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띠 2015년은 해방 70주년...워 게임을 통해 전쟁과 독립 의미 새겨보길

제 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많은 의미를 지닌 전쟁으로 기록되었다. 이 때문에 수 백 편(수 천 개가 넘을지도 모르겠다)이 넘는 역사적인 고증의 다큐멘터리를 포함하여 전쟁 영화와 만화 등에 친숙한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당연히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이런 내용을 소재로 하는 게임들도 상당히 많이 출시되어 있다. 그런 게임 중에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다. 더 넓은 광의의 표현으로 ‘워 게임(War Game)’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번 편에서 소개할 게임은 ‘팬저 제너럴(Panzer General)’이다.

게임 이름에 쓰인 ‘팬저럴(기갑부대, 기갑차량 등을 의미)’라는 단어처럼 2차 세계대전 중 기갑전(機甲戰)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하지만 게임 이름처럼 기갑부대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공중지원을 하는 전투기나 폭격기 등도 등장한다. 보병 부대들도 등장한다. 이것은 실제 현실 세계의 전장에서도 기갑부대만 단독으로 투입되는 전투도 있지만, 작전에 따라 보병과 함께 하는 투입되는 전투도 일반적인 전투 상황 중에 하나이므로 기갑전 게임에 보병 부대가 등장하는 것이 딱히 이상하지는 않다.

[팬저 제네럴]
게임 ‘팬저 제너럴’을 개발한 회사 이름은 ‘SSI’다. 원래 의미는 ‘Strategic Simulations, Inc.’라는 뜻이다. ‘Strategic’은 ‘전략’이라는 의미로 회사 이름 자체가 곧 전략 시뮬레이션 개임을 만드는 회사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만 개발한 것은 아니고 RPG나 다른 장르의 게임들도 많이 개발했다. 한국에는 ‘팬저 제네럴’이라 알려진 이 게임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워 게임)’이다. 이 분야의 게임은 이미 여러 회사에서 제작된 것만 해도 수십 종 이상 되는데 ‘대전략’ 시리즈로도 많이 접해 보셨을 것이다.

[와! 적 기갑 부대를 잡았다! – 오늘 밤 회식이다!]
이런 방식의 게임들은 거의 대부분 지형(전투 맵)에 위치한 각 군의 병기(유닛)들이 차례 차례 한 턴씩 위치 이동이나 공격 설정 등을 진행하면서 전투를 벌이는 방식이다. 전투가 시작되면 양쪽 병기(유닛)들의 전투 장면이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되는데, 대부분 처음에는 신기해서 ‘우아~’하고 쳐다보지만, 나중에는 스킵(Skip) 버튼을 막 누르게 된다.

필자는 이 게임을 할 때 ‘팬저라이드(Panzerlied)’ 노래를 틀어놓고 했다. 제 2차 세계대전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과 활약을 보여줬던 병기를 꼽으라면 전차(탱크)를 꼽을 수 있고, 그 중에서도 독일군의 전차들은 지금까지도 프라모델이나, 만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일 만큼 전차의 디자인 그 이상의 매력이 있다. 독일군 전차하면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독일 전차부대 행진가인 ‘팬저라이드’를 빼 놓을 수 없다. 이 노래는 영화 ‘발지전투’에서도 합창하는 장면이 등장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던 장면으로 남기도 했다.

■‘워 게임(War Game)’의 역사
이러한 ‘워 게임’은 인류의 역사를 논하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아주 오래 전에도 존재했다. 이론적으로 정립되고 시스템화되어 게임의 형식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래 ‘워 게임’은 실제 전장처럼 꾸며진 장소에서 재현하고자 하는 당시의 복장과 무장을 갖추고 모의 전투를 벌이는 일종의 행사 의식과도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야외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리고 규모도 대단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하고 싶을 때 아무 때나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야외 모의전을 실내에서도 가능하게 만든 것이 1910년대 초반의 테이블 보드 워 게임이었다. 하지만, 초기의 보드 워 게임은 준비 과정이나 규모가 가볍게 즐기기에는 여전히 부담이 됐다. 초기에는 부자들의 고급 취미 활동 정도로 인식되기도 했었다.

