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호 리카싱 배출 샤토우 출신, 개발자로 글로벌 ‘IT 쥐락펴락’

텐센트는 6억명 넘는 사용자를 거느린 메신저 QQ, 위챗, 이 거대한 사용자를 기반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온라인게임사이며, 텐페이와 위뱅크를 필두로 한 중국 핀테크 선두주자다. 글로벌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 게임즈, 액티비전블리자드, 넷마블 등 무수히 많은 게임-콘텐츠 기업들에 수조원의 투자를 하며 몸집을 불려가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IT공룡이다. 한국의 기술로 수십 배 기록적 성장을 기록한 텐센트, 한국이 텐센트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게임톡이 3주년을 맞아 텐센트 대해부 5부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텐센트 회장 마화텅(영문명 Ma pony)은 2014년 포춘 중문판 선정, 중국 재계 영향력 50인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1971년생인 마화텅은 중국 남부 광둥성 무역도시 샨토우 출신이다. 샨토우는 그 유명한 아시아최고부호 리카싱의 고향이기도 하다.
 
CKGSB MBA학생들은 리카싱의 고향을 반드시 한 번씩 방문해서 그분(?)의 향기를 맡아야 한다(여비는 학교에서 대준다). 필자도 샨토우를 한 번 가봤다. 정말 별 거 없는 도시고 제일 좋은 지역이 리카싱이 엄청나게 기부해서 번듯하게 설립해 놓은 샨토우대학 정도다.
 
■ 1998년 대학동창 4명 창업 주식 수익자금 투자
마화텅도 샨토우에서 리카싱과 비슷한 창업가 정신을 이어나가는 샨토우의 자랑스러운 인물이다. 40대 사업가 마화텅은 선전(심천)대학 컴퓨터공학과 출신이다. 1998년, 20대 후반의 어린 나이에 텐센트를 창립하고 10여년 남짓한 기간에 중국 최대 온라인게임, SNS기업으로, 이제는 세계 1위의 온라인게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현재 그의 개인자산은 약 15조원(텐센트 지분 약10%)으로 중국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부호가 되었다. 2014년 알리바바 상장 전에는 마윈 회장을 제치고 중국 부호순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 사이에 알리바바 상장으로 마윈의 개인자산 규모가 로켓 상승해서 순위는 뒤로 밀렸다. 하지만 텐센트 모바일게임이 대박 나서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금융업에서 초대박 나서 모바일대부업계의 대부로 자리잡을지 아무도 모른다.
 
마화텅은 전형적인 개발자 출신의 창업가다. 마윈이 영어교사로 인터넷에 ‘인’자도 모른 상태에서 알리바바를 시작했던 것과는 시작이 다르다. 마화텅은 그렇다고 바이두 리렌홍처럼 미국 유학파 초수퍼엘리트도 아니다(리렌홍은 미국에서도 유명한 기업의 프로그래머로 구글 창업자급의 포스를 미국에서도 좔좔 흘리던 천재급 인재였다).
 
마화텅은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수십만의 중국 개발자 중 한명이었다. 지금도 그의 외부 활동은 마윈과 리렌홍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윈은 영어 강연으로 전세계 투자자와 창업가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리렌홍은 엄친아+미소년의 미소로 중국 미혼여성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마화텅은 그냥 조용한 성격의 개발자스타일이다. 텐센트 창업 이전 직장인 China Motion Telecom, Runxun에서도 마화텅의 역할은 인터넷웹페이지시스템과 인터넷전화시스템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업무였다.
 
1998년 마화텅은 대학동창을 비롯한 친구들 4명과 더불어 텐센트를 창업한다. 창업자금은 주식투자 수익금이다. 주식해서 돈을 벌었는데 아낌없이 젊음을 불태우는데 사용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창업한 듯하다.
 
텅쉰이라는 중국 이름 역시 마회장과 공동 설립자들의 고민 끝에 탄생했다. ‘메시지-커뮤니케이션’의 뜻을 가진 쉰에 마화텅의 텅을 붙여 텅쉰으로 중국 이름을 정했다. 인스턴트 메시지 QQ를 내놓기 위해 선택한 이름이었다.
 
