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퀘스트’와 일본 양대산맥...소니, ‘PS’로 콘솔 최강자 등극

세상에는 잠시 나왔다가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게임도 있는 반면, 두고두고 회자되며 리메이크와 기기 이식 등의 컨버전(다른 기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환하는 일)을 거쳐 다양한 플랫폼으로 영원할 것 같은 인기를 얻는 게임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에서 오래도록 사랑받는 게임을 국민게임이라 부르기도 한다.

정확히는 일본에서의 국민이지만 한국에서도 이 게임은 누구라도 이름 한 두 번쯤은 들어봤을 유명한 게임이다. 이름에 마지막이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어도 계속해서 다음 버전이 출시되는 이상한 이름의 ‘파이널판타지’라는 게임이다(그렇게 따지면 ‘울티마’도 마찬가지..).

필자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에서도 1편과 3편, 그리고 ‘SFC’ 기종으로 출시된 5편과 ‘PS’ 기종으로 출시된 7편을 제일 좋아했다. 물론 4편이나 6편을 최고로 꼽는 유저도 많이 있고, 7편 이후에 시리즈도 팬들이 많이 있다(이건 뭐 개인의 취향 차이니까). ‘파이널판타지’의 수많은 시리즈 중에서도 유독 7편을 제일 좋아했던 이유는 게임도 물론이거니와 CG 애니메이션으로 등장한 ‘파이널판타지 AC’도 매우 감명 깊게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게임별곡]은 ‘파이널판타지7’ 총 특집으로 게임과 CG 애니메이션을 한 번에 묶어서 글을 써볼까 한다.

■ '드래곤퀘스트'와 일본 ‘국민 RPG 게임’ 신화 창조

[CG의 힘으로 거듭났다.]
8비트 게임기였던 ‘패미컴’부터 16비트 게임기인 ‘슈퍼 패미컴’ 시절에 일본에는 ‘양대 국민 RPG 게임이’라 불리며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린 게임이 있었는데, 그 게임이 바로 지금 소개하려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이다.

‘드래곤퀘스트’ 게임과 같은 경우 그림이 친숙한데 그것은 이 게임의 원 작가가 ‘드래곤 볼’의 작가 ‘도리야마아키라’이기 때문이다(이 아저씨는 ‘드래곤퀘스트’, ‘드래곤 볼’, ‘블루 드래곤’ 등.. 진정한 용 사랑 아저씨다). 또한, 과거 한국에 ‘아벨 탐험대’라는 이름으로 TV 방영을 하기도 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나가자~ 나가자~ 용의 나라~ 모험의 나라로~ 푸른 구슬~ 붉은 구슬 티알라는 내 친구~ 너와 내가 손잡으면 미래는 우리의 것! 꿈을 안고 나가자~ 씩씩하게 달려가자~! 악의 대왕 바라모스 용감하게 물리치자! 승~리는 우리의 것! 아벨~ 탐험대!’ 라는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던 때도 있었다. 여기 노래에 등장하는 ‘악의 대왕 바라모스’는 ‘드래곤퀘스트’ 3편의 보스로 등장하기도 한다(그런데, 이 노래 ‘승~리는 우리의 것!’ 이 부분이 의외로 옥타브가 높아서 따라 부르기 좀 힘들다).

한편 같은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인 ‘다이의 대모험’은 ‘타이의 대모험’이라고 주인공 이름이 변경된 채 SBS를 통해서 방송이 되었다.

[원래는 내가 더 유명했지..]
두 게임 중에 처음에는 ‘에닉스(ENIX)’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드퀘’라 줄여 부르는 ‘드래곤퀘스트’가 더 유명했고, 출시도 먼저 했다. 일본에서는 ‘도라쿠에(ドラクエ)’ 또는 ‘DQ’라 불리기도 한다. 반대로 ‘파이널판타지’ 역시 줄여서 ‘파판’, 또는 ‘FF’ 라 불렸다. 시리즈 1편은 1986년 처음 출시되어 2009년 시리즈 9편까지 큰 인기를 얻으며 국민게임으로 등극했다.

본편 외에도 수많은 외전편들도 발매되었는데 최근까지도 꾸준히 시리즈가 출시되고 있다. ‘로토 삼부작’ 시리즈로 불리는 1, 2, 3편과 ‘천공 삼부작’ 시리즈로 불리는 ‘4, 5, 6’편 외에 이후 7, 8편들은 스토리나 세계관의 연관성이 없다. ‘드퀘’만 하더라도 따로 책을 한 권 써도 될 정도로 방대한 내용의 이야기들이 있는 엄청난 볼륨의 시리즈 게임이다.

