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KGSB MBA 정주용씨, “중국, 다 같은 중국이 아니다!”

과거 중국 CKGSB MBA졸업 후 상하이 푸동에서 M&A자문 업무를 하면서, 한국 증권사에서 중국기업 IPO업무하면서 5년여 동안 100여개 중국기업을 방문하고 30여 도시를 방문했다.

필자가 마신 바이주만 해도 한 트럭은 될 것이고, 별의별 희한한 음식도 다양하게 먹어보았다. 저녁 술자리에서 실신해서 다음날 탈진하기도 하고, 도마뱀이 들어간 토속술을 먹었다가 닝게르를 맞고 입원한 적도 있었다. 중국 국내선 비행기 연착에 기내에서 3시간 감금되는 건 기본에, 테러가 난무한 우루무치 인근에선 안전한 숙소가 없어 군부대 숙소에서 너무 ‘안전’하게 잠을 잔 적도 있었다.

이렇게 험한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중국 지역별 특성 총정리해본다. 더 중국에 정통한 이들도 있지만 아마도 그런 분들은 이런 정리를 할 수 없으리라. 그분들은 페북 못하실 듯(중국은 페북이 블록^^). 나름 한국에서 페이스북하는 중국 전문가 중에서 필자도 한 목소리는 할 만큼 고생한 것 같아서 살짝 노하우를 털어본다. 우선, 시작은 가장 조심할 지역부터 출발!

■ 타고난 장사꾼과 한국 상장사기 한방 이력-푸젠성

푸젠성 대표도시 샤먼(Xiamen 하문 廈門) 전경
푸젠성(Fujian, 복건성 福建省)은 한국인에게 나쁘지 않은 환경이다. 푸젠성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 샤먼(Xiamen 하문 廈門)의 경우 골프코스도 아름답고 음식도 담백 정갈한 해산물에 강수량도 풍부해서 과일이나 채소도 풍부하고 맛있다. 여기까지 들으면 당장 가서 사업하고 싶어지겠으나. 결론은 중국에서 제일 사기 당하기 쉬운 지역이니 요주의한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푸젠성의 방직업체, 염색업체, IT업체 가릴 것 없이 많이 다녀봤는데, 대부분 공통점은 회계장부가 여러 개 있다는 것. 재무수치가 고무줄처럼 목적에 따라서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일례로 푸젠성 기업들이 과거에 한국거래소 상장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유인즉슨 중국 상하이 심천 거래소에서 안받아주고,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여러 번 사고 쳤던 기업들이 많아서이다. 결국, 한국거래소 상장 직후 공모자금이 증발했던 희대의 상장폐지 기업인 중국고섬이 바로 푸젠성 출신기업이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한방 크게 먹인 것이다. 이 당시 투자손실 입은 개인투자자들도 한두 명이 아니었거니와 한국거래소도 중국고섬사태 이후 모든 중국기업에 대한 상장심사를 사실상 중단해서 한국거래소의 국제화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 악명 높은 사건이다.

물론, 모든 푸젠성 기업이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다. 단지, 이 지역에 가면 특히 더 조심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지 파트너사나 투자대상 기업을 선별할 때 극도의 조심성으로 접근할 것을 권장한다.

현지 은행장, 4대 회계법인 파트너, 유명 법무법인 변호사 모두 믿을 것이 못된다. 현지 정부 관료 또한 그렇다. 이들이 모두 한통속으로 짜고 치면 당하고 울어봐도 소용없다.

민난화라는 방언을 사용하는데, 정말 중요한 협상의 자리라면 비용 아끼지말고 일반적인 중국어(보통화)-한국어 통역사와 민난화가 가능한 민난화-보통화 통역사도 대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협상장에서 비밀이야기 하는 것을 놓치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다.

■ 공자의 후손, 다른 중국인과는 뿌리가 달라! – 산둥성

산둥의 영산 태산, 중국인의 정신적 고향인 태산은 단순한 명산의 의미 이상이다!
그럼 가장 한국과 궁합이 잘 맞는 지역은 어딜까?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까운 산둥성(Shandong, 산동성 山東省)이다. 공자의 고향은 산둥성 성도인 제남에서 가까운 곡부(취푸)다. ‘태산이 높다하되’의 태산도 산동성 곡부에서 멀지 않다. 한국인의 뿌리깊은 유교사상은 웬만한 중국인 못지않다. 그래서 산둥사람들은 다른 중국 지방사람은 무시해도, 한국의 유교교육 뿌리를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공자의 후손이라는 자부심에 체면을 목숨처럼 여기고 말한 것은 그대로 지키려고 노력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관념적인 것 좋아하는 습성 탓에, 1차에서도 공자님 말씀, 2차에서는 노자 장자 이야기, 3차에서도 여전히 시를 읊고 있다. 사업이야기는 언제할 거야? 물어보면 웃으면서 다음번에 또 보잔다. 먼저 친구가 되고 이후에야 사업을 한다나 뭐라나? 친구가 되려면 얼마나 있어야 하는데?!!