[실제 워 게임(전략/전술 회의 –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 장교 회의)]
이러한 실내 전용 보드 워 게임들은 수 십 년의 시간이 지나 1950년대에 가서야 실내에 모여 앉아 즐길 수 있는 규모의 게임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워 게임’의 다른 갈래로 ‘Hex’라 불리는 11칸 X 11칸의 육각형(Hex) 게임은 1942년에 ‘피트 하인(Piet Hein)’에 의해 고안되어 누구나 테이블 위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1948년에 ‘존 대쉬(John Nash)’의 손을 타고 재 고안되어 더욱 유명해진 게임이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로도 유명한 수학 천재 존 대쉬의 경우 이 게임에서 경제이론을 수학적으로 접근한 획기적인 ‘게임 이론’의 연구 성과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헥사 타일 맵 방식의 보드 게임]
이렇듯 ‘워 게임’ 분야는 PC게임에 비해서도 훨씬 앞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처음에는 야외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던 것에서 장소가 점점 실내로 옮겨져 테이블 위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보드 게임으로 즐기는 게임들이 많았다(이보다 훨씬 앞선 장르는 TRPG). 그리고 골수 게이머라면 잘 아시다시피 지금의 RPG 게임들의 토대를 닦고 RPG 게임의 바이블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D&D(던전앤드래곤즈, Dungeon & Dragons)’의 창조주로 알려진 ‘게리가이각스(E.GaryGygax)’도 열렬한 ‘워 게임’ 마니아였다.

이렇게 ‘워 게임’은 군사적인 목적에서부터 대중적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외에도 전통적인 ‘RPG’게임에까지 그 영향을 끼치며 계속해서 발전해 왔다.

■ 6각형 헥사 카운터 워 게임(Hex-and-Counter Game)
전략-전술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 전투 맵을 보면 육각형(Hex)모양의 맵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임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전략-전술 시뮬레이션 게임들을 다른 말로 ‘헥사(헥스) 카운터 워 게임’으로 부르기도 한다.

육각형 모양의 맵]
이 게임 역시 전투맵은 일명 ‘헥사’라 불리는 육각형 모양의 타일맵 방식이다. 기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많이 해본 유저들이라면 낯설지 않은 방식이다. 이런 헥사 타일 방식의 맵의 장점은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360도 전 방향으로 위치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략 시뮬레이션과 같은 장르의 게임에서 많이 쓰인다.

[4각, 6각, 8각형의 타일 맵]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사각형 모양의 타일은 자주 쓰이지 않는데, 이 경우 가운데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동서남북(전후좌우) 4방향으로만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각선 이동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타일을 구성할 때 각 면과 면이 맞닿아 있는 경우에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전제로 본다면 이동이 불가능한 지역이 되어버린다. 그렇다고 실제 대각선 이동을 포함하여 8각형 타일을 사용할 경우 타일끼리 조합이 불가능한 이상한 모양이 되어 버리게 되기도 한다. (잘 이어 붙이면 될지도..)

물론 4각형 타일 맵도 앞에서 얘기한 6각형 타일에서 가능한 이동가능 범위를 구현할 수 있다. ‘코에이(KOEI)’의 ‘삼국지2’ 게임과 같은 경우 이런 맵 방식을 사용하였다. 각 타일의 위치를 위아래로 엇갈리게 배치하여 사용할 경우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6방향의 이동이 가능한 맵을 만들 수 있다. 다른 도형들과 달리 6각형의 헥사 타일을 사용할 경우에는 모든 면들이 맞닿아 있는 지형을 만들 수 있다.

이동 역시 360도 전 방향으로(실제로는 6방향 이지만) 이동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략 시뮬레이션의 경우 헥사 타일을 쓰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이런 헥사 타일의 맵 방식은 원래 일반인들의 유희를 위한 게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군대에서 전략적인 ‘워 게임’의 필요성으로 수학자와 군 관계자들이 고안한 방식이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육각형 타일 방식의 게임들은 대부분 전략적인 부분(전쟁)보다는 전술적인 부분(전투)에 강점을 지니게 된다.

밀리터리 마니아들의 게임
하지만, 이런 게임들은 아무리 쉽게 구현되었다고 해도 그 밑 바탕은 전략-전술 회의에서 사용하던 ‘워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사령관 이상의 지식과 실전 경험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이 게임을 하는 일반인은 그런 경험을 쌓을 수는 없고 대신 전문 서적이나 관련 영상을 통해 밀리터리 지식을 쌓게 된다.