그에 반해 ‘파이널판타지’는 ‘드래곤퀘스트’보다 1년 늦은 1987년 12월 18일(거의 한 해가 다 지나갈 무렵)에 ‘스퀘어’라는 회사에서 출시되었다. 현재 15편까지 출시되어 도대체 언제가 진짜 ‘파이널’인지 모를 게임이 되어 버렸다. ‘파판’ 역시 ‘드퀘’ 만큼이나 수 많은 파생 작품이 있어서 두 게임의 시리즈만 다 하려고 해도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파판’의 아버지 –‘사카구치히로노부’ (이미지 출저 :위키디피아)]
이후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드래곤퀘스트’,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두 게임은 서로 경쟁하기도 하며, 비교의 대상이 되어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보니 어느새 일본 양대 RPG 게임으로 거듭나게 되어버렸다. 필자가 중학생이던 시절에도 한 반에 ‘DQ’ vs ‘FF’ 의 말 싸움은 끝이 없었는데, 사실 필자는 두 게임 모두를 좋아했다(‘라리호~ 라리호~’ 이 주문을 아시는 분?).

두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게임기를 사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 게임 시리즈가 다음 차세대 게임 기종 중 어느 기종으로 출시되는가 하는 것 또한 당시에는 굉장히 큰 이슈가 되었다. 두 게임은 시리즈 초기 ‘닌텐도’의 ‘패미컴’ 기종에서 출시되었다가 다음 세대 기종인 ‘슈퍼 패미컴’에서 다시 격돌하였다. 시리즈 7편에 와서는 약속이나 한 것처럼 두 게임 모두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되었다(최근 이식작들은 포터블 게임기용으로 다시 ‘닌텐도’와 손잡은 듯 하지만..).

이 두 게임의 참전은 신흥 세력 ‘소니’를 일거에 가정용 콘솔 게임기의 절대 강자로 등극하게 만드는데 크기 기여했다.

■ 충격적 등장한 '파이널판타지7',  플레이스테이션 ‘킬러 타이틀’ 우뚝
32비트 시장의 각축전이 벌어지던 당시에 ‘파이널판타지’ 7편이 등장했을 때 그 시기를 겪어 본 게이머라면 알겠지만, 그 당시 분위기는 충격 그 이상이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의 오프닝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게임의 그래픽이 이렇게까지 발전했구나 하는 감동에 빠져들었다(지금 보면 웃음이 나오겠지만..).

‘파이널판타지’ 7편이 막 등장하기 시작할 무렵에 콘솔 게임기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닌텐도’와 ‘세가’ 그리고 신흥 ‘소니’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던 세상이었다. 애초에 가전제품이나 만들던 회사였다는 이미지가 강했던 당시에 새롭게 콘솔 게임기로 진입하려던 ‘소니’는 초기 진입부터 물량 재고가 쌓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단 하나의 타이틀 ‘파이널판타지 7’으로 전세를 뒤집게 된다.

초기에 ‘세가’사의 ‘세가 새턴’게임기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보다 인기가 좋았다. 필자의 친구 역시 ‘버처파이터’ 타이틀 하나 때문에 게임기를 구매하기도 했다. ‘세가 새턴’은 ‘SS’라 불리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PS’라 불리는데 그 당시 ‘세가’는 ‘닌텐도’와 함께 콘솔 게임기 시장을 양분하는 거대 세력이었다.

[16비트 시장은 내가 석권한다!]
콘솔 게임기 시장의 왕자로 군림하던 닌텐도는 8비트 게임기(패미컴)에 이어 16비트 게임기(슈퍼패미컴)까지 승승장구하며 잘 나가던 시기에 32비트 게임기 시장 역시 그대로 바통터치를 이어 받아 잘 나갈 줄 알았다. 라이벌 ‘세가’는 영원한 2인자로 만들 자신이 있었고 ‘세가’ 역시 아무래도 수많은 명작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었다. 항상 ‘최신의 그래픽 기술’이라고 하면 ‘세가’의 게임들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장에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실제로도 그 당시 자사의 ‘버처파이터’ 같은 인기 타이틀을 등에 업고 세가 새턴 게임기는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먼저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기도 하였다. ‘닌텐도’와 ‘세가’는 물론 게이머들 역시 복병처럼 등장한 가전제품 회사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을 주목한 이는 별로 없었다(마치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심히 창대 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처음 뵙겠습니다.. ?]
이렇듯 초반에 32비트 게임기 시장은 ‘닌텐도’ vs ‘세가’의 치열한 양자 대결구도가 벌어지는 듯 했으나, 결론적으로 닌텐도와 세가는 신흥 ‘소니’의 독주를 뒷짐지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되었다. 물론, 닌텐도와 세가 역시 나름 많은 판매고를 올리며 활약했지만, 신흥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준 충격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 여파가 굉장히 컸다.