헌데, 웃긴 게 이렇게 친해지기 쉬운 중국 산둥 친구들이 가장 오래가고 속도 가장 깊고, 진짜 ‘산동 싸나이’라는 것이다. 종종 가족 안부도 묻고 언제든 자기 집 부부동반으로 놀러와서 먹고 자고 가라고 신신 당부하는 친구들이다. 상하이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산둥은 한국과 지리적으로도 가장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가장 긴밀하다. 이런 연유로 중국내에서 가장 많은 한국기업이 진출한 지역이 산둥이다. 앞으로도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1순위 지역의 자리는 계속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재 기업도 땅값 비싼 상하이에 진출해서 실패하기보다는 산둥성의 칭다오를 테스트 베드(Testing Bed)로 삼고 중국 전역 확장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만큼 산둥은 한국인이 중국에서 소프트 랜딩(Soft Landing, 연착륙)하기 적합한 지역이다. 심지어 칭다오 공안(경찰)은 한국인에게 매우 우호적이다(대부분 중국 지역에서 외국인은 봉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그냥 그럭저럭한 외국인중 하나다. 물론 일본인보다는 호감형이지만..).

공자의 고향 산둥성에 가시면 읊어줄 만한 어구 추천한다. ‘유붕자원방래 有朋自远方来, yǒu péng zì yuǎn fāng lái, 불역호야 不亦乐乎 bù yìlè hū’ -멀리서 친구가 왔으니 기쁘지 아니한가! 공자 논어 제일 첫 장 학이편, 그것도 첫 문단에 등장하는 어구이다.

그 유명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바로 다음에 나오는 문구다. 이 문구는 항상 식사자리가면 읊는 문구다. 그만큼 산둥성 사람들은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친구됨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 중국 부동산 투기열풍 바로미터, 원저우

중국 부동산 과열의 주역은 저장성(浙江省) 남부의 원저우(Wenzhou, 온주 溫州) 아줌마들이다. 예전 강남 땅부자 여사님 생각하면 된다. 원저우 아줌마 부대는 통이 일단 크다. 상하이에서 한창 활약하던 때에는 분양사무실에 나타나서는 “저기 저 아파트 1동 주세요~”라고 했다는 것이 대표적인 에피소드. 1채, 2채는 성에 안차니까 그냥 손가락으로 위아래로 긁으면서 저거 102동 한동 계약할 게요. 이게 원저우 아줌마의 위력이다.

원저우 아줌마들의 부동산 투기는 하이난섬 제주도, 밴쿠버, 전세계를 향해 나간다.
원저우 아줌마들은 하이난섬(해남도 海南島) 땅투기의 주역이었고, 최근 몇년간 제주도에도 현금 다발로 들고 다니면서 수억원짜리 콘도 계약하러 놀러온 원저우 아줌마들이 휩쓸고 지나갔다. 사실 인천 영종도나 서울, 부산 해운대도 원저우 아줌마들의 입맛에 잘 맞게 주문제작(Customize)해주면 충분히 매력적인 지역이다.

부동산 경기 살리고 싶으면 원저우 아줌마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하면 된다. 필자 생각엔 교육(영어환경)+의료(+보험)+글로벌문화+한국의 스타일을 잘 버무려주면 원저우 아줌마들 지갑 여는 건 어렵지 않다. 단, 원저우 아줌마들의 침공이 시작되면 한국 주거 비용은 급증해서 결국 민생이 어려워진다. 양날의 칼이니 조심해야 한다.

