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47. 김성완 ‘세상을 뒤집는 인디게임’

게임톡 연재 ‘인디 정신이 미래다’ 47. 김성완 ‘세상을 뒤집는 인디게임'

인디는 독립이라는 뜻이지만 주류에 반기를 드는 뜻도 담겨 있다.

모두가 거대 자본에 의해 수많은 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AAA급 게임을 향해 달려갈 때 인디는 반대로 향한다. 작은 자본과 적은 인력으로도 게임의 본질을 갖춘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래서 인디 게임은 화려한 그래픽과 어마어마한 양의 콘텐츠로 무장한 골리앗 같은 거대 자본의 게임을 향해서 돌팔매를 날리는, 마치 ‘다윗 같은’ 존재로 보이기도 한다.

소니 러브 인디(SONY LOVES INDIES
■ 거대 자본 ‘프레임 변화’ 취약...인디의 발빠른 ‘개성 변신’ 대안
인디 게임은 단지 거대한 것을 배척하고 대항하는 존재일 뿐일까? 일견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인디 게임은 결코 기존의 게임 산업에 대항적이거나 적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게임 산업이 거대 자본의 탐욕을 쫓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게임에만 매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큰 변화 없는 안정적인 시장 환경에서는 공룡처럼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게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안정된 환경에 잘 적응된 게임들은 오히려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한 상태가 된다. 만일 스마트폰의 등장 같은 급격한 프레임의 변화가 닥치면 커다란 위기 속에 공멸할 수도 있다.

그래서 게임 산업이 시장의 변화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주류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와 개성을 추구하는 게임들이 필요하다. 바로 인디 게임의 의미다. 급격한 변화로 인한 위기의 시기에 인디 게임들은 주류 게임에 대한 대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인류의 모든 문화는 레게나 블루스 등처럼 바로 주류가 아닌 주변부의 중심을 뒤집는 ‘전복’의 역사이기도 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인디 게임들은 변화의 시기 특히 그 변화의 크기가 큰 시기에 유난히 빛을 발하면서 ‘전복’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 게임 대기업 엔씨소프트, 초미니 게임사 도톰치 3억 투자 ‘사건’
한국의 경우도 게임 시장의 중심이 대규모 온라인 게임에서 스마트폰 게임으로 옮겨가면서 ‘판’이 바뀌고 있다. 특히 유니티-언리얼 등 게임엔진의 경량화와 초저가 정책은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인디 게임이 유례없이 부각되고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제 인디 게임은 게임 산업 전체가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꼭 필요한 존재로 우뚝 솟았다. 이런 면에서 최근 엔씨소프트 같은 한국 대표 온라인게임 대기업이 도톰치 게임즈 같은 초미니 인디게임사에 3억 투자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사실 한국 게임 대기업 중에는 인디 게임 행사를 조용히 후원하는 경우도 있고, 해외에도 소니처럼 거대한 회사가 작은 인디 게임들을 후원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지 않다.

도톰치게임즈
결국 거대 게임사나 인디 게임사들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상생의 관계다. 더 나아가서 인디 게임은 게임 산업이라는 영역에 국한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 1506호나 자밥 스튜디오 등 가족 인디 게임회사 ‘미래 대안’?
최근 들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빌 게이츠, 앨런 머스크, 스티븐 호킹 같은 과학 기술 분야의 저명한 인물들에게서 나오고 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과연 인공지능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영화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처럼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에 의해 인간이 노예처럼 지배당하는 일이 일어나게 될까?

영화 '터미네이터' 스틸 사진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은 SF적인 공상으로 치부한다 해도, 발전된 인공지능에 의해 인간의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눈앞의 현실이다.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거대 기업들의 고용에 크게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 하에서 일어나는 인공지능 로봇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인간 노동자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면 과연 인간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회적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추어진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이런 시대를 대비해서 일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법을 준비하고 있거나, 사람의 일자리를 없애는 인공지능 로봇에는 세금을 매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대안 중 하나로 가족 인디 게임회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가족 인디 게임회사는 구성원이 모두 가족인 일종의 가내수공업 형태의 기업을 말한다. 실제로 인디 게임회사들 중에는 1506호나 자밥 스튜디오처럼 부부나 가족으로 구성된 경우를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필자의 경우도 가족 인디 게임사라고 할 수 있다.

부부 인디개발자 1506호. 사진=게임톡

■ 점점 커지는 한국 인디씬 ‘오래된 미래’
인간의 노동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미래를 생각하면 인디 게임회사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놀이를 하는 데 필요한 것을 만든다는 점에서 미래적인 산업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가족 구성원으로만 이루어진 가족 기업은 설사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한다고 해도 해고할 직원이 없다는 점에서 기존 기업과는 다르다. 힘든 일은 로봇에게 맡기고 가족인 직원들은 더 여유로운 삶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가족 인디 게임회사는 좀 거창하게 말해서 미래를 위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인디 게임 개발자들 간의 열린 정보 공유와 개발이나 ‘홍보 품앗이’는 일종의 상생 경제 시스템의 예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 인디 게임씬은 최근에야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아직 그 영향력이나 규모 면에서 미약한 수준이다. 인디 게임씬이 지금보다 더 성장한다고 해도 인디 게임이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대체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런 면에서 미래의 변화에 대한 예표로서 인디 게임 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김성완 객원기자 idgmatrix@gmail.com

■ 김성완 교수는?

부산게임아카데미(동의대학교 게임공학과) 교수로 한국 게임개발자 1세대다. 미리내소프트웨어에서 PC 패키지 게임을 개발했다. 대표작으로는 ‘풀메탈자켓’이 있다.
 
PC 패키지 게임이 저물고 한국 게임 시장이 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고도성장하던 초기에는 오즈인터미디어에서 3D 온라인 커뮤니티 게임 카페나인의 차기 버전 개발에 잠시 참여했다.
 
그 후 게임 개발 교육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게임 개발자 지망생들을 가르치면서 소프트웨어 3D 렌더러 g-matrix3D를 개발하여 오픈 소스로 공개하기도 했다.
 
현재 부산게임아카데미에서 게임 개발 인력 양성에 힘쓰는 한편 인디게임개발자로 나서며 페이스북에서 인디게임 개발자 그룹 '인디라!'도 운영하고 있다. 게임개발자연대 집행위원이자 주)젬스푼 21세기 마법사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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