영문이름 텐센트는 말 그대로 10cent다. 당시 문자 가격이 10cent였다는 것에 착안해 지어진 것. QQ, 위챗 등의 텐센트의 주력 서비스를 통해 유료 메시지 시장을 혁신하겠다는 뜻이 담겼다.
 
결국 4명 창업자의 시드(Seed, 종자돈) 자금은 오늘날의 150조원 가치의 기업을 탄생시켰지만 당시 수천만원은 그들에게 인생을 좌우할 만큼 커다란 거액이었다. 텐센트의 시작도 요즘 수많은 벤처기업의 시작과 정확히 일치하는 평범한 출발이었다.
 
■ ‘QQ’+온라인게임, 10년만에 150조원 ‘150배’ 초고속 성장
창업 이듬해 가을 마화텅의 텐센트는 창업 초기에 극복하기 쉽지 않은 커다란 시련에 직면한다. OICQ라는 서비스명으로 온라인메신저 서비스로 가입자를 한창 늘려가는 도중, 텐센트에게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ICQ사가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법정공방 끝에 패소한 것. 이유는 ICQ의 상표권 침해로 텐센트는 OICQ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QQ로 바꾸게 되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OICQ보다 QQ가 훨씬 중국스럽고 간단명료하다. 텐센트 펭귄과도 잘 어울리는 귀여운 이름이다. 결국 당시 ICQ의 모회사 AOL의 소송으로 억지로 바꾼 이름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잘 만든 이름이 된 셈이다.
 
이후 QQ는 무료서비스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했다. QQ사용자등록번호(QQ사용자명은 영문이 아니라 숫자)는 중국인에게 전화번호만큼 중요한 번호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6월 16일, 텐센트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고, 상장당시 1조 원 가량이던 시가총액은 10년만에 150조원으로 150배 성장하는 로켓성장을 기록했다. 이 로켓성장의 배경에는 한국 온라인게임 개발자들의 피와 땀이 숨어있다는 게 씁쓸한 현실이지만...
 
마화텅은 QQ 가입자의 폭발적 성장에도, 홍콩거래소 상장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확실한 수익원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한다. 기업의 장기적 성장은 결국 안정적 수익원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단순히 사용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회사의 미래 성장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회사의 수익모델을 개발해야 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그 고민의 결론은 온라인게임이었다.
 
■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 한국 온라인게임으로 중국시장 점령
중국인의 경쟁심리, 도박심리를 교묘히 자극하고 딱히 즐길게 없던 중국 젊은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최고의 방법이 바로 온라인게임이었다. 이미 누적된 QQ유저들을 온라인게임으로 유입시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었다.
 
관건은 우수한 품질의 온라인게임을 유저들에게 공급하는 것. 한국 온라인 게임을 중국 유저들의 입맛에 맞게 최적화하는 것이 마화텅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던전앤파이터’(넥슨)와 ‘크로스 파이어’(스마일게이트) 등 한국 최고의 게임들을 하나씩 제대로 선보이면서 그렇게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점령해 나갔다.
 
텐센트 마화텅 회장은 2012년 ‘아시아 비즈니즈 스쿨’ 인터뷰에서 “한국은 높은 수준이 있다. 그리고 한국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한 적도 있다.
 
2010년, 마화텅 회장은 한국의 카카오톡, 미국의 왓츠앱 등 각국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중국에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자회사 위챗을 창업한다. 전세계 6억 명이 쓰는 모바일 메신저의 출발이다. 그의 철학은 ‘창조적인 모방’이다. QQ도, 위챗도 아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마화텅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그에 대한 평가는 ‘만만조우(慢慢走)’다.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천천히 확실히 장기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는 마화텅은 절대로 한방 베팅에 모든 것을 거는 도박사, 승부사가 아니다. 대신 확실한 승리의 방정식을 세워놓고 하나씩 사례를 적용하고 안정화되면 규모의 경제로 사이즈를 키워내는 수완을 지니고 있다.
 