원저우 상인들은 중국에서도 유명한 뼛속 깊이 상인이다. 전세계 화교 중에서 돈 좀 있다고 하는 화교는 대부분 원저우 혈통이다. 그래서 소득 최상위층이 대부분 중국인인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밴쿠버는 중국어로 ‘원거화’다. 풀어쓰면, 원저우의 꺼거(형님)들이 사는 또다른 중국(중화의 화)이라는 의미다. 참 무서운 원저우 꺼거들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죽공예 가죽신발 만드는 장인 대부분이 화교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원저우 출신이다. 이들 원저우인들이 매년 창출하는 현금만도 수조 원에 달한다는 풍문이다.

원저우 사람들은 일단 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현금이 최고라고 믿는 이들은 반면에 대출은 겁내지 않고 잘 받는다. 대출 기관은 제도권 은행보다는 원저우인들간의 금융네트워크 사금융이다. 중국의 유태인이라 불릴 만하다.

요즘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점검하는 외신 보도도 원저우의 부동산 경기를 집중 부각하는 것도 원저우는 중국 부동산 시장과 부실채권, 지하경제 삼종세트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 대대로 중원사람이 양반이라고! – 시안
시안 성곽, 소설 ‘정글만리’에 묘사되기도한 가장 중국적인 성곽이다.
MBA 입학하기 전 몇 개월 시간이 남아서 중국 전역을 어머니와 함께 배낭 메고 여행했던 적이 있다(아, 이 여행이 어머니와 단둘이 갈 수 있었던 마지막 여행이었다는 걸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 깨달았다). 도중에 머무르게 된 곳이 산시성[陝西省]의 성도 시안(Xi'an, 서안 西安)! 진시황릉의 엄청난 스케일과 시안성에서의 자전거 타기의 매력이 추억이 되었다.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조우하는, 서역과 동양이 만나는 접점이라는 매력이 필자를 사로잡았다. 사실 제일 좋았던 것은 각양각색의 면 요리를 정말 저렴한 가격(2000원 미만)에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누들로드에도 나온다. 거기서 만난 시안의 현지 친구들은 더더욱 잊을 수 없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역사에 대한 깊은 자부심. 그리고 보수적이면서도 온화한 성격들이 모두 나에게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결심한 것은 시안 친구집에 머무르면서 중국어 배우기....3개월 정도 시안의 고신구(High Tech단지)에서 생활하면서 밤낮으로 시안을 느꼈다.

시안의 친구가족은 필자가 도착하는 첫날부터 상하이로 떠나는 날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잘 보살펴 주었다. 심심할까봐 다른 친구들도 붙여주고, 가족들도 수시로 저녁마다 돌아가며 식사를 함께해주었다. 너무 다양한 음식을 대접해줘서 부담되게 윈난성(Yunnan, 운남성 雲南省) 전통요리인 곤충쌈 요리도 먹었다. 이런 호의는 제발 사양하고 싶었다.

시안 도착하는 첫날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식구들 5명이 한 차로 마중을 나왔는데, 정작 손님인 내가 탈 자리가 없어서 삼촌 한 분은 따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올 정도로 마음이 따뜻한 도시였다. 지금도 중국에서 필자의 마음의 고향은 시안이다.

시안의 명동에 해당하는 장안지에에는 눈이 파란 색목인들도 많이 있다.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섞여 있지만, 시안은 장안=서울이라는 등식이 형성할 만큼 고대 ‘장안(長安)’의 전통대로 엄청 보수적이고 시안인들만의 고유한 문화가 살아 숨쉰다. 그냥 3박 4일 놀러가서 이런 뿌리를 느끼기는 어렵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느껴야 한다.

시안 장안지에 중심에 위치한 쫑루(종이 있는 누각).
시안 장안지에 중심에 위치한 쫑루(종이 있는 누각), 저 위에 올라가 시안을 내려다보면 정사각형 바둑판으로 가지런히 계획된 고대도시에 놀란다. 쫑루 뒤편에는 이슬람교 회족이 운영하는 저렴한 식당이 많다. 온갖 종류의 면(누들)이 입맛을 사로잡는, 주변에서 맥주와 면을 먹던 시절이 떠오른다.

필자를 초청해준 친구는 20대 중반의 영어 잘하는 대졸 남자였다. 미국 문화에도 많이 노출되고 한국 드라마 엄청 좋아하는 개방적인 친구인데도, 결혼은 시안출신 여자와 하고 결혼 후에도 시안에서 생활할 거란다. 중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대부분 능력이 있으면 상하이나 베이징으로 가서 더 큰 성공을 추구한다. 하지만, 시안 사람은 장안성에 자신을 가두고 그것을 편안하게 느끼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시안에 직접 가보면 그런 느낌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것을 공감한다. 필자도 중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녀고 물으면 당연히 시안이다.

