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좌우 구르기-은폐 가능....옆동네서는 게임명이 ‘역전의 용사’

아직 세상이 1990년이 되기 직전인 1989년에 ‘카발(CABAL)’이라는 게임이 세상에 출시되었다. 이 게임은 지금의 기준으로 분류하자면 ‘TPS’ 게임으로 분류해 볼 수 있겠지만, 당시에는 ‘FPS’니, ‘TPS’니 하는 어려운 말들을 세상에 널리 쓰지 않던 시절이다. 그냥 총 쏘는 게임 액션, 슈팅 게임 정도로 분류되었지만, 오락실에서는 단순히 ‘카발’ 또는 ‘까발’ 이라고 쓰여 있었다(동네마다 게임 이름이 다르기도 했던 시절, 옆 동네는 ‘역전의 용사’라는 이름도 있었다).

이 게임을 개발한 ‘태드 코퍼레이션(TAD CORPORATION)’은 1988년 설립된 회사다. 거의 설립하자마자 출시한 게임이 바로 ‘카발’이라는 게임이다. 그 뒤로도 몇몇 게임을 만들기는 했는데 1990년대 이후로는 이렇다 할 작품이 별로 없다.

■ 해골이 괴상한 소리내면서 웃으며 시작 “TPS 시조”
게임이 처음 시작할 때 저 해골이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웃는데 오락실이 막 문을 연 때나 문 닫기 직전 손님이 거의 없을 때 혼자서 저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묘해진다. 그 당시 총을 쏘는 ‘람보’류의 게임들은 보통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탑뷰’ 방식의 게임들이거나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화면이 스크롤 되는 ‘횡스크롤’방식의 게임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게임처럼 캐릭터를 뒤에서 바라보면서 하는 게임은 많지 않았다.

현재의 게임 분류 기준으로 보자면 ‘TPS’의 시초격인 게임인데 ‘TPS’라는 게임은 ‘FPS(First Person Shooting)’와 구분되는 ‘TPS(Third Person Shooting)’이라는 게임으로 우리말로 하자면 ‘3인칭 시점의 슈팅 게임’이라는 뜻이다. ‘FPS’가 1인칭 슈팅 게임이기 때문에 화면에는 자신의 총과 손 정도가 보이는 것에 비해 3인칭 게임은 말 그대로 시점 자체가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기 때문에 캐릭터의 전체 모습이 보인다.

‘TPS’와 ‘FPS’는 일견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액션의 차이점인데, ‘TPS’에서는 캐릭터가 좌우로 구르는 동작이 가능한 반면에 ‘FPS’ 게임에서는 대부분 좌우로 구르는 액션을 하지 않는다(생각해보라. 1인칭 시점의 게임에서 화면이 좌우로 막 돌아간다면 입체3D 멀미를 감당할 수 없다).

[집을 부셨더니 점수를 준다]
화면처럼 캐릭터의 등 뒤에서 자신이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으로 화면이 구성되는 게임들이 ‘TPS’ 게임들의 특징이다. ‘TPS’ 게임의 경우 좌우로 구르는 동작 외에도 ‘FPS’게임에 비해 보다 더 구체적인 동작으로 은폐와 엄폐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눈앞에 벽이나 암석 등의 뒤에서 숨는 동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TPS’라는 말조차 생소한 시절이었기 때문에 이 게임을 ‘TPS’라 부르는 사람은 없었지만, 장르 구분에 관계없이 2인용이 가능한 게임이다 보니 친구들과 함께 자주 하던 게임 중에 하나였다. 지금이야 검색엔진에서 게임 이름 ‘CABAL’을 치면 3D RPG 게임이 나오지만, 1990년대에 ‘카발’이라고 하면 이 게임을 얘기했다. 여담이지만, ‘카발 온라인’이라는 게임이 개발 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필자는 이 게임이 온라인 게임으로 나오는 줄 알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D RPG 게임이어서 약간 실망하긴 했지만..