어느새 사업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계 1위의 온라인게임회사가 되었고, 단순히 한국업체들과 수익 배분하던 예전 행태를 벗어나 이제는 과감한 지분투자를 통해서 사업수익뿐 아니라 자본수익도 공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에 대한 텐센트의 지배력은 마화텅의 경영스타일처럼 매우 점진적이고 또 요란스럽지 않다. 하지만, 어딘가 단단함이 느껴진다.
 
■ ‘투자 이후 간섭 최소화’ 전통적 중국 리더, 마윈 스타일과 대조
마화텅은 지분 투자했다고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오지랖 넓은 스타일이 아니다. 본인이 개발자 출신이라 그런지 투자한 기업의 결정을 존중하고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떻게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데 기여할지를 고민한다.
 
마윈이나 손정의가 비전과 기업가정신을 주장할 때 마화텅은 조용히 뒷자리에 앉아서 자신이 투자한 기업이 잘되길 기다리고, 그 기업이 잘되면 그 회사의 사장에게 발언권을 주는 스타일이다.
 
반 발짝 뒤로 빠지는 마화텅의 이러한 스타일은 어떻게 보면 중국의 전통적 가치관에 더 부합하는 리더의 모습이다. 중국인은 이런 모습을 ‘띠띠아오’(한자로 ‘低调(저조)’, 낮은 목소리, low profile)하다고 표현한다. 아주 커다란 칭찬이다. 거꾸로 중국인은 너무 나대는 사람을 싫어한다는 뜻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이다.
 
마화텅사진= 테크크런치 닷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적이 많아지는 스타일보다는 두루두루 인품을 인정받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리더가 더 강한 리더로 꼽힌다. 공자가 말하는 군자도 이러한 '띠띠아오'한 모습이다. 아버지는 공무원으로 선전시항운총공사 사장, 선전시염전항 그룹 부총경리를 역임할 정도로 이른바 명망있는 가문이다. 마윈이 가난한 경극배우의 아들로 고군분투했지만 나름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래선지 마화텅은 성공한 IT 창업가 중에서는 가장 전통적 중국 리더의 모습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유려한 수식어나 감동은 없지만 한발한발 전진하려는 조심스러움이 느껴진다. 그래서 서양의 시각으로는 부각되지 못하지만, 중국에서는 왠지 오래갈 것 같은 인물로 평가된다.
 
마화텅의 어록을 통해 텐센트의 ‘10년간 변화’와 그의 평범함을 엿볼 수 있다.
 
‘回顾腾讯10年业务的发展,其实就是慢慢地试,有信心,步子才会逐渐大一点’
‘과거 10년 사업의 발전을 돌아보면, 사실 천천히 모든 게 진행되었고, 마음에 믿음이 있었고, 한발 한발이 점진적으로 수행한 것이 크게 된 것이다.’
 
‘我们都是普通家庭,没有什么特殊的,顶多是房子大一点,也不是说什么太大变化。潮州人习惯喝粥,还是这样’
‘우리집은 아주 보통의 집이다. 특별한 게 전혀 없죠. 그냥 집 방이 좀 커진 것 말고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요. 고향사람들처럼 그대로 계속 좋아하고 변한 게 없다.’
 
정주용 경영-투자 칼럼니스트 fruitspop@daum.net
 
정주용은?
한국과 중국에서 기업 상장, 인수합병 자문, 사모펀드 투자업무 수행했다. 현재는 대기업에서 해외투자검토 업무를 담당한다. 중국 CKGSB MBA를 받았다.
2011~ 2012년 SV Investment 팀장 글로벌 크로스 보더 M&A자문 및 PEF운용
2010 ~2011년 IBK투자증권 Head of China Desk · 중국기업 한국상장 업무
2006~ 2009년 신영증권 중국팀 3노드디지탈 상장 업무, 삼강M&T
정주용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ruitspop
정주용 블로그 blog.naver.com/jayz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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