[아니 탱크로 폭격기를 잡으라고요?]
이런 류의 게임을 하는데 밀리터리 지식이 필요한 이유는 게임에 등장하는 각종 병기들이 일개 병기로 결정병기가 되지 못하고 대부분은 먹고 먹히는 ‘가위 바위 보’와 같은 룰을 따르기 때문이다. 즉, 탱크는 보병에게는 강하지만 공중병기에는 상당히 취약하다. 또한, 같은 종류의 병기라도 등급에 따라 전투의 승패가 결정되는데, 실제로 같은 탱크라고 해도 소속된 국가에 따라 성능이 다른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독일군의 OO탱크는 미군의 OO 탱크에게 강하고 소련군의 OO탱크에게는 약하다. 와 같은 역사적인 전투 결과와 실제 그 당시 탱크들의 성능을 기반으로 게임에 등장하는 병기(유닛)들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전 지식이 필요한 게임들이다.

[우리보고 죽으라는 얘기냐!]
그렇다고 해서 군사 전문가들만 즐기는 게임은 아니다. 사전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대부분은 대패하고 눈물을 흘리겠지만..). 전투시에 애니메이션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기 때문이다. 전쟁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애니메이션들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전장에서 쓰러져 가는 전우들의 비통함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무턱대고 전투를 벌이다 보면 유닛들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병기에 따라 효율적인 운용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즉, 밀리터리 마니아가 게임을 즐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밀리터리 마니아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필자의 친구와 사촌동생 역시 이 게임을 통해 밀리터리의 세계에 눈을 뜨고 매일 밤을 새워가며 이 게임에 빠져 살았다. 사촌 동생이야 그렇다 쳐도 친구는 이 게임을 하려고 거의 필자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던 적이 있었다. 이런 방식의 게임들은 밀리터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게임이지만, 반대로 전혀 관심이 없거나 병기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게임이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폭발적인 판매량을 보인 게임은 사실 많지 않고, 출시되는 양도 다른 장르나 다른 소재의 게임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은 비율인 것도 사실이다. 또한, 제 2차 세계대전의 경우 아무래도 북미보다는 유럽 쪽이 실제 전쟁을 겪은 나라들이 많고 게임에 등장하는 국가와 소재들 역시 유럽을 상대로 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잘못 건드리면 국가간의 미묘한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잠수함 때려 잡는 구축함이다!]
실제로도 예전에 모 게임에서 게임에 등장하는 독일군의 장비에 ‘하켄크로이츠(Hakenkreuz)’를 그려 넣었다가 문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런데 역사적인 고증에 철저한 것과 현 세계에서 통용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인 것들이 많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루고 있는 게임들은 굉장히 많다. 액션게임은 물론이고 FPS나 전략 시뮬레이션 등 웬만한 장르에 거의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하고 있는 게임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전쟁(전투)의 분위기나 그 안에서 살아 숨쉬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게임이 ‘팬저 제너럴’ 게임과 같은 방식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이 게임을 생각하면 한 동안 자신이 마치 연합군의 사령관이라도 빙의(憑依)된 것 같이 살았던 필자의 친구가 생각난다. 매일 학교에 가면 전날 있었던 전투에 대해 복기하고 다음 전투에 대비해서 작전 회의를 하는 등 실제 전장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필자의 친구는 자기 집에 안 가고 필자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것은 필자의 집에는 밀리터리 관련 잡지나 전문 서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친구는 전투에 참고자료가 되는 이런 책들을 처음에는 한 권씩 빌려가더니 나중에는 그조차 귀찮았는지 아예 필자의 집에 눌러 앉았다(이봐! 나도 내 컴퓨터로 게임 좀 해보자고!).

■ 필자의 잡소리

[안타까운 과거의 역사]
한국은 유럽에서 벌어진 제2차 세계대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은 많은 관계가 있다.

그 당시 연합군과 추축국(Axis alliance)사이에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결국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렸지만, 한국은 그 당시에 추축국 중에 하나였던 일본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도에서 빨간색이 추축국 지역이다. 유럽은 독일과 이탈리아에 의해 점령된 지역이고, 동아시아는 일본에 의해 점령된 지역이다.

비록 1945년 독립을 맞이하긴 했지만, 온전히 제 힘으로만 이뤄낸 순수한 독립은 아니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한국이 독립을 하기까지 선조들이 흘린 피와 눈물도 분명히 인정해야 할 역사적인 위업이다.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일제에 의해 온갖 수모와 핍박을 받던 일제시대를 벗어나 어엿한 국가로 독립한지 올해로 70주년이 되는 해다.

전쟁 게임의 재미를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흘려야 했던 피와 눈물을 생각을 하는 시간을 잠시 가져보는 것도 어떨까?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객원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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