그 뒤로 ‘세가’는 콘솔 게임기 시장에서 손을 떼고 닌텐도 역시 뒷짐 지고 바라보는 형국이고 모바일 게임기(NDSL)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며 현재 콘솔 게임기 시장은 소니와 뜬금없이 PC OS/오피스 프로그램이나 만들던 ‘MS’의 ‘X-Box’로 양분되었다.

[‘산시로’ 데려와!]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뉴스 하나가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었는데, 그동안 쭉 닌텐도와 한솥밥을 먹으며 게임기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던 ‘스퀘어(SQUARE)’가 닌텐도와 결별하고 소니와 손을 잡기로 했기 때문이다. 게임 시장은 이 뉴스 하나로 술렁이기 시작했고, 당연히 ‘파이널판타지’ 6편까지 닌텐도의 ‘SFC(슈퍼패미컴)’ 기종으로 출시되었으니 7편 역시 닌텐도의 차세대 기종으로 출시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가전제품 회사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출시된다고 하니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전격 출시!]
유저들 중에는 그 당시 결사반대 항전을 외칠 만큼 신흥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초기에 인정받지 못하는 서자와 같은 애달픈 서러움을 겪기도 하였다(반대로 예상외의 기대를 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물론 소니가 새롭게 콘솔 게임기 시장의 강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지 게임 타이틀 한 장으로 가능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얘기 같기도 하겠지만, 그 시절을 겪어본 게이머들이라면 그 당시 분위기가 어땠는지 잘 아실 것이다. 실제로 그 당시 소니는 라이벌 업체에 비해 가격 정책(후에 가격 인하)이나 S/W 유통 및 마케팅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모든 것이 맞아떨어져 시장의 전세를 역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처음 발매된 1994년을 시작으로 2006년까지 발매되면서 전 세계 총 1억 250만대 이상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예전 기록이니 지금은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파이널판타지7’은 뒤집을 수 없을 것 같았던 게임기 시장의 새로운 절대강자를 탄생시켰으며, 그 뒤로 ‘킬러 타이틀’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게 되었다. ‘킬러’의 대상이 ‘세가 새턴’인 것에 애도를 표하며, ‘세가 새턴’ 역시 한국에 많은 팬층을 거느리며 역사의 한 페이지에 고이 기록되어 있다.

■ 필자도 게임 클리어에 3년....'스팀펑크' 시나리오와 세계관 황홀
필자는 사실 이 게임을 클리어 하는데 약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처음 이 게임을 접했을 때는 사촌 동생 집에 놀러 갔을 때였는데, 아니 이놈이 형님도 아직 없는 ‘플레이스테이션’을 옆구리에 끼고 ‘파이널판타지7’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흥분한 김에 발로 한 번 밟아주고 네 놈이 이 물건을 어디서 났느냐고 다그치자 친구에게 빌린 것이라며 울먹이던 사촌 동생에게 이 글을 통해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사촌 동생과 필자는 그렇게 오붓하게 둘이서 너 한 번, 나 한 번 하는 식으로 SAVE 파일을 따로 저장해가며 게임을 했는데, 어느 날 사촌동생이 패드를 쥔 채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저 놈이 ‘광 과민성 발작’ 후 탈진한 상태인가 했지만, 필자 역시 얼마 뒤에 똑같은 표정으로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았다.

[에어리스..]
아무리 SAVE 파일을 되돌려가며 다시 하고 또 하고 또 했던 것을 다시 해도 어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충격과 그 때의 무력함이란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한참 예민할 시기의 청소년들이었던 필자와 사촌 동생에게는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 뒤로 필자는 그 부분부터 게임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었고 ‘플레이스테이션’ 또한 멀리 하게 되었다. 다시 꺼내서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이어가게 된 것은 한참이나 지난 후였다.

