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강점 온라인과 새로운 도전 모바일, 클라우드와 IP로 경계를 희미하게

▲ 사진 출처=윤태호 작가, '미생' 중
“바둑에 그냥이란 건 없어. 어떤 수를 두고자 할 때는 그 수로 무엇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나 계획이 있어야 해. 그걸 ‘의도’라고 하지. 또, 내가 무얼 하려고 할 때는 상대가 어떤 생각과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야해. 그걸 상대의 ‘의중’을 읽는다라고 해.

왜 그 수를 거기에 뒀는지 말할 수 있다는 건 결국 네가 상대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형세를 분석한 너의 안목이 어떠했는지를 알게 된다는 뜻이야. 그냥 두는 수라는 건 ‘우연’하게 둔 수인데 그래서는 이겨도 져도 배울게 없어진단다. ‘우연’은 기대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끝난 사람에게 오는 선물같은 거니까.”

-윤태호 작가, ‘미생’ 중

‘미생’의 주옥같은 명대사에 나와 있듯, ‘그냥 두는 수’도 ‘그냥 하는 일’도 없다. 한 수마다 계획과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는 한 수에 따라, 작은 일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끝을 보이고 있다. 게임업계도 달력의 마지막 남은 한 장을 뜯기 아쉬워하며 분주한 마무리를 하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올해 게임업계에서 활약한 기업들의 빛나는 ‘신의 한 수’를 꼽아보았다.

■ 묵직한 흰김수염 고래 온라인 게임사와 날쌘 돌고래 모바일 게임사

깊은 바다에 커다란 흰긴수염 고래와 날쌘 돌고래가 헤엄을 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둘 중 누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 더 쉬울까? 당연히 답은 돌고래다. 흰긴수염 고래가 묵직하게 헤엄칠 때 존재감이 더 클 수는 있지만, 워낙 커다란 거대해 날렵한 돌고래처럼 방향 전환이 쉽지는 않을 것.

이를 게임업계에 비유해보자면, 거대한 고래는 오랜 기간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몸집을 불린 대형 온라인 게임 업체로, 날쌘 돌고래는 작은 모바일 게임사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바야흐로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거대한 고래들에게는 수난시대였다.

게임의 개발 기간은 점점 짧아졌지만, 잘 키운 모바일 게임 하나 열 온라인 게임 부럽지 않은 매출을 이끌어냈다. 수많은 돌고래 떼들이 게임업계에서 헤엄쳤고, 커다란 고래들은 돌고래에 치여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고래들이 달라졌다. 고래들의 수장이자 게임업계의 큰형이라 불리는 ‘엔씨소프트’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4년 엔씨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온고지신’이다. 옛것을 알고 새로운 것도 수용한다는 의미로, 예전부터 잘해온 온라인 게임과 새롭게 도전하는 모바일 게임 두 마리 토끼를 사냥하기 시작한 엔씨의 ‘신의 한 수’다.

■ 클라우드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스킨십 강화

먼저 온라인 게임 부문에서 살펴보면, 엔씨만큼 온라인 게임에서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는 곳도 드물다. ‘리니지’의 경우 지난 3분기 685억, ‘리니지2’가 148억, ‘아이온’이 329억, ‘블레이드 & 소울’이 19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리니지’가 올해로 16주년을 맞이한 장수게임이라는 사실을 볼 때, 이는 쉽게 깰 수 없는 기록이다.

아무리 모바일이 대세라고 하지만, 묵직한 형님의 685억 원 앞에서는 구글 매출 1위는 귀여운 애교에 불과한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모바일에 올인하는 때, 엔씨는 슈팅액션 ‘Master X Master(MXM)’를 9월 달에 공개하고, 11월 지스타 때에는 ‘리니지 이터널’과 ‘프로젝트 혼’ 두 종류의 온라인 게임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새롭게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에도 ‘블레이드 & 소울’과 ‘아이온’ 등 엔씨표 온라인 게임의 IP를 활용했다. 또한 엔씨 클라우드를 구축해서 온라인과 모바일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예정이다. 김택진 대표는 “이제 모든 엔씨의 게임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만날 것”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런 온라인과 모바일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단순히 모바일 시장에 발맞추기 위한 것은 아니다. 자꾸 눈 마주치다가 정분나듯, 온라인 게임에 대한 스킨십을 강화하며 모바일로도 언제 어디서든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 모바일 게임에 적극적인 관심, “블루오션 개척하길”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는 시기적으로 볼 때, 엔씨는 다른 게임사에 비해 출시가 늦었다. 온라인 게임에 익숙한 엔씨의 방향 전환이 느릴 수밖에 없는 탓도 있지만, 워낙 온라인 게임이 좋은 성과를 거두니 모바일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리니지 모바일-헤이스트’가 2014년 3월 출시되기는 했지만, 게임이라기보다 보조적 어플에 가까웠다.

하지만 11월 18일 ‘지스타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엔씨는 모바일 7종을 전격 공개하며, 본격적인 모바일 공략을 알렸다. 2년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택진 대표는 “우리의 게임을 모바일로 할 수 있을지, 우리가 가진 IP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바일 게임을 만들 수는 없는지 고민했다”며 엔씨가 새로운 모바일 MMORPG 시대를 열어줄 것을 예고했다.

엔씨가 발표한 새로운 모바일 게임은 총 6종이다. 기존의 온라인 게임 IP로 만든 ‘블소 모바일’과 ‘아이온 레기온즈’, 엔트리브의 ‘팡야’, ‘H2’, ‘소환사가 되고싶어’, 여심을 저격한 ‘패션스트리트’이다. 대부분 2015년을 목표로 준비중이다.

지금까지 모바일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던 엔씨였지만, 2014년에 드디어 모바일 게임 라인업의 청사진을 보이며 유저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대작 MMORPG로 무거운 느낌이었던 엔씨가 조금 더 가볍고 친근하게 다가가게 된 것.

그리고 많은 모바일게임사에도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전쟁같이 치열한 모바일 게임 시장에 엔씨소프트가 드디어 모바일 우주로 첨벙 뛰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거 아니냐며 걱정하는 시선도 있지만, 2015년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하며 방향성을 안내하는 든든한 길잡이 역할의 엔씨를 기대해본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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