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개혁공대위 “근거 없는 주장으로 ‘게임중독’ 공포심 조장”

▲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게임중독 광고
게임규제개혁공대위(위원장 박재동)는 지난 1월부터 시행 중인 보건복지부의 게임 중독 광고와 관련,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항의 공문을 보내고 광고 중단을 요청했다.

공대위는 “13일 보건복지부 장관 앞으로 보낸 공문을 통해 게임 중독 광고의 즉각적인 중단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광고에 대해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한국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이끌고 있는 게임산업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부터 ‘게임 BGM이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다’,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다’,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된다’ 등의 내용을 담은 게임중독 광고를 지하철역 등에 공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해당 광고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며 ‘국제 망신’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대위 측은 항의 공문을 통해 △지하철과 유투브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게임 중독 광고를 즉각 중단할 것 △게임 중독 광고의 제작과 배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할 것 △게임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진흥이 양립, 반복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할 것 등을 요구했다.

특히 공대위 측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문화콘텐츠산업을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거론하기도 했다. 공대위는 “게임은 문화콘텐츠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이라며 “중앙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는 게임을 ‘유해한 것’으로 치부하는 광고를 만들고, 대통령은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산업을 ‘21세기의 연금술’로 표현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공대위는 “만약 게임 중독 광고가 중단되지 않고 지속되거나 확산된다면 가능한 법적, 제도적 수단 등을 통해 공대위 참가단체 및 국민들과 함께 게임 중독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중단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아래는 공대위의 성명 전문.

보건복지부는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는 게임 중독 광고를 즉각 중단하라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게임규제개혁공대위)는, 근거 없는 주장과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게임 중독’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보건복지부의 ‘게임 중독’ 광고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광고의 즉각 중단을 요청하는 바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지하철 2호선 광고판과 유튜브 등을 통해 ‘게임 중독’을 소재로 한 공익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동일선상에 놓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영상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과학적 근거나 객관성이 현저히 부족한 내용 때문이다. 이번 광고에서 일반화된 사회현상인 것처럼 언급하고 있는 ‘게임 중독’은 아직 과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용어이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게임을 ‘중독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보건복지부의 광고는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한국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이끌고 있는 게임산업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게임 BGM소리가 환청처럼 들린 적이 있다”, “사물이 게임 캐릭터처럼 보인 적이 있다”, “게임을 하지 못하면 불안하다”,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 된다”의 4가지 상황 중 “하나라도 ‘예’가 있다면 게임 중독이 의심된다”는 광고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게임을 유해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어 게임 중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특히, 지난 2일 게임에 중독된 사람이 지나가는 할머니를 폭행하는 장면을 삭제하기는 했어도 “가끔 현실과 게임이 구분이 안 된다”는 상황은 여전히 문제적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게임을 통해 현실과 허구를 구별하지 못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게임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현실보다 허구를 택하는 것은 양자를 구별 못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현실이 부여하는 가치규범과 허구가 부여하는 가치규범 중 어느 쪽이 자신에게 유효한가 하는 문제를 저울질한 결과이다. 즉, 사회적 가치규범이 잘 기능하지 않아 다른 가치규범을 만들 필요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에 대한 몰입은 게임 자체가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주변 환경 요인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주체가 중앙행정기관이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의 광고는 국가 차원에서 게임을 ‘유해하거나 위험한 것’이라고 인정하는 상징적 사례가 된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문화창조융합벨트 출범식’에서 연설한 박근혜 대통령은 문화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의 대표산업이며, 다른 산업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21세기의 연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게임이 문화콘텐츠산업의 최전선에 있는 산업이자 오늘날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영역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중앙행정기관인 보건복지부는 게임을 아예 ‘유해한 것’으로 치부하는 광고를 만들어 지하철과 유투브를 통해 배포하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산업을 ‘21세기의 연금술’로 표현하는 지금의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게임에 과몰입하는 일부 사례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인식과 적절한 대책이 마련돼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게임을 단순히 중독을 유발하는 유해한 것으로만 보는 사고는 게임이 가진 다양한 속성과 문화적 특성을 배제한 채 부정적인 부분만을 부각, 왜곡, 강조한다. 이러한 사고는 게임 이용 문화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향후 본격적인 게임 산업 및 이용 규제를 위한 발판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계속되어선 안 된다. 게임은 이미 영상, 음악, 스토리, 디자인 등이 결집된 종합적인 문화콘텐츠로 부상했으며,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그 문화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게임의 문화적 가치와 사회적 순기능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있다. 게임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여가문화로 자리 잡으며 사회를 배워나가는 장이 됨과 동시에 또래 문화를 만드는 커뮤니티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노인성 질병 치료, 재활 훈련, 학습 수준을 향상시키는 목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게임을 무책임하게 중독 물질 및 행위로만 간주하는 것에 대한 여파는 고스란히 게임 업계와 이용자에게 돌아갈 뿐이다.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상처 입은 자존감과, 현실과 가상세계도 구분 못하는 어리석은 대상이 되어 버린 이용자의 위상에 대해서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게임규제개혁공대위’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게임 중독 광고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의 사항을 요구하는 바이다.

첫째, 지하철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게임 중독 광고를 즉각 중단하라.
둘째, 객관적, 과학적 근거 없이 제작되어 게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게임 중독 광고의 제작과 배포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셋째, 게임에 대한 사회적·산업적·문화적·예술적 인식 제고 및 중앙행정기관 간 협의를 통해 과도한 규제와 진흥이 양립, 반복되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라.

이해하기 힘든 보건복지부의 게임 중독 광고에 대해 게임 및 문화콘텐츠산업의 규제를 개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규제개혁공대위’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중앙행정기관의 편협한 발상으로 인해 게임의 사회적·산업적·문화적·예술적 위상과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절실함을 인식한다. ‘게임규제개혁공대위’는 보건복지부의 게임 중독 광고 중단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게임을 중독 물질로 규정하는 정부 차원의 잘못된 발상을 바로잡고, 게임에 대한 올바른 사회적 이해의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시도를 펼쳐나갈 것이다.

2015년 2월 13일(금)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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