삼성이 반도체 공장을 시안에 건립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하고 많은 도시 중에 시안을 방문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우선, 삼성의 입지 선정은 절묘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안은 전통적으로 중원에서 인재를 산출하는 인재의 고향이다. 게다가 이들 인재가 타지로 떠나가기를 거부하는 보수적 도시다.

따라서 인재들의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극강’이다. 똑 같은 재능의 인재가 상하이 가면 2~3배 몸값을 요구한다. 거기다가 인재들의 보수적 성향에 이직도 상대적으로 적게 한다. 고용주 입장에서 좋은 조건이다. 사실 물류가 제일 문제인데, 반도체는 물류비용이 워낙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문제될 것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안을 방문한 이유는 중국의 문화적 강국으로서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한 전략적 이유라고 판단된다. 과거 당나라 장안은 세계 최고의 도시였다. 고대 로마, 현재의 뉴욕에 못지않은 전세계인이 모여드는 세계 문명의 중심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은 이런 상징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고, 참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면 취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중국에서 사업해서 성공하겠다는 분들에게 시안은 꼭 1주일 이상 체류하면서 느껴볼 가치가 있다고 추천해드린다. 꼭 현지의 교육 잘 받은 20~30대 친구들과도 교류를 해보시길 추천한다.

■ ‘남편들의 무덤’ 중국에서 가장 여성상위 도시-상하이
치파오를 입은 상하이 여성, 아름답지만 다가가긴 무서운(?) 당신
CKGSB MBA 졸업 후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Shanghai, 상해 上海)에서 일하면서 느낀 것은 주로 야근하고 접대하는 건 여자직원들이고 퇴근 후에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에서 저녁을 하는 건 남자직원들이란 사실이었다. 그래서 여자도 관리직 고위 임원에 승진하는 게 일반적이고, 남편보다 능력이 출중한 부인들이 허다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상하이는 중국에서도 가장 여성의 지위가 높은 지역이다. 부인에게 맞고 사는 남자 이야기도 자주 들리고, 장모에게 폭행당한 사위의 가슴 저린 사연도 많단다. 참 남자살기 팍팍한 도시다. 상하이 현지인들만 그런 걸까? 무서운 사실은 외지나 외국인 여성들도 상하이 와서 5년만 지나면 동화된다는 것. 혹자는 상하이를 남편들의 무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럼 호랑이 같은 부인 곁의 상하이 남성들의 성향은 어떨까? MBA동기 중 상하이 남자 동기를 떠올려보면 유난히 뽀얀 살결에 말투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말투라 약간 게이필(feel)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요리 실력은 웬만한 여자학우 못지않아서 준비부터 뒤처리까지 맏며느리감이요, 요리를 데코하는 센스까지도 최고였다.

도시남과 초식남의 일체형 구성이랄까. 한국 여성이 매우 선호할 타입이다. 소결론은 한국 남자들은 상하이에서 매력 발산해 봐야 헛 거라는 점. 결국 경쟁력 없음이 탄로 난다. 만약 상하이에서 한국 여성과 교제중이라면 긴장하시라. 상하이 남자들이 엄청난 경쟁력으로 덤벼들면 못 당한다. 중국에서도 상하이 남자는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의 스테레오 타입(stereo type, 고정관념)이다.

상하이의 야경은 뉴욕 못지 않다. 문제는 물가도 그렇다. 상하이는 돈 없으면 즐겁지 않은 엄청 비싼 도시가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상하이의 사장은 상하이인보다는 외지인이 대부분이다. 상하이 남자는 많이 올라가면 CFO다. 과감한 베팅보다는 가정을 중시하고 안정지향하는 성향이 반영된 것일지 모른다. 그래서 상하이 남자는 깔끔하고 팬시한 외모의 금융인에 어울린다. 실제 푸동 금융가에는 푸단대 상해교통대 출신의 상하이 토박이들아 주름잡고 있다.

상하이에서 사업할 때 유의사항은 상하이 토박이들보다는 그 뒤의 실제 쩐주(?) 동사장을 직접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 감수를 꺼리는 상하이 남자들과 자잘한 협상 백날해봐야 시간만 낭비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30~40대의 성공한 커리어 우먼필의 여성 고위임원이 나타나면 바짝 긴장해야 한다. 그 여자가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사업파트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당신이 갑의 위치고 중국 파트너가 여성이라면 그 여성분을 절대 이성으로 바라보지 말라고 강력하게 권고하고 싶다. 몇 년 전 상하이 영사관을 휩쓴 스캔들도 다 그렇게 시작된 거다. 상하이 여자 사업가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승부욕과 성공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다.