[둘이 함께하면..]
이 게임에서는 지금 21세기의 최첨단 기술을 자랑하는 최신 게임들에서도 구현하고 싶어도 게임 내에서 구경하기 힘든 지형-지물에 대한 파괴도 가능하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담벼락 등을 총으로 갈겨대면 금이 가기 시작하다가 폭삭 주저앉아서 파괴가 가능하다.

몇 년 전에 모 FPS 게임이 시연 동영상에서 지형물 파괴가 가능한 장면이 보여서 크게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서비스할 때 게임을 해보니 동영상 광고처럼 지형물이 파괴되지 않아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서비스하고 있는 ‘온라인 FPS’게임에서 이 게임만큼 눈에 보이는 지형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게임은 흔치 않다. 물론 단편적으로 몇몇 부서지는 오브젝트들이 있지만, ‘카발’ 게임이 만들어진 1989년과 2015년이라는 격차를 생각하면 아직도 많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물론 2D 게임과 3D 게임은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고 게임의 기획 구성에 따라 다른 부분도 많다. 그래도 좀 화면에 보이는 건물이나 물건들이 많이 부서졌으면 좋겠다.

■ 잠수함-헬기 등 스테이지 상승, 무한 교체 무기 업그레이드
요즘의 총 쏘는 게임들이 대부분 무기를 상점에서 구입해서 개인 인벤토리에 장착 후 게임 내에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무기 변경이 불가능한 것에 비해서 이 게임에서는 게임 속에서 무기를 계속 바꿔 쓸 수 있다.

[기관총이다]
지나가는 장갑차나 특정 물체를 파괴시키면 새로운 총이 하늘에서 떨어진다. 이 때 서로 주워먹겠다고 달려들다가 적군의 총탄에 장렬히 전사하기도 하는데, 눈치껏 자기가 얻은 총만 먹는 것이 이 세계의 불문율이다. 물론 이 총은 죽을 때까지 무한정 쓰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일정 기간 총을 쏘고 나면 다시 본래의 딱총으로 돌아온다.

특별 보너스 점수 또한 직접 먹으러 가지 않으면 자동으로 채워지지 않는데, 땅 바닥에 떨어진 총이나 점수를 욕심내서 먹으러 가다가 비명횡사(非命橫死)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욕심 내서 재촉하다 보면 죽을 걸 뻔히 알면서도 불나방처럼 달라들 수밖에 없는 것은 땅 바닥에 떨어져 있는 총이나 점수는 일정 시간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되기 때문에 어쨌든 빠른 시간 내에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많은데 그래서 욕심껏 조절을 잘 하는 것이 오래 사는 장수의 비결이다.

[스테이지 구성]
이 게임에서 한 레벨은 보통 4개 단위의 작은 스테이지로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작은 소(小)단위 스테이지는 1분 이내에 끝이 난다.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서 레벨 최종 보스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소(小)단위 스테이지는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클리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반면에 스테이지 보스는 조금 난이도가 높다.

스테이지 레벨이 시작되기 전에 각 단계별 모양과 최종 보스가 어떤 놈인지 보여준다. 화면에 아래 헬리콥터가 보이는데, ‘LEVEL-1’의 최종보스는 저 헬기이다.

[1스테이지 보스]
스테이지 보스의 경우 탄막 같이 총알을 뿌려대는데 저 총알도 쏴서 맞힐 수 있다. 미처 다 맞추지 못한 총알은 땅으로 떨어지는데 이 때 총알 사이로 잘 피하든가 구르기를 시전하면 회피할 수 있다. 물론 계산 착오로 구르고 난 뒤에 보스의 총알 앞에 떡 하니 서 있게 되면 바로 즉사하게 된다.