[같은 일을 계속해서 하고 또 하고 하다 보면..]
간혹 영화 중에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에 잘못 된 일을 바로 잡거나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 똑 같은 오늘이었다라는 내용들의 영화가 있다. 그런데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필자는 아주 오래 전에 ‘파이널판타지7’을 통해 받았던 충격적인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또 오랜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날 ‘파이널판타지7 AC’를 봤을 때의 감동이 잊혀지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에어리스’가 했던 ‘이제.. 괜찮은 거지?’ 라는 대사는 그 당시 ‘파이널판타지7’의 충격에 빠졌던 모두에게 했던 말이 아니었나 싶다.

[‘티파’와 했던 7년전 약속..]
더 자세한 내용은 혹시라도 아직까지 ‘파이널판타지7’을 해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이 정도만 쓰도록 하겠다. ‘파이널판타지’ 7편은 기존의 타이틀과 다르게 시나리오 부분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여 아직까지도 역대 시리즈 중에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물론, 시나리오를 봤을 때 게임의 3편이나 5편을 최고로 꼽는 사람도 있고 4편이나 6편을 최고로 꼽는 사람도 있는 등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7편에 대해서는 달리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게임의 세계관 역시 기존의 ‘판타지’ 세계관에서 크게 벗어나 ‘스팀펑크(Steampunk)’라는 그 당시에는 다소 낯선 세계관이었는데, ‘스팀펑크’라는 세계관은 과학소설의 한 갈래로 198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과 유럽을 배경으로 하거나 증기기관에 의한 산업혁명시기를 다룬 것이 많다.

[대충 이런 분위기?]
유럽의 산업혁명 이후 당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증기기관이 현재의 내연소 기관으로 대체-발전하지 않고 증기기관 자체가 고도로 발달된 문명사회를 일컫는다. 일종의 평행우주론에 입각한 대체역사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는 산업혁명 초기의 낭만이 들어있는 동시에 기계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주로 암울한 분위기를 많이 풍기며 게임 내 소재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물론 ‘파이널판타지7’ 이전에도 ‘스팅펑크’ 세계관을 차용한 게임들은 있었지만, 대부분 2D 기반의 게임이었던 것에 반해 3D로 구현된 ‘스팅펑크’ 세계관은 처음 화면을 보는 사람을 압도하며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 스토리 진행형 RPG  수작...아름다운 화면 구성과 독특한 전투방식
지금 보면 충격이 덜 하겠지만, 그 당시에 이 정도 그래픽은 정말 게임 속의 세계의 환상 속에 사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멋진 그래픽이었다(항상 게임의 그래픽에는 ‘그 당시에는’ 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나한테 돈 빌려간 거 ‘기억 안나니?’]
시리즈의 특성상 게임의 전투 장면은 과하게 폭력적이거나 팔 다리가 화면에 막 떠다닌다든가 하는 식의 자극적인 장면도 없다. 그저 주어진 이야기를 따라가듯이 천천히 따라가며, 캐릭터에 몰입해서 주어진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게임이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통 RPG라 칭하는 게임들에서 제공하는 황량한 ‘자유도’에 빗대어 이 게임을 폄하하는 분들도 있는데, 스토리 진행형 RPG 게임도 나름의 멋과 재미가 있다. 스토리 진행형 게임이다 보니 이 게임에는 선과 악이 극명하게 갈리는 대립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악이라고 하는 ‘세피로스’ 역시 사실 알고 보면 사연이 눈물 겨운 캐릭터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미워했지만(게임을 하다 보면 알게 됨), 나중에 가서는 그래도 동정심마저 들게 하는 비운의 캐릭터다. 결국은 주인공에게 당하는 역으로 설정 되어 있지만, 그 자체로도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 넘치는 개성적인 인물이다.

[‘세피로스’ 이놈의 자식 밤에 오줌 싼다?]
그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워낙 방대하고 심오한 스토리인지라 주인공을 딱히 누구라고 꼽기 힘들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숨겨진 주인공 중 한 사람인 ‘빈센트발렌타인(Vincent Valentine)’이 있다.