상하이 가서 먹히는 어구! “알~라 한구니~”(저는 한국 사람입니다의 상하이 방언) 상하이 방언 한마디로도 상하이 친구와 한방에 가까워진다!

■ 멀티태스킹의 귀재 속도는 우리가 최고! - 텐센트의 광둥성
광둥성(Guangdong, 광동성 廣東省) 사람들은 일단 빠르다. 푸젠성처럼 선을 넘나들지는 않지만 엄청 빠릿해서 쫓아가기 어렵다. 한국인도 빨리빨리의 대가인데 광둥성 사람은 넘사벽이다.

광둥성 가서 어떤 '속도'든 속도 자랑하지 말라.
MBA동기 중 광둥성 친구의 평범한 일상을 엿보자. 아침에 대학원 수업에 오자마자 노트북 2대 컴퓨터 2대를 켠다. 수업 필기하면서 화장품 도매업 사업도 병행한다. 업무 이메일을 막 보낸가 싶더니 고개를 번쩍 들고 교수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교수 답변을 한 손으로 받아 적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화장품 재고 현황을 파악한다. 이 정도면 거의 신의 경지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도 선전(Shenzhen, 심천 深圳)이나 광저우(Guangzhou, 광주 廣州)에 이사오면 몇 달동안 힘들어하는 것이 바로 삶의 속도다. ‘셩훠더지에조우’라고 하는데, 광둥성 사업가들의 속도에 못맞추면 샐러리맨으로도 사업가로도 성공하기란 난망하다. 이런 성향 덕에 광저우와 선전은 무역산업의 허브가 되었다.

광둥은 글로벌 인터넷 '공룡' 텐센트를 낳은 고장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타지방 사람 중에 광둥을 떠나는 사람들의 주된 원인은 이 숨막힐 듯한 속도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광둥성에서 한국인의 속도전으로 승부를 보려하지 말자. 오히려 충분한 이익분배를 통해서 광둥성 무역상을 한국의 대중국 허브로 활용하자. 그게 이해상충 없이 윈윈하는 답이다.

■ 이백 두보도 울고간 아름다운 도시 - 알리바바의 항저우

항저우의 시후(서호), 이백 두보가 사랑한 이 아름다운 호수 주변에는 초호화 별장들이 즐비하다. 중국 부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은퇴후 살고 싶은 도시 항저우! 그 매력은? 가보면 안다!

항저우(Hangzhou, 항주 杭州)는 중국 고사에 “하늘에는 천당, 하늘 아래는 쑤조우(Suzhou, 소주 蘇州) 항저우”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술자리서 짧게 “티엔샤수항”(天下苏杭)이라고 하면 항저우 사람들 그냥 좋아한다. 마르코폴로도 동방견문록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귀한 도시라고 평가했다. 도시만 아름다운 게 아니라 아름다운 여자로도 중국에서 손꼽혀서 중국 4대 미녀 중 한명인 서시가 항저우 출신이다.

항저우의 시후(서호), 이백 두보가 사랑한 이 아름다운 호수 .
아름다움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항저우 서쪽에 위치한 서호(시후)주변의 별장(비에슈)은 수십억을 호가한다. 이유는 전국의 돈 좀 있다하는 사람들은 항저우 서호 별장을 상징처럼 갖고 싶어 해서다. 아름다운 자연과 적당히 온화한 기후에 부호들이 모여드는 항저우는 중국 은행들이 상하이보다도 먼저 고급PB사업을 시작한 동네다. 그만큼 부유층이 몰려서 사는 도시다.

항저우 서호 인근에서 생산되는 녹차잎을 롱징차라고 하는데 1kg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호가하는 중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비싼 녹차잎이다. 그래서 시진핑이 오바마 왔을 때 롱징차 선물하면서 천하를 드린다고 했을까? 역사적으로도 항저우는 남송의 수도였을 만큼 대대로 풍요로운 지역이다. 항저우는 중국적인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그럼, 진짜 항저우의 기업, 기업가는 어떨까?