좋은 총이 있으면 금방 잡을 수 있겠지만, 기본 딱총으로는 한참 쏴야 된다. 수류탄을 던져서 맞힐 수도 있는데, 수류탄도 제한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던질 수 없다. 그래도 화면 하단에 ‘FOE’라고 써 있는 부분에 보스의 체력 상태를 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빨간 그래프가 끝까지 차게 되면 적 보스를 처치하게 된다.

가끔 보스의 체력 게이지가 보이지 않도록 기획 요소로 설정 된 게임들이 있는데 때리고 때리다 보면 지쳐서 언제까지 쳐야 되는지 알 수 없을 때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체력 게이지를 감추는 게임들의 경우 보스의 색상 변화라든가 갑옷이 깨진다든가 하는 등의 연출적인 요소로 현재 적 보스의 체력 상태를 표시해주기도 한다.

오래 된 게임들의 경우 대부분 저렇게 단순한 체력 게이지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방식이 게임에 더 적합한지에 대해서 개발자뿐만 아니라 게이머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그래도 열심히 총질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저렇게 방정맞은 모습으로 다음 스테이지를 향해 신나게 달려간다. 초등학교 시절에 저 장면을 친구랑 같이 따라 하면서 뛰어다니기도 했었는데, 치열한 전장에서 저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장면이다.

그 뒤로도 스테이지가 계속 이어지는데 ‘LEVEL-2’의 보스는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LEVEL-1’의 헬리콥터 보스에 비해 처리하기가 까다로운데, 잠수함이다 보니 계속 물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가 나왔다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판이 전함이었나 그랬는데,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생각해보니 한 번도 ‘원 코인 클리어’의 위업을 달성해 본적이 없었다. 친구와 함께 해도 잠수함 보스 깨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둘 다 최종 보스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DOS용 ‘CABAL’– 왠지 오락실의 그 맛이 안나!]
‘카발’ 게임은 그 뒤에 DOS용으로도 출시되었는데, 그 당시 오락실 기준보다도 훨씬 열악한 환경의 PC이다 보니 그래픽 또한 그보다 훨씬 못한 수준으로 출시되었다. 아무리 열악하다고 해도 이식 수준이 심히 불만족스러운 상태이다 보니 동전 50원 아끼자고 눈이 썩어나는 고통을 감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 필자의 잡소리
게임 이름은 분명히 ‘블러드 브라더스(BLOOD BROS.)’이라는 다른 이름의 게임인데 ‘카발2’로 불린 게임이 있다. 어차피 만든 회사가 같은 회사라서 게임도 전작인 ‘카발’과 시스템이 비슷하다.

신기하게도 카우보이와 인디언이 같은 편이 되어서 싸운다. 민족과 종족간의 화합을 바라는 개발진의 마음이 담겨있다. 게임의 배경은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서부시대의 신 문물인 증기 기관차도 등장한다. 전작의 수류탄도 서부시대에 맞게 다이나마이트로 바뀌어 있다.

이 게임은 ‘카발’이 1989년에 출시된 이후 이듬해인 1990년에 출시되었다(어떻게 이렇게 빨리 만들어내지?). 태드 코페레이션이라는 이름의 회사는 ‘카발’(1988)을 시작으로 ‘주주덴세츠(JuJu Densetsu)(1989), ‘블러드 브라더스’(1990), ‘스카이 스마셔(Sky Smasher)’(1990) (with Nihon System)’, ‘사이슈카쿠토리조쿠 레이어네어(SaishuKakutouKizoku Legionnaire)’(1992), ‘히트 배럴(Heated Barrel)’ (1992) 등의 게임을 개발했다.

‘카발’ 게임의 경우 아케이드, 아미가(Amiga), Amstrad CPC, C64, ZX Spectrum, DOS, NES 등의 플랫폼으로 이식되었을 만큼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인기 있는 게임이었다. ‘CABAL’이라는 게임 하나로 오래도록 기억 될 만큼 명작을 만든 회사가 지금은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안타깝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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