할 수 없다는 점이 좀 슬프네요.
이영호: 가장 좋아하는 유닛은 불곰인데요. 강해 보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강한 유닛입니다. 그래서 자주 사용하고 있죠. 브루드워에서 즐겨 쓰던 유닛은 골리아쓰였는데 토르가 이 유닛을 대체했다는 말을 듣고 몇 차례 사용해 봤었습니다. 하지만 토르는 너무 커서 잘 활용하기 어려웠고 때문에 골리아쓰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더 날씬한 녀석을요.
김택용: 불곰과 바퀴를 상대로 빼어난 효율을 자랑하는 불멸자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커세어를 다시 보고 싶네요.
송병구: 대부분의 '스타크래프트2' 유닛이 매력적이라서 다 좋아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파수기입니다. 딱히 브루드워에서 다시 가져오고 싶은 유닛은 없지만 굳이 고르지만 아비터네요.

프로리그에서 많은 선수들이 프로토스가 가장 강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프로토스 선수들이 전환 과정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이유가 무엇일까요?

▲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인기 스타
이제동: 흠 프로토스가 강하다고요? 글쎄요. 저는 프로토스가 특별히 강한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밸런스는 시간에 따라 항상 변화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호: 프로토스가 강한 이유는…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밸런스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한가지 말씀 드릴 수 있는 점은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프로토스가 처음 시작할 때 유리한 종족인 것 같습니다. 차원 관문 같은 것들요.
김택용: 제 생각에 프로토스는 모든 사람들이 처음 시작할 때 잘할 수 있는 종족입니다. 현재 저희들 사이에서 프로토스가 승률이 좋은데 그 이유는 저희들의 실력이 아직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제가 본 경기들을 기준으로 모든 최상위권 경기에서 항상 프로토스가 유리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프로토스가 강하다면 선수들이 많은 노력과 연습을 해 왔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송병구: 우리 팀을 기준으로 프로토스 선수들이 다른 종족에 비해 성장세가 빠른 것은 맞습니다. 브루드워와 비교해 보면 '스타크래프트2'에서 프로토스가 가장 비슷한 점이 많고 콘트롤하기 쉬운 종족이기도 하며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적은 편이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시작 단계에서는 프로토스가 강세를 나타내는 편이지만 제 생각엔 선수들의 실력이 늘수록 저그가 강해질 것 같네요.

'스타크래프트2'로 펼쳐지는 첫 번째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7월로 예정되어 있고 협회 소속 선수들뿐 만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대회를 지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 이영호-이제동-김택용(왼쪽부터)
이제동: 프로리그가 7월까지 계속됩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 온게임넷 스타리그가 7월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2'를 모두 연습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되네요.
이영호: 7월까지는 한 달 남짓 남았는데 동시에 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2'를 연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 준비가 충분할 것 같지는 않네요.
김택용: 7월의 온게임넷 스타리그에 대해서는 들어봤는데 리그에서 상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연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송병구: 저희 실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지난 2011 블리즈컨에 오셨던 분들도 있고 또 지금 네 분이 이렇게 MLG 현장에 와 있는데요. 외국 커뮤니티 분위기는 한국과 비교해서 어떤가요?

이제동: 작년 블리즈컨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인데요. 올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스타크래프트2' 팬 분들의 열정은 정말 놀랍습니다. 프로 게이머로서 이런 팬 여러분들을 정말 사랑하고 또 그 경기들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실력을 가다듬어 하루 빨리 다시 경기를 치르고 싶습니다.
이영호: 저 역시 팬 여러분들의 열정과 성원에 항상 놀라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팬 분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물론 나라마다 팬 여러분들의 표현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성원의 크기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택용: 저에게 보내주시는 성원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팬 여러분의 열정적인 응원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게임을 관람하며 가볍게 술을 마시기도 하는 바크래프트라는 문화도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 한국에서도 바크래프트 문화가 생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송병구: 한국 팬 분들과는 달리 여기 계신 분들은 정말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신데요. 내심 부럽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팬 분들, 팀들 그리고 프로게이머들이 대부분 승리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해외 팬들은 게임을 보는 것 자체를 즐기시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계신 팬들과 해외 팬 여러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이제동
이제동: 한국 팬 분들과 해외 팬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제 브루드워 대신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실력을 쌓아 GSL 상위권 선수들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영호: 항상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는 팬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이에 보답하는 길은 승리와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많은 해외 대회들에도 출전할 생각이니 항상 응원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택용: 아직 '스타크래프트2' 경기에서는 승리를 맛보지 못했는데요. 언젠가는 꼭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송병구: 현재 참가 중인 프로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 드립니다. 비록 GSL 선수들과 비교하여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GSL 선수들을 뛰어넘어 승리와 멋진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제공 http://kr.battle.net/sc2/ko/blog/2082709))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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