예전 항저우 섬유업체의 한국거래소 상장 업무로 항저우 사오싱(Shaoxing, 소흥 紹興)을 방문했을 때 이야기다. 최대주주인 회장님이 슬리퍼에 트레이닝 바람으로 회장실에서 직접 한국에서 온 투자은행 사람들을 맞이하고 격이 없이 몇 시간 연달아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보통 대다수의 중국기업에서 회장님들은 아주 일반적인 거대한 이야기(한중문화, 역사) 이런 초거대담론들을 보통 1시간은 설교하는 게 기본이고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이거 매번 들으면 엄청난 고통이다. 고개 백 번 끄덕여야 흐뭇해하시는… (감정노동의 극한이다)

하지만, 이분은 그런 얘기는커녕 바로 실리(實利)로 접근한다. 그냥 딱 잘라서 어떻게 하면 한국거래소에 상장하느냐? 문제될 게 뭐냐? 소요되는 기간은? 비용은? 등등. 아주 차갑고 매서울 정도다. 하지만, 회의가 끝나니 아주 후련하게 일이 많이 진행된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업무 실질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사업가였다.

섬유공장 관리 상태도 아주 훌륭한 수준이었다. 웬만한 시설은 다 자동화 되어있고, 바닥에는 먼지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중국기업이 아니라 일본 기업에 가까울 정도의 깔끔함으로 중국의 다른 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이후로도 자동차부품회사를 비롯해서 몇 개의 항저우 소재 기업을 추가로 방문했을 때 느낌도 비슷했다.

전형적인 중국 사업가의 풍채와 기개보다는 꼼꼼하고 실리적이고 깔끔한 경영. 이게 항저우 사업가의 특징이다. 문제는 인간관계도 매우 깔끔해서 끈적하게 저녁식사하면서 술 취해서 ‘따거’하면서 엉겨붙어서 친해질 수 있는 그런 동네도 아니다. 밥만 간단히 먹고 ‘빠이’하는 분위기 그냥 실리 추구, 실력으로 승부해서 인정받아야 한다.

대표적인 항저우 기업으로는 요즘 세계 시장을 주무르는 세계 전자상거래 1위업체 알리바바다. 중국의 코카콜라격인 1위 음료업체 ‘와하하’가 있다. 두 회사 모두 실리추구와 승부사 기질 모두 갖춰서 외국계 기업과의 승부에서 승리하면서 일약 중국계 스타사업가로 떠오른 기업이다. 과거 알리바바는 야후와 분쟁이 있었고, 와하하는 다농과 분쟁이 있었다. 모두 항저우 기업가의 완승이었다.

서울에서 항저우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마중나온 운전기사는 유난히 말끔하고 잘생긴 20대 젊은 청년이었다. 이렇게 깔끔한 친구가 섬유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는구나하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회의실에서 찻잔에 물도 따르고 뭐 잡일은 다하는 거다. 이게 뭔가. 보통 여직원들이 하는데… 의아했다.

그런데 퇴근시간에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났다. 그 청년이 퇴근할 때 올라타는 차가 벤틀리 오픈카였다. 뭐 대략 시세 2억 정도 하는 차다. 이게 뭐지! 다음날 회사 직원에게 그 청년의 정체를 물었다. 알고보니 회장 친구(친구도 옆 공장 회장)의 아들이란다. 2세 경영을 친구 회사에서 밑바닥부터 경험시키면서 가르치는 거라고.

항저우 사업가들은 겸손함과 성실함을 철칙으로 삼는 경영철학을 최고로 삼아서 그렇단다. 어린 아들에게 벤틀리 사주는 건 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 친구 결혼 때 장인한테 선물 받은 거라고 해서 전후관계 이해는 완료되었다. 어쨌든 벤틀리 타고 출근하는 운전기사 신선했다. 그 친구의 지극히 친절한 태도도 정말 훌륭했다는 것이다.

정주용 경영-투자 칼럼니스트 fruitspop@daum.net

정주용은?

한국과 중국에서 기업 상장, 인수합병 자문, 사모펀드 투자업무 수행했다. 현재는 대기업에서 해외투자검토 업무를 담당한다. 중국 CKGSB MBA를 받았다.
2011~ 2012년 SV Investment 팀장 글로벌 크로스 보더 M&A자문 및 PEF운용
2010 ~2011년 IBK투자증권 Head of China Desk · 중국기업 한국상장 업무
2006~ 2009년 신영증권 중국팀 3노드디지탈 상장 업무, 삼강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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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용 블로그  blog.naver.com/jayz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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