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가족 풍경 상상도, 스케일 다른 자랑-GTA와 함께하는 독특한 가족문화

설날 가족들에게 “친척들이랑 나가서 게임하고 놀다올게”라고 말했을 때, 가족들에게 눈총을 받지 않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몇 %나 될까?

모르긴 몰라도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의 입에서 ‘게임’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부모님에게선 자동적으로 “공부를 좀 게임처럼 열심히 해봐라”라는 말이 튀어나오고, 취준생이 말하면 “게임이 밥 먹여주냐?”라는 대답이 들리며, 직장인이 말하면 “그 나이 먹고도 게임이 좋니?”라는 핀잔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만약, 온 집안이 다 게이머 집안이라면 어떨까?

민족의 대명절 설(2월 18~20일)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게임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원활한 상상을 돕기 위해 단순히 개발자나 프로게이머가 아니라, 실명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꾸며봤다. 따라서 기사 속에서는 설정이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성은 모두 다르다.

# 스케일이 다른 자랑

설은 자고로 온 가족이 모여 서로 그간의 소식을 나누며 화합을 다지는 자리지만, 이는 자연스레 ‘자랑 배틀’로 번지기 마련이다. 자랑은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하다. 학교 성적부터 시작해 대학 입학, 애인의 유무, 취업 등등 무궁무진하다. 심지어 딸의 남자친구가 선물한 털모자도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게이머 집안이라면 스케일이 남다를지도 모른다. 

▲ 박세준 선수
“우리 아들 세준이는 이번에 1500여명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포켓몬 월드 챔피언십 2014'에서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어. 뭐 나는 잘 모르겠지만, ‘파치리스’라고 배틀용 몬스터로 평가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승리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더라구. 녀석 누굴 닮았는지. 애가 머리가 좋아. 간도 크고. 사람은 역시 큰물에서 놀아야해.” 

“그.. 요즘 애들이 하는 게임중에 ‘리그 오브 레전드’라고 아나? 롤이라고도 하던데, 매년 전세계적으로 ‘롤드컵’이라는 대회를 하는데 아니 우리 승빈이가 거기서 1등을 했더라고. TV에도 나오고 난리였는데, 혹시 봤나? 뭐 요즘에는 중국의 LGD 게이밍에서 활약하느라 바빠서 이번 설에는 못 내려왔어.” 

▲ 사진=서유리 페이스북
“우리 딸 유리가 얼마 전에 또 코스튬 플레이를 해서 아주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더라구. 확실히 애가 얼굴도 되고, 몸매도 되니까 뭘 입혀놔도 태가 나긴 하더라고. 요즘엔 게임 회사 광고에서 안보기가 힘들 정도야.” 

# 남다른 가족 문화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설에 반가움을 나누는 것도 잠시, 곧 무료함이 찾아오곤 한다. 다같이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기도 하고, 윷놀이나 고스톱을 치는 가족들도 있다. 만약 게이머 가족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먼저 조카들을 통솔해 PC방으로 향하는 작은 삼촌을 상상할 수 있다. 사실 이는 꼭 게이머 가족이 아니라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 아이들의 특성상 흔한 일이다. 하지만 조카들을 이끄는 둘째 삼촌이 e스포츠의 전설 홍진호고, 조카 중 한명이 ‘리그 오브 레전드’ 최고의 미드라이너 이상혁(페이커) 선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 사진=넥슨
어쩌면 홍진호 삼촌은 PC방 22번 자리에 앉아 소싯적 폭풍처럼 경기를 풀어나가는 멋진 저그 프로게이머의 모습을 조카들에게 보여줄 생각에 “오랜만에 다같이 ‘스타크래프트’ 하자, 응? '스타크래프트'하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혁 선수는 함께 온 옆집 조은정 누나에게 잘 보일 생각에 “무슨 말이냐. 요즘 누가 스타를 하냐.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야한다”고 말하며 옥신각신 할지도 모른다. 

이러는 사이 집에 있는 부모님들도 어느새 게임 패드를 손에 쥐고, ‘GTA 5’를 플레이하며 “왜 헬리콥터를 격추시키지 못하냐”, “경찰을 따돌려봐라”, “답답하다. 이리 줘봐라”라며 서로 패드를 뺏고 뺏기며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
물론 큰아버지가 '바람의 나라' '리니지' '아키에이즈'를 개발한 송재경이라면 이 모습을 보고 “인생을 바꾸는 훌륭한 콘솔 게임도 많고, GTA도 좋은 게임이지만.. 시장이 제한된 콘솔 게임에는 미래가 없어. 뭐.. 아님 말고”라며 조용히 컴퓨터에서 ‘문명 온라인’을 켤 수도 있다. 

가족마다 설을 보내는 분위기는 모두 다르다. 중요한건 모두가 함께 즐거운 분위기로 즐기는 것이다. 이번 설에는 비록 윷놀이와 고스톱을 즐기는 평범한 가족도, GTA를 즐기는 비범한(?) 가족도 모두 게임으로 하나 될 수 있는 시간을 갖길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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