[나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아.]
사랑하는 여인(‘루크레시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제노바 세포의 다량 주입으로 인해 원치 않는 인생을 살게 된 또 한 명의 비운의 주인공으로 워낙 캐릭터가 강해서 그의 이름을 딴 독립 게임도 발매됐을 정도다. ‘빈센트발렌타인’ 외에도 ‘바레트’라든가 ‘레드 XIII’, ‘캐트시’, ‘유피’ 등 다양한 동료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름만 들어도 바로 어제까지 같이 뛰어다니며 만났던 친구들같이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사람은 아니지만, 시리즈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초코보’를 다시 볼 수 있다. 게임 안에 미니 게임으로 ‘초코보 레이스’도 즐길 수 있으며, 금색 초코보를 만들려고 본 게임 외에 시간을 쏟아 붓기도 했다.

게임의 전투 방식 역시 독특한 시스템을 자랑했는데, 그 당시 이 시스템을 ‘ATB’ 시스템이라 불렀고, 게임잡이에도 여러 번 소개되었다. ‘ATB’ 시스템은 사실 7편에서 처음 선보인 것은 아니고 ‘파이널판타지’ 4편에서부터 쓰인 전투 시스템이다. ‘Active Time Battle’ 의 약자이다. 캐릭터마다 회복 시간이나 행동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다른 타임 구간을 설정해서 마치 실제 전투 상황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다른 게임들은 캐릭터가 움직일 동안 다른 캐릭터(적/아군 포함)들은 가만히 있고, 한 명씩 차례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ATB’ 시스템에서는 전투 명령을 입력하거나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는 동안에도 실시간으로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우물쭈물 하다가는 적의 공격에 당하고 만다.

[어어? 쏠 거야? 진짜 쏠 거야?]
단지, 화려하게 보여지는 것만으로 전부가 아니라 게임의 스토리와 독특한 시스템 구성 등 정말 영혼을 팔아 넘겨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이 게임은 진정한 수작이다. 아마도 이 게임을 여러 번 클리어 한 분들도 많이 계실 것이라 생각된다. 필자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그리고 이 게임을 해본 뒤에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게임 업계에 뛰어 든 젊은 친구들도 상당히 많이 있다. ‘파이널판타지7’은 필자뿐만 아니라 이 게임을 즐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문제작으로 아직까지도 이 게임을 추억하며 아련한 향수를 간직하고 계신 분들이 많이 있다.

또한, 이 게임은 아직까지도 많은 팬 카페에서 예전 버전의 그래픽 리뉴얼 작업이나 한글화 패치 등의 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등 그 인기는 게임 이름처럼 ‘마지막 환상’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플스4’로 재 출시 된다는 뉴스를 보고 고해상도의 리메이크 버전을 기대했다가 실망했다. 필자 역시 아직까지 ‘파판 7’을 기억하며 옛 추억을 떠올리는 유저 중에 한 사람으로 ‘파이널판타지’ 만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전투 승리 음(‘빠바바밤~ 빰빰~ 빰빠밤~’)을 핸드폰 벨 소리로 쓰고 있다.

■ 필자의 잡소리

[긴 여운을 남기고..]
게임의 주인공인 ‘클라우드’에게 사랑을 받으며 동시에 수많은 유저에게도 사랑 받은 ‘파이널판타지’ 최고의 히로인‘에어리스’.. 그녀와 함께 ‘파이널판타지’ 7편에는 두 명의 히로인이 등장한다. 또 한 명의 히로인으로는 주인공 ‘클라우드’와 어릴 적 소꿉친구이자 자라서는 망가진 청년 ‘클라우드’를 위해 헌신하는 ‘티파’가 있다.

두 여인 중에 누가 더 대단한 여자인가? 라는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결국 다 부질 없는 것이라는 건 ‘파이널판타지7’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 수 있다. ‘에어리스’도 대단하지만 ‘티파’ 역시 대단하다.

세상을 구한 여자 vs 한 남자를 구한 여자
하지만, 그 한 남자는...
다시 세상을 구했다.
‘클라우드’와 ‘젝스’ 그리고 ‘에어리스’ 이들의 삼각관계의 진실은? ‘클라우드’는 왜 자신이 ‘신라병’이 아닌 ‘솔져’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결국 그 동안의 기억은 진실이 아닌 착각?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기억은 누구의 기억인가? 그의 고향 ‘니블헤임’ 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 났었는가? 이 모든 궁금증은 ‘파이널판타지 AC(Adult Children)’ 에서 알게 된다.

[다시 한 번.. 새로운 꿈을 꾸고 싶다.]
그리고 ‘에어리스’도 이제 홀가분하게 놓아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작별은 언제나 아쉽다. 이제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는 걸까..
P.S :본 기사의 사진에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장면이 섞여